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ILLY DONUT FACTORY

2013/05/11 :: 21일이라는 시간의 모로코, 스페인

By  | 2013년 5월 17일 | 
2013/05/11 :: 21일이라는 시간의 모로코, 스페인
21일이라는 시간의 모로코, 스페인 - 5월 11일에 쓴 일기 2013/05/11 21일이라는 시간은 한 달은 못되더라도 그렇게 짧은 시간은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그 시간이 짧게 느껴진다면, 지나간 과거가 너무 선명하게 남아 마치 어제처럼 가까이 느껴지기 때문이리라. 21일의 시간이 지나는 동안 네덜란드에선 왕이 바뀌었고, 4월은 5월이 되었으며, 날씨는 한결 화끈해졌다. 그러는 동안 나는 모로코에서 지브롤터를 넘어 스페인을 가로질렀고, 조만간 나의 방이 있는 곳, 프랑스 뚤루즈로 돌아간다. 한 없이 짧게 느껴졌던 3주임에도 나는 대륙을 넘고 국가를 가로지르며 징하게도 움직여왔다. 조금 객관적으로 돌아보자면, 나는 3주라는 시간을 하루도 빠짐없이 줄기차게 달리고, (장염

30/03/2013 :: 뚤루즈 오귀스탱 박물관(1) - 돌들의 무덤에서

By  | 2013년 4월 17일 | 
30/03/2013 :: 뚤루즈 오귀스탱 박물관(1) - 돌들의 무덤에서
2013/03/30 뚤루즈 오귀스탱 박물관(Musee des Augustins)돌들의 무덤에서 어렸을 적 소꿉장난을 하고 있노라면 길가에 널부라진 돌이란 꽤나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었다. 던지기도 하고 어딜 긁어서 그림을 그리고, 돈처럼 소중하게 모아 정말 어린아이들끼리 물물교환을 하기도 했다. 어쩌다 발견한 색이 곱거나 잘빠진 돌들은 내 주머니에 넣어져 내 방을 장식했다. 그건 다 돌이 단단하기 때문이었다. 험하게 대해도 절대 부서지지 않고, 정말 돈처럼 딱딱했으니까. 그리고 방에 두어도 변함없이 돌은 돌인 채 남아있을 것이므로 그건 물리적인 강도 이상의 의미를 가졌었다. 조금 나이를 먹고, 더이상 흙 위의 돌멩이들에 흥미를 품지 않게 된 지금에도 돌의 단단함에는 심오한

28/05/2013 :: 사람을 닮은 미술관 :: 프랑스 뚤루즈

By  | 2013년 6월 3일 | 
28/05/2013 :: 사람을 닮은 미술관 :: 프랑스 뚤루즈
사람을 닮은 미술관 2013/05/28 꼬박 10일 전에 오귀스탱 미술관을 다시 찾았었다. 아마 다섯 번 째 방문이다. 처음 갔을 때는 기대감에 눈이 멀어 그저 감탄했고, 두 번째에는 콩깍지가 벗겨지며 조금 실망했다가 세 번째가 넘어서야 비로소 진짜 모습이 보였다. 그래서 그 공간은 사람을 닮았었다. 따지고 보면 미술관은 항상 그 자리에 그대로 있었는데 내 멋대로 들뜨고, 실망했다가, 다시 헬렐레 풀어져버렸다. 미술관에 대한 감흥이란 결국 나의 문제였던 것이다. 하지만 그 미술관도 단 한 번을 같은 모습이었던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언제는 없던 울타리가 갑자기 그림 옆에 쳐졌다가 냉큼 없던 그림들이 생기더니 동상들도 덜컥덜컥 그림들 사이에 자리를 잡았다. 그러곤 있던 그림이

2013/04/20 :: 입국 세 달만의 파리

By  | 2013년 5월 18일 | 
2013/04/20 :: 입국 세 달만의 파리
입국 세 달만의 파리 2013/04/20 프랑스 입국 세 달 째에야 파리에 왔으니 이제 누구한테 '여태 뭐했냐'하는 소리는 그만 듣게 생겼다. 기차에서는 예상 못했던 침대칸에 들어와 어느 흑인 여성과 담소도 나누며 일곱 시간을 보냈다. 일곱 시간의 거리감은 여행을 시작하는 징표이자, 내가 왜 파리에 여태껏 가지 못했는지 말할 수 있는 훌륭한 변명거리였다. 다만 일곱 시간이라는 시간도 침대칸에서의 숙면 앞에서는 그리 긴 시간이 못되었다. 어느새 나는 실감하기에는 아직 부족한 채로 파리 어딘가에 도착해 있었던 것이다. 물론 영화 '미드 나잇 인 파리'같은 낭만이 펑펑 쏟아지리란 기대는 애초부터 하지 않았다. 심지어는 내가 지금까지 살아왔던 뚤루즈와 비슷해 오히려 반가울 정도였다

18/05/2013 :: 낮에만 찍는 사진들 :: 프랑스 뚤루즈

By  | 2013년 5월 19일 | 
18/05/2013 :: 낮에만 찍는 사진들 :: 프랑스 뚤루즈
낮에만 찍는 사진들 2013/05/18 밤에는 사진을 찍을 수 없는 카메라가 있다. 중학교 1학년때부터 햇수로 9년째, 사람들이 필름카메라라고 착각할 정도로 크고 두꺼운 나의 디지털 카메라. 버리는 걸 꺼리는 습성과 이것저것 수집하는 습성, 물건을 조심히 쓰는 습성, 이런저런 나의 습성들을 고스란히 받아들인 고물 카메라. 하지만 이제는 아껴썼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낡아버렸다. 옆 이음매는 오래전부터 벌어져, 차 본네트 열리듯 벌어지려 하지만 테이프로 본드로 막아낸 나의 가장 비싼 고물이다. 핸드폰 카메라가 이제는 더 좋은 사진을 찍어냄에도, 나의 낡은 것에 대한 집착이 그것을 가방 속에 가둬두었다. 10년 전 쯤에는 혁명이라 불렸을 아이다. 이 카메라의 사진은 담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