가을이라 덕수궁에 갔다. 머리도 식히고 사색도 해보려하였지만 여긴 서울, 게다가 주말. 사람이 많아서 덕수궁 입장표를 사려고 줄도 길게 섰고 시청앞에선 교육과 관련한 시위가 있어서 확성기 연설 소리가 쩌렁쩌렁했다. 심상정씨도 나오시던데 목소리에 기합이.... 덕분에 고즈넉한 가을 오후는 물거품이 되었지만 이게 바로 서울. 덕수궁은 규모가 작은데도 건물의 배치가 흐름을 만들어서 조금도 좁게 느껴지지 않았다. 이 전각 뒤에 살짝 보이는 다른 전각, 모퉁이를 돌아서면 저 쪽에 나타나는 담벼락, 작은문, 숨어있는 연못, 덕혜옹주가 살았다던 소담한 방, 서양식 정원, 석조건물, 미술관 사이를 걸어다녔다. 전각 사이의 여백이 이 덕수궁 건축의 주제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름다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