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위기주부의 미국 여행과 생활 V2 | 2018년 9월 17일 |
전편에서 꼭 가봐야 하는 '보석동굴'이라고 바람만 잔뜩 넣어놓고는... 막상 동굴 안의 모습은 제대로 보여주지도 않고 끝내서 섭섭하셨던 분들이 혹시 계셨나 모르겠다~^^ 그래서, 쥬얼케이브(Jewel Cave) 준국립공원의 1시간20분짜리 시닉투어(Scenic Tour)의 사진과 이야기, 동영상을 바로 소개해드린다.계단 위로 우리가 타고 내려온 엘리베이터실의 출입문이 보이는데, 첫번째 만나는 모습부터 지금까지의 다른 동굴들과 달랐다. 특히 전전날의 좁고 낮은 통로만 잔뜩 있던 윈드케이브(Wind Cave) 동굴투어에 비해서 널찍한 동굴 안이 아주 마음에 들었다.조명이 비추는 곳을 보니 이 동굴의 '보석(jewel)'인 캘사이트 크리스탈(Calcite Crystal)들의 모습이 보였다. 하지만 모스경도(Mohs hardness) 3으로 비교적 잘 부서지는 방해석(calcite), 즉 탄산칼슘(CaCO3) 결정으로... 엄밀히 말해서 보석으로 분류되는 비싼 광물은 아니다.잘 만들어진 철제계단을 따라서 바닥까지 내려갔는데, 지금 오른쪽 동굴벽에 볼록하게 무리지어서 오돌도돌 보이는 것들도 모두 방해석 결정들이다. 그런데, 처음의 사진처럼 반투명의 뾰족한 결정으로 멋있게 보이지 않는 이유는...투어가 진행되는 통로 주변의 결정들은 사람들이 만지거나, 또는 직접 만지지 않더라도 사람들에 의해 유입되는 외부의 유기물과 표면이 반응을 해서 이렇게 불투명하게 변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깨진 단면에서 보이는 것처럼 저 만한 두께의 결정이 자라서 동굴벽면을 덮고있는 모습은 정말 장관이었다.이렇게 말이다!^^ 비록 투명한 빛을 잃기는 했지만, 사방이 이런 결정들로 둘러싸인 동굴의 통로를 지나면서 든 생각은, 바다속의 산호초 사이를 걷는 것 같기도 하고 또 뭉게구름 속을 걷고있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깊숙히 내려와서 만들어진 넓은 공간에 사람들이 모였는데, 전체적으로 메마른 동굴이지만 여기처럼 부분적으로 수분이 스며들어서 종유석이 자라고 있는 곳도 있다고 한다.특히 동굴 벽이 오돌도돌한 결정들로 되어있다보니, 그 사이사이로 물이 흘러내리면서 이렇게 촘촘하게 주름(?)이 잡힌 특이한 모양의 종유석이 만들어지게 된다는 것이다.쥬얼케이브의 이 동굴투어에서도 전전날 윈드케이브 국립공원에서 그랬던 것처럼, 동굴 깊숙한 곳에서 모든 조명을 끄고 완전한 암흑을 경험하는 순간이 이어졌다. (완전한 암흑의 모습을 보시려면 여기를 클릭해서 윈드케이브 동굴투어 포스팅을 보시면 됨)이동하는 중간에 조명을 잘 설치해놓아서, 방해석 결정을 빛이 투과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어디론가로 이어지는 보석의 통로... 정말 100여년 전에 처음 이 곳을 발견했을 때는 저 결정들이 모두 반투명의 뽀족한 형태를 하고 있었을테니, 그 모습을 상상해보면 정말 아름다운 '보석동굴'이라는 이름에 손색이 없었겠다.시닉투어(Scenic Tour)의 루프코스 길이는 0.5마일 정도이지만, 모두 723개의 계단을 내려가고 다시 올라가야 한다.