갱스터판타지

북 오브 보바 펫 The Book of Boba Fett (2021)

By 멧가비 | 2022년 5월 7일 | 
[만달로리안]에서부터 이 시리즈는, 정치 암투나 거시적인 선악 대결 등의 식상한 플롯에서 벗어난 관점으로 세계관을 새삼 들여다보는 데에 매력이 있다. 당장에 저 밉살맞던 샌드족이 든든한 아군 포지션으로 등장하는 건 익숙한 제다이 서사에서는 어지간하면 불가능할테니 말이다. 자바 궁전이 이렇게 안락한 곳이었던가, 랭커가 저렇게 귀여워도 되는 거냐고. [만달로리안]이 스파게티 웨스턴의 우주 버전이었다면 이 드라마는 일종의 갱스터 땅따먹기를 표방하며 시작된다. 보바가 동네 깡패 총대장을 자칭하며 군소 갱 두목들을 모았을 때, [GTA 샌 안드레아스]나 [세인츠 로우] 같은 게임에서나 보던 걸 스타워즈 외전에서 볼 수 있게되나 싶어서 엄청나게 기대했단 말이지. 그런데 장르 판 잘 깔아놓고 주인공 보바가 자

킬 빌 Kill Bill (2003, 2004)

By 멧가비 | 2021년 2월 4일 | 
다른 영화들에서 카피해 온 요소들로 장편 영화 하나가 구성되는 건 새삼 신기할 일도 아니지만 널리 알려진 수법이라고도 할 수 없다. [터미네이터]나 [매트릭스] 등 대단히 새로운 무언가로 평가 받은 영화들에 사실은 오리지널리티가 얼마나 없는지를 얘기해주면 다들 놀라듯이 말이다. 타란티노의 짜깁기 영화는 그러한 점에서 다르다면 다르다. 데뷔작 [저수지의 개들]이 사실은 [용호풍운]의 플롯 카피라는 점을 당당히 밝혔던 것처럼, 그는 늘 자신의 작품 세계를 구성하는 자신의 경험과 리스펙트에 대해 밝히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그것은 그의 작품관이 그의 도발적인 태도와는 달리 늘 다른 작품들에의 존경으로 가득하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한 편으로는 그저 몇 개의 요소들을 카피해왔다는 점만으로 자신의 영화가 평가절

달콤한 인생 (2005)

By 멧가비 | 2017년 3월 23일 | 
달콤한 인생 (2005)
선문답 같은 대사들이 오가고 몸에 맞춘 수트를 입은 미남들이 암흑가에서 거드름을 피운다. 스타일을 내세운 느와르, 물론 현실의 깡패 이야기가 아니다. 깡패라는 것을 무법자 이상의 어떤 폼나는 존재로 여기며, 귀찮은 과정 뛰어넘어 멋있어지고 싶고 성가신 것은 때려서 굴복시키고 싶어하는 멍청이들의 판타지. 멍청한 마초들이 몽정하는 꿈의 세계관을 돈 들이고 공들여 영화로 만들면 이 영화처럼 된다. 담배 초콜릿 같은 영화. 순정에 죽고 가오에 사는 폼 나는 마초들의 꿈동산. 결국 영화 속 폼잽이들의 모든 말과 행동은 나르시시즘, 즉 자뻑으로 수렴된다. 미녀에게 첫 눈에 반해 판단 착오를 하는 순정 마초인 내가 너무 멋지고, 모욕감을 준 부하에게 냉혹한 린치를 가하는 내가 존나 멋진 것 같고, 개처럼 구른

스트리트 오브 화이어 Streets Of Fire (1984)

By 멧가비 | 2016년 11월 18일 | 
스트리트 오브 화이어 Streets Of Fire (1984)
바람처럼 나타났다 사라지는 해결사 이야기, 결국은 서부극의 또 다른 변주인 이 영화는 단지 현대판 카우보이의 재현에 그치는 대신 80년대 마초의 순정을 넘어 두 남녀의 쿨한 모던 로맨스를 다룬다. 서로 애틋하면서도 각자의 갈 길을 간 톰과 엘렌은 자존감으로 똘똘 뭉친 현대인이다. 그 두 사람은 공통적으로 자신의 여정을 로맨스라는 카테고리에 묻히는 것을 거부한다. 톰은 방랑자의 자유로운 행보를, 엘렌은 팝 가수로서의 꿈을 포기하지 않는다. 감독의 전작들인 '투쟁의 그늘' 그리고 '워리어'와 함께, 나 개인적으로는 "월터 힐 마초 삼부작" 쯤으로 묶는 작품인데, 본작의 톰이 선배 마초들인 체이니나 스완과의 근본적인 차이점이 바로 여기에 있을 것이다. 그는 타고난 아웃사이더가 아닌, 자신의 아이덴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