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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푸르나 트레킹 하산길- 백숙

By  | 2013년 10월 21일 | 
백숙이란 모름지기 힘좋은 토종 암닭을 잡아서 시간을 들여서 푹푹 제맛이다. 동민씨와 쟈닐이 먼저 숙소에 도착하여 백숙을 주문해놓기로 한다. 그럼, 하고 발걸음을 돌리자 마자 두사람은 순식간에 굽이를 넘어갔다. 내가 아무리 애를쓰고 노력했고 동민씨가 뭐라고 공치사를 했든 그들은 결국 내가 없었다면 훨씬더 빠르게 트레킹을 완주할수 있던 사람들이었다. 사라져 가는 두사람의 모습을 보며 미안하기도하고 고맙기도 한 복잡한 심경이 되었다. 그리고 나는 맘편히 느림보가 되었다. 늦게 도착할 수록 백숙은 더욱 진국일테다- 나는 질질 발을 끌었고, 게으르던 경이는 비틀어진 발목을 제대로 편 카이져 소제처럼 뚜벅뚜벅 나를 버리고 가버렸다. 점점 어두워지는 산길에 혼자 있을수 없으니 경이 뒷꽁무리를 쫒아 보

첫 여행 첫 비행기 1.

By  | 2014년 6월 21일 | 
1 처음으로 비행기를 탄 것은 6학년때, 성당에서 단체로 갔던 제주도 관광에서였다. 단체 여행객이라 그랬는지 가족이나 일행들이랑 떨어져서 사람들이 여기저기 뒤섞여서 자리가 배정되었다. 사람들은 가족들이 있는 자리로 마음대로 바꿔 앉기 시작했다. 부모님과 멀리 떨어져 혼자 앉아있던 6학년 여자애는 아줌마 아저씨들이 자리 바꿔 달라는 바람에 처음과는 전혀 다른 자리에 앉게 되었다. 그래도 고개를 쭉빼면 창문이 보이는 위치라서 좋았다. 승객들이 마구 자리를 바꿔앉자 스튜어디스가 제지하고 나섰다. "승객님, 저희가 무게 배분을 고려해서 자리를 배치했기때문에 이렇게 이동하시면 안돼요." 그러나 옆자리의 조그마한 아줌마는 지지 않는다. "아니 우리 몸무게를 어떻게 알고요?" 스튜어디스는 찌그러진

안나푸르나 트래킹. 자본주의와 정- 포터1.

By  | 2013년 11월 18일 | 
백여년 전에 서양인들은 인도인이나 남아메리카 원주민, 아프리칸, 혹은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짐을 들게하고 유람을 다녔다. 한 독일인 기자는 금강산 횡단여행을 하려고 조선인 일꾼을 모집하면서 불과 몇년전까지만 해도 2달러면 충분하던 일당이 그사이에 올랐다며 안타까워하기도 했다. 그러니까 남에게 짐을 들게 하고 산을 놀러다니는 행위는 뭐랄까 좀 오버하자면 제국주의적이고 반 인권적인 냄새가 나는 것이다. 아니 우리가 뭐라고. 가난한 배낭여행자 주제에 인건비가 낮은 나라에 놀러왔다고 어디서 근대 제국주의 백인 같은 행세를 한단말인가. 하지만 가난한 배낭여행자도 태국에 가면 맛사지쯤은 받는데 이건 뭐가 다른가하면 그래도 남에게 짐을 들리고 산에 오르는 행위 자체는 아무래도 근대 제국주의 몹쓸 백인놈들의 결정적 장면

누나가 응원한다

By  | 2013년 11월 20일 | 
아버지 말씀에 우리 친척 중에 야구 선수가 있다셨다. 고교 야구 선수인줄 알았다. "프로야구선수야." 2군이나 3군일줄 알았다. "아니야. 경기에 많이 나와. 잘한다니까." 이름을 검색해봤다. 키 크다. 잘생겼다. 잘해서 상도 받았단다. 진짜 야구선수인것이다. 우리 집안에 이런 인재가 있었을줄이야. 아빠 말씀으로는 어릴때 같이 논 적이 있다고 했다. 그리고보니 서해안 마을 어느 집에 갔다가 엄청난 형제를 만난적이 있다. 나도 또래 남자애들과 잘 뛰어다니면서 노는 편이었는데 얘네들은 지금까지 만난 녀석들과는 차원이 다른, 무지무지하게 정신없고 빠르고 개구진 녀석들이었다. 그때 아버지 말씀이 "저집 아들은 지 아빠도 못잡아. 발이 얼마나 빠른지.."였다. 둘째가 더 빠르다고 했던가 첫째라고 했던

첫 여행, 첫 비행 - 두번째

By  | 2014년 6월 21일 | 
2첫번째 해외여행지는 태국이었다. 방콕행 아시아나 비행기는 어지간히도 낡았는지 찬 바람이 숭숭 새고 진동도 심해서 불편하기 그지 없었다. 처음먹어보는 기내식은 음식이라기보다는 인스턴트 음식을 미이라로 만든 것 같았다. 귀국하는 날 경이가 아팠다. 태국 병원에 들렀다가 공항 카운터가 닫히기 직전에 겨우 도착했다. 그런데 이번에 탄 비행기에선 의자거 넓직하다. 자리마다 모니터도 있고 심지어 음식도 맛있었다. 훨씬 편하게 돌아왔다. 운좋게 비행기를 만나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그레 비지니스 석인줄은 아주 나중에 알게 되었다. 우리가 너무 늦어서 이코노미석을 대기하던 사람에게 주어버렸기 때문것인지, 아니면 내가 " 이 친구가 아파서 병원 다녀오느라 늦었다"고해서 바꿔준건지는 모르겠다. 그날 이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