이 동굴에서 가장 유명한 케이브베이컨(Cave Bacon)으로 좁은 틈을 따라서 흘러내린 철분을 포함한 물이 만든 일종의 종유석으로 정말 베이컨처럼 생겼는데, 저 아래에 소개하는 동영상을 보시면 얼마나 큰 베이컨인지 확인하실 수 있다.위로 올라갈 수록 다시 동굴의 넓은 공간들이 나오는데, 동굴 천정의 대리석 무늬가 아름답다.쥬얼케이브를 소개하는 사진에 자주 등장하는 커다란 방인데, 역시 아래 동영상을 보시면 물방울 떨어지는 소리도 들을 수 있다.다음에 또 미국의 어떤 동굴투어를 하게 될 지 모르겠지만, 여기 사우스다코타(South Dakota) 주의 블랙힐스(Black Hills) 지역에 있는 이 '보석동굴'에서의 투어는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았다.위의 화면이나 여기를 클릭하시면, 사진으로는 다 소개하지 못한 동굴투어의 모습을 보실 수 있으니, 꼭 보시기 바란다.타고 내려왔던 엘리베이터로 다시 비지터센터로 올라가는 것으로 1시간여의 동굴투어가 모두 끝나게 된다.오후 1시가 훌쩍 넘은 시각이라서 급하게 비지터센터를 나와서 주차장으로 향하면서도 한 번 더 돌아보게 되었다. 대륙횡단을 하시거나 아니면 우리처럼 이 지역만 렌트카 여행을 하신다면, 시간을 꼭 내어서 쥬얼케이브의 보석들을 구경해보시기 바란다.자동차로 30분 정도 서쪽으로 달려서, 와이오밍(Wyoming) 주의 뉴캐슬(Newcastle)이라는 작은 마을에서, 여기 Wayback Burgers에서 늦은 점심을 먹었다. 그리고는 이제 마침내 '악마의 탑'을 찾아간다.
By
위기주부의 미국 여행과 생활 V2 | 2018년 9월 14일 |
러시모어 큰바위얼굴과 두 개의 국립공원 등 볼거리가 많은 사우스다코타 블랙힐스(Black Hills) 지역에서, 여기 쥬얼케이브 내셔널모뉴먼트(Jewel Cave National Monument)는 국립공원보다 한 단계 낮다고 빼먹으시는 분들이 대부분인 것 같았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정말로 '숨어있는 보석'같은 멋진 곳으로 블랙힐스에서 절대로 놓칠 수 없는 관광지라고 할 수 있다.전전날 윈드케이브(Wind Cave) 국립공원에서 오후 4시 투어 직전에 도착해서도 참가를 할 수 있었기에, 그래서 여기도 오전 10시 투어를 할 생각으로 맞춰서 왔는데... 허걱! 10시도 매진, 11시도 매진이었다. 다행히 11:40분 투어에 자리가 남아있어서, 잠시 고민 끝에 예약을 하고 비지터센터부터 구경하기로 했다. (구글맵으로 지도를 보시려면 여기를 클릭)계단을 내려가보니 여름방학도 했을텐데 단체로 견학을 왔는지 어린이와 부모들이 아주 많았다. "너희들이 10시와 11시 투어를 다 예약해서, 우리가 1시간반을 여기서 기다려야 하는구나~"비지터센터 안에도 많은 아이들이 쥬니어레인저 책을 들고 열심히 공부를 하고 있었고, 시간 많은 우리도 천천히 비지터센터의 전시를 구경했다. (안내데스크 안쪽 공원직원 옆에 모자 쓰고있는 사람 주목)동굴의 깊이에 따라서 색깔을 다르게 표현한 쥬얼케이브(Jewel Cave)의 땅속 지도인데, 표시된 통로(passageway)의 총 길이가 310km 이상으로 현재 세계에서 3번째로 긴 동굴이라고 한다. 그런데, 왜 '보석동굴'이라고 부르는 것일까? 이름 옆에 보이는 사진에 그 해답이 있다.