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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03/2013 :: 갈매기 속에서 낮잠을 자다. 베네치아

By  | 2013년 3월 24일 | 
03/03/2013 :: 갈매기 속에서 낮잠을 자다. 베네치아
갈매기 속에서 낮잠을 자다. 베네치아 2013/03/03 눈이 휘둥그레지는 어떤 여행지도 누군가에게는 여행지가 아닐 것이다. 아마 매일 출근할 때 스쳐가는 골목이거나 장을 보러 가는 뒷길일지 모르는 그곳에 나와 어떤 여행자 무리들이 있었다. 베네치아의 모습은 왠지 아득한 풍경이었다. 말로만 듣던 운하와 수상 버스, 곤돌라들이 당연스럽게 건물과 건물 사이를 가로질렀다. 그 당연스러움이 외지인인 나에게는 오히려 당혹스러웠다. 이런 별풍경이 생활의 장인 사람들도 있다는 게 믿을 수 없어서 그랬다. 어떤 장소의 독보적인 개성이나 어마어마한 아름다움이란 기분이 좋다 못해 사람을 당혹시키는 성질도 가지고 있나 보다. 이탈리아의 어떤 도시들보다 우아하고, 아름답고, 그게 너무 당연해서 사람을 어이없게

04/03/2013 :: 밀라노, 화려한 도시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기

By  | 2013년 3월 29일 | 
04/03/2013 :: 밀라노, 화려한 도시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기
밀라노, 화려한 도시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기 2013/03/04 밀라노 공항은 크다. 규모가 크다 해야 할 지, 항공 프로그램이 크다고 해야할 지. 무엇이 되었든 밀라노 말펜사 공항은 비행기가 숨도 안쉬고 착륙했다가 다시 떠오르는 곳이었다. 로마에서 출발해 북쪽으로 자꾸만 올라갔던 여행의 마지막 종착지는 밀라노였는데, 그 이유에는 집으로 돌아가기 쉬운 말펜사 공항의 무지막지한 노선(그리고 저렴한 항공비)가 큰 몫을 했다. 그런 하잘것 없는 이유로 향하는 목적지이다보니, 나름 이탈리아 제 2의 도시로 향하고 있으면서도 가이드 북의 밀라노 페이지 하나 보지 않았다. 그냥 밀라노 광장에 엄청 큰 두오모가 하나 있고, 그 근처에는 엄청 맛있는 빵집이 있다더라, 어디서 주워들은 쪽정보가 전부였다.

02/03/2013 :: 질좋은 손에서 자란 작품들, 우피치 미술관

By  | 2013년 3월 20일 | 
02/03/2013 :: 질좋은 손에서 자란 작품들, 우피치 미술관
질 좋은 손에서 자란 미술품들, 우피치 미술관 2013/03/02 우피치 미술관은 내가 가본 어떤 미술관보다도 보안에 철두철미했다. 손만 조금 가까이 가면 울리는 사이렌, 곳곳에 상주한 무장 경찰관, 절대로 사진을 찍지 못하게 하는 미술관 내규 등등, 여기 저기서 들리는 사이렌 소리 때문에 정신이 사나울 정도로 그 어떤 침입도 허용하지 않았다. 어떤 구역이든 날 째려보는 경비와 눈이 마주칠 때면 조금 민망해지기도 했다. 결국 우피치 미술관에서 남겨온 사진은 하나도 없다. 미술관에서 사왔던 그림 엽서로 그 날의 기분을 어떻게서든 재현해보고자 할 뿐이다. 하지만 택도 없었다. 깔끔한 종이에 얇고 선명하게 인쇄된 그림은 그 그림의 아름다움이나 오래된 시간의 흔적, 그 둘 중 하나도

클라우드 아틀라스 - 프랑스에서 영화보기

By  | 2013년 4월 3일 | 
클라우드 아틀라스 - 프랑스에서 영화보기
클라우드 아틀라스 프랑스에서 영화보기 프랑스는 학생들에게 친절하다. 고작 대학생이라는 이유 하나로 단돈 4유로(5500원)에 영화를 볼 수 있으니, 나같은 배고픈 유학생은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얼마 전에는 한국에선 일찌감치 막을 내린 클라우드 아틀라스가 개봉을 했다. 저렴한 영화값과 한국에서 못보고 온 영화에 대한 아쉬움, 거기에 향수병 마냥 그리운 한국 배우의 얼굴을 보자는 생각으로 영화관을 향했다. 안타까웠던 점이란 역시 한국어나 한국 자막으로 영화를 즐기지 못했다는 그런 점이다. 하긴 영어로 본 것 만으로도 감지덕지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자국어 보호니 뭐니 해서 싸그리 더빙을 하는 나라가 프랑스였다고 하는데, 그 고귀함을 꾹꾹 참고 불어 자막으로 만족하셨으니 나는 토를 달지 말아야 할

15/04/2013 :: 프랑스는 착하다. 오귀스탱 미술관과 삼겹살 파티.

By  | 2013년 4월 17일 | 
15/04/2013 :: 프랑스는 착하다. 오귀스탱 미술관과 삼겹살 파티.
프랑스는 착하다. 오귀스탱 미술관과 삼겹살 파티. 2013/04/15 1. 내가 미성숙하다는 점에 감사했던 적은 없지만 프랑스는 미성숙한 이를 사랑하고, 또 괘나 고리타분해진 나이까지도 어리다고 여겨 주신다. 그런 자비 앞에서 나는 한껏 어려지고 또 그 베품을 있는 힘껏 즐기고 있다. 예를 들자면 공짜로 미술관에 들어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나오는 일이다. 제대로 보자면 허리 깨나 아플 그 큰 공간들을 쌩하니 지나쳐서는 화랑만 슬쩍 보고 나오는 그런 것 말이다. 그냥 청소년 할인 만으로는 안되고, 그 미술관 앞 거리를 밥 먹듯 돌아다닐 수 있어야하는 것도 필수 조건이다. 나같이 어리고 이 동네 사는 사람에게만 허락된 특권이고, 그래서 돈내고 들어온 누군가가 하나라도 놓칠 새라 눈을 치켜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