썩좋지않은 일필휘지

리스본행 야간열차

By  | 2015년 9월 20일 | 
영화를 보면서 항상 개연성을 생각했다. 왜 그렇게 했을까 라는 점을 나는 꼭 짚고 넘어가야하나보다. 그래서 나는 그의 행동을 이해할 수 있었지만, 그의 여행에는 쉽게 동요될 수 없었다. 그렇게 전화를 신경쓰는 사람이 대체 왜? 하지만 영화를 보면서 등장인물이 던지는 메시지는 이렇다. 이유를 생각하지 말라고, 사는 건 그런거라고, 하나하나 꼬치꼬치 따지고 들기엔 인생이란 비논리적인 일 투성이라고, 말이다. 어떤 강렬한 의미나 기타 교훈을 주는 영화는 아니다. 그저 잔잔한 물결에 올라타, 러닝타임이라는 시간이 흐르고 나면 자신 나름의 비정형화된 결론에 도달하는 그런 영화다. 국산 김치들에게는 다소 정서적으로 이해되지 않을 만한 껀수가 보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영화는 영화고 그들은 그들이다.

응답하마 1988

By  | 2016년 1월 17일 | 
응답하라. 우리는 일반적으로 조난이나 사고를 당하려는 상황을 담은 콘텐츠에서 많이 듣게 된다. 그렇다. 웰메이드에 대한 호응으로 응답해달라고 당돌하게 요구했던 드라마에 사고가 나버렸다. 솜씨가 많이 들어간 드라마였다. PPL을 거북하지 않게 소화했다. 그리고 다른 드라마에서는 찾기 어려운 정적도 많았다. 시대에 맞춘 PPL이 어느 새 광고가 아니라 추억으로 성큼 다가와 버렸고, 정적에서 느껴지는 등장인물들의 감정은 동감으로 다가왔다. 응답하라 드라마의 세심함은 다른 드라마와 비교할 수가 없었다. 현실성을 보이는 드라마는 자칫 재미를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지극히 현실적인 드라마는 지극히 재미가 없다. 우리는 그것을 다큐멘터리라고 부른다. 우리는 추억에 응답할 수는 있지만, 미화된 과거, 동감하기 어려운

방송에서 이제 처 먹는거 좀 안보여줬으면 좋겠다

By  | 2020년 1월 31일 | 
잘 먹는 것과 많이 먹는 것은 종이 한 장차이. 그러나 요즘 나오는 예능은 그저 처먹기 바쁘고, 그 맛이 그 맛인데 공감도 안되는 오바는 육갑으로 떨면서 살집있는 연예계 종사자들이 많이 처먹으면 되기만 하는 그런 포멧으로 변질되는 것은 아닌지 싶다. 맛있는 녀석들도 슬슬 피로감이 생긴다. 온갖 예능에서 결국엔 처먹는거로 마무리 지으며, 다른 세상 사는 이쁘고 멋지고 몸관리 열심히 하는 연예계 종사자들도 먹고는 산다라는 것을 보여주고픈 강박이 있는 것 같다. 그사세 사람들에게 대리 죽창질하는 것도 아니고, 전두환이때 3S처럼 민심돌리는 것도 아니고 질리고 물린다. 한국 사람들은 꼭 1절 2절 3절까지해서 사람을 질리게 만드는 재주가 있다. 애국가 아니 아무리 실패에 대해 무자비한 나라이지만, 명색이 창의

007 스펙터

By  | 2016년 2월 14일 | 
강대국의 첩보영화. 영국이 가진 기타 유명 제품의 등장하는 것은 물론. 영국의 문화콘텐츠 뒷배경을 토대로 그려지는 이야기. 강대국 영화 스케일 액션 영화가 재미없을리는 만무. 그러나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007의 문제는 다니엘 크레이그가 007을 맡게 되면서 영화는 보다 현실에 가까워졌다는 것이다. 그럼 그게 왜 문제냐하면 예전의 007은 사실적이지 않은 액션과 만화같은 비밀 무기의 사용으로, 약속한 양 여러 위기 상황의 탈출이나 해결이 만화적인 단순화를 통해서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과거의 007은 어떤 만화적 신무기가 나올까 궁금해하는 사람도 많았다. 별난 도구가 달린 자동차나 여러 도구들 말이다. 허나 크레이그가 맡게 되면서부터 도구보다는 속칭 몸빵으로 해결하는 모습을 보인 새로운 시도가 수용자의

게드전기 - 어스시의 전설

By  | 2015년 8월 8일 | 
지브리 스튜디오 특유의 분위기를 느끼고 싶었다. 그냥. 그런 포근한 그림체에 눈, 그리고 머리를 맡겨놓고는 시간을 흘려보내고 싶었을 뿐이다. 보고나서 느끼는 것이지만 명작의 필요조건은 개연성이다. 내가 영화 감상을 쓸때마다 자주 쓰는 단어 역시 개연성이다. 나는 이름난 일본의 장인이 만드는 애니메이션에도 그런 자잘한 사항을 챙기며 볼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기에. 당연히 그 쪽에서 챙겼을거라고 의심조차 하지 않았기 때문에 별스런 고민도 없이 그 애니메이션을 보았다. 다 보고야 드는 생각이지만 그 애니메이션에 원작이 있었을거라 느끼지도 못했다. 다른 콘텐츠로 창작이 이루어질만한 원작이 있다는 것은 그 원작만으로 충분한 고객을 선확보 할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한다. 신생 기업도 아니고, 좋은 인프라에 좋은 원작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