사진에 보이는 투명한 보석같은 '방해석 결정(Calcite Crystal)'이 동굴의 벽면에 가득하기 때문이라는데, 정말로 저렇게 투명한 크리스탈들이 가득 박혀있는 동굴내부를 나중에 투어하면서 볼 수 있을까? 또 동굴 안에서 만들어지는 여러가지 특이한 형상들을 밀폐된 투명상자에 전시하고 있었는데, 그 중에서 가장 신기한 프로스트워크(Frostwork)로 광물성분이 저렇게 서리처럼 자란다고 한다.쥬얼케이브(Jewel Cave)는 루즈벨트 대통령에 의해서 1908년에 준국립공원에 해당하는 내셔널모뉴먼트(National Monument)로 지정이 되었는데, 사실 전전날 방문했던 인근의 윈드케이브(Wind Cave) 국립공원보다 우리는 여기가 훨씬 더 멋있었다. (사진을 클릭해서 원본보기를 하시면 안내판의 내용을 읽어보실 수 있음)뒤늦게 공원의 지도를 소개하는 이유는 비지터센터(Visitor Center) 구경을 다 하고도 시간이 남은 우리가 찾아간 히스토릭에리어(Historic Area)를 설명하기 위해서다. 최초로 동굴이 발견된 절벽의 입구와 역사적인 통나무집(Cabin)이 있다고 해서 자동차로 찾아가 보았는데,6월 중순이었는데도 아직 여름이 아니라는 말인지 (지도에 "open summer only"라고 되어 있음), 캐빈과 동굴입구로 가는 도로가 막혀있어서 이렇게 '역사적인' 간판만 구경하고 다시 비지터센터로 차를 돌려야 했다.그래도 예약한 투어까지는 40분이나 남아서, 주차장 가운데 키 큰 나무 아래에 만들어진 피크닉테이블에서 과일로 간식을 먹으며 시간을 보냈다. 블랙힐스 국유림(Black Hills National Forest) 해발 1,650m의 깨끗하고 파란 하늘 아래에서~^^투어시간이 되어서 다시 비지터센터로 내려가니, 레인저가 사람들 앞에서 지도를 펼쳐놓고 설명을 하고 있었다. 동굴에 관해서 가르친다고 생각했는데, 확인해보니 2000년 8월에 공원의 90%를 태웠던 재스퍼 산불(The Jasper Fire)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거였다. (앞에 앉은 아이들 엄청 재미 없었을 듯^^) 당시 산불이 비지터센터도 태울뻔해서 중요한 서류와 지도, 컴퓨터 등을 동굴 안으로 옮겨서 보관했으며, 위에서 언급한 Historic Area의 1930년대에 지어진 통나무집은 방화거품을 계속 뿌려서 겨우 불이 옮겨붙는 것을 막았다고 한다.우리가 참가하는 시닉투어(Scenic Tour)는 한 번에 참가자가 30명까지이고, 인터넷 예약이 가능하다! (미리 예약했으면 이 날 1시간반을 허비하지 않았을텐데) 그런데, 표를 받는 사람이 좀 전에 안내데스크 안에 있던 모자 쓴 학생이다. 표검사만 여름방학 아르바이트로 하는건가 생각했는데...이 분이 동굴투어까지 진행하시는 것이었다. 자 이제 엘리베이터를 타고 '보석동굴'로 내려가보자~엘리베이터가 열리면 나오는 서늘한 땅속 인공통로를 지나서 저 문을 열고 나가면 실제 동굴이 나오게 된다.위의 동영상을 클릭하시면 비지터센터 구석구석을 둘러보는 모습과 땅속에 도착하는 모습을 비디오로 보실 수 있다.문을 열면 나타나는 넓은 지하공간과 그 아래에 잘 만들어놓은 철제 계단과 발판에서 우리의 '보석동굴' 투어가 시작되었는데, 요기까지만 맛보기로 보여드리고 다음 편에서 보석들이 가득한 쥬얼케이브(Jewel Cave)의 내부 모습이 이어진다.
