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자의 눈으로 바라보니
By go-st | 2012년 11월 17일 |
감기기운이 돌길래 퇴근하자마자 목욕을 했다. 따끈한 물이 찰랑거리는 욕조에 들어앉아19세기 영국산 여행 소설을 읽으며 오렌지 쥬스를 마시다가 현재 나를 둘러싼 완벽한 환경에 다시금 감동하였다. 지금 소설 속의 인물들은 다 젖은 빵에 빗물 섞인 잼을 발라 먹으며 오들오들 떨고 있다. 괜히 여행왔다며 자책하고 서로를 비난하다 제풀에 지쳐서, 집에 얌전히 있었다면 이시간쯤에 먹고 있었을 따뜻한 음식과 보송보송한 침대를 그리워하는 중이다. 그런데 그들이 그리워하는 것을 나는 다 가지고 있는 것이다. 엄마가 끓여주신 맛있는 닭죽 한솥과 시들어가는 귤 다섯알, 냉장고 안에서 차갑게 대기하고 있는 인도네시아 맥주, 어제 반 잘라 구워먹은 마른 오징어의 남은 반쪽까지도 모두 다 내것이다. 나는 지루해질때까지 목욕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