By
위기주부의 미국 여행과 생활 V2 | 2018년 9월 5일 |
8박9일 자동차여행의 4일째 아침, 2박을 한 키스톤 숙소를 나와서 러시모어산 미국 대통령 얼굴 조각을 지나 불과 30분 거리에 있는 다른 기념물을 찾아간다. 지난 번 커스터 주립공원 포스팅에서 언급했던 (내용을 보시려면 클릭), 미국과 원주민간의 리틀빅혼 전투에서 인디언들의 승리를 이끈 전사가 그 기념물 조각의 주인공이다.타슈카 위트코(Thašųka Witko, 1840년 가을 ~ 1877년 9월 5일): 라코타어 이름의 뜻이 '그의 말은 미쳤다'라서 영어로 크레이지호스(Crazy Horse)라 불리며, 미국군대에 맞서 라코타족의 전통과 생존을 위해 싸운 존경받는 족장이자 전쟁지도자이다. (한국에서는 번역하여 미친 말 또는 성난 말이라고 부르기도 함) 리틀빅혼 전투에서 싯팅불(Sitting Bull)과 연합하여 미군과 싸워 승리를 거두었으나, 그 후 미군에게 쫓기다가 1877년 살해당했다. 이를 기리기 위해서 블랙힐스의 러시모어 산에서 27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 크레이지 호스의 조각상을 만들고 있다. (왼쪽은 여동생의 증언에 따라 그려진 스케치이고, 오른쪽은 크레이지호스의 사진으로 많이 알려졌지만 다른 사람일 가능성이 높다고 함)16번 국도에서 표지판을 따라 죄회전을 하면 크레이지호스 메모리얼(Crazy Horse Memorial)의 입구가 나오고, 입장료를 내고 자동차로 들어오면 바로 이렇게 거대한 바위산을 절반 이상 깍아서 만들고 있는 조각이 정면으로 보인다. (구글맵 지도는 여기를 클릭) 마음같아서는 계속 직진해서 저 바위산 아래까지 가보고 싶었지만, 산 아래까지는 별도로 추가요금을 내고 저 버스를 타야만 들어가볼 수가 있단다. (이 때까지만 해도 비싼 입장료를 내도, 멀리서 옆모습밖에 볼 수 없다는 사실에 솔직히 좀 실망했었음)방문자 안내소인 Welcome Center 입구에서 사진을 찍고 안으로 들어갔는데, 차량입구에서 산 표를 이 안에서 다시 보여줘야 입장이 가능했다.아침 9시가 조금 안 된 시각이었는데, 높게 지은 건물 내부는 아직은 매우 썰렁했다. 안내부스 위에 라는 큰 그림이 걸려있는데, 그 원본사진을 보면서 어떻게 여기에 크레이지호스의 조각이 만들어지게 되었는지 알아보자~코자크 지올코브스키(Korczak Ziółkowski)는 러시모어산 조각에도 참여한 폴란드계 미국인 조각가인데, 1939년에 크레이지호스의 이종사촌뻘인 라코타족 추장 '서있는 곰' 스탠딩베어(Standing Bear)의 편지를 받게 된다. 몇 년의 고심끝에 지올코브스키는 뒤에 보이는 썬더헤드(Thunderhead) 바위산에 크레이지호스를 세계최대의 조각으로 새기기로 결심하고, 1948년 6월 3일에 저 바위산 정상에서 첫 발파를 하는 것으로 홀로 작업을 시작했다. 스탠딩베어가 보낸 편지의 마지막 구절은 다음과 같았다고 한다. "My fellow chiefs and I would like the white man to know that the red man has great heroes, too."코자크는 1982년에 74세의 나이로 죽고, 아내 루스 지올코브스키(Ruth Ziółkowski)와 10명의 자녀가 계속해서 작업을 해서, 마침내 착공 50년만인 1998년에 크레이지호스의 얼굴이 완성이 되었다. 그 후 아내 루스도 2014년에 87세로 사망하고, 지금은 그 딸이 책임자로 여러 형제와 조카들이 3대째 이 꿈을 이어가고 있다고 한다.그런데, 아무리 이른 시간이라고 하지만 좀 심하게 한산하다... 이 지역 원주민들에 관한 많은 사진과 그림, 전시물이 있지만, 눈에 뭔가 확 들어오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 때, 소개영화를 한다고 해서 큰 기대를 하지않고 안내부스 뒤의 극장으로 들어갔다.감명 깊게 본 소개영화를 유튜브에서 찾아봤는데 역시 없었고, 대신에 CNN에서 방송했던 영상을 위의 사진이나 여기를 클릭해서 보실 수 있다. 그리고 CBS에서 방송한 8분짜리 영상 또는 소개영화에 나왔던 옛날 장면이 궁금하면 1987년에 만들어진 영상을 클릭해서 보셔도 된다. 참고로 2011년 2월에 한국 MBC의 <신비한 TV 서프라이즈>에서도 '성난 말'의 이야기가 방송이 되었다고 하는데, 여기를 클릭하시면 당시 방송화면 몇 장을 보실 수 있다.소개영화가 끝나고 스크린 옆의 앞문으로 나가면 이렇게 유리창 너머로 크레이지호스의 조각이 바로 보인다. (옛날 세인트헬렌스 화산 비지터센터의 소개영화처럼 스크린이 올라가면서 바로 앉은 자리에서 창밖이 보였다면 더 좋았겠지만^^ 포스팅은 여기를 클릭) 그리고, 위 사진 왼쪽에 보면 작은 조각상이 창가에 하나 놓여져 있다.코자크 지올코브스키(Korczak Ziółkowski)가 직접 만들었다는 크레이지호스 조각상의 1/300 모형으로, 그 뒤로 실제 조각이 흐릿하게 보인다.완성된 얼굴의 높이가 27m로, 러시모어산 대통령 얼굴의 높이 18m의 정확히 1.5배이다. 그런데, 러시모어처럼 얼굴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왼팔을 앞으로 뻗은 상반신과 타고있는 말의 머리와 높이 든 앞다리까지 만든다는 계획이므로, 그 엄청난 규모가 상상이 되지 않는다. 만약 모형대로 완성이 된다면 조각의 좌우 길이는 195m, 높이는 172m로 독보적인 세계 최대의 조각이 된다고 한다.웰컴센터와 연결된 북아메리카 인디언박물관(Indian Museum of North America)을 지나서 뒷마당으로 나갔다.뒷마당에는 석고로 만든 1:34 모형이 있어서 좀 더 자세히 조각을 구경할 수 있다. "지혜야, 팔을 더 수평으로 들어야지!"타슈카 위트코는 원주민들이 신성하게 여기는 블랙힐스(Black Hills) 지역을 백인들이 돈을 주고 사겠다고 하자, "땅은 우리의 어머니인데 어찌 어머니를 팔 수 있느냐.”라고 하였다하며, 그럼 그 땅이 어디까지인지 물어보자 손을 뻗으며 "내 땅은 내가 죽어서 묻히는 곳이다."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My lands are where my dead lie buried.석고상의 말머리 너머로 층층이 깍아낸 바위산에 흰색 페인트로 그려진 말머리의 윤곽선이 보이는데, 말머리의 코와 입은 아직 바위산 밖으로 나오지도 않았다. 말머리의 아래쪽으로도 더 파서 앞다리까지 만들어야 하는데 말이다...인디언들의 공연이 열리는 작은 무대가 있는 야외전망대에 앉아서 도저히 완성되지 않을 것 같은 조각을 바라본다~ 미국 정부가 인디언 탄압에 대한 반성의 의미로 두 차례나 조각상의 제작 비용을 지원하겠다고 했지만, 코자크는 "미국 정부에 대한 저항 정신을 기리기 위해 만들어지는 조각상을 미국의 지원을 받아 만든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정부의 지원을 일절 거절했단다. 그래서 처음부터 그랬듯이 지금도 경비 일체를 개인 기부금과 입장료, 기념품 판매수익으로만 중당하면서 조각이 느리게 진행되고 있어서 완성까지는 최소 100년은 더 걸릴 것이라고 한다. (이렇게 여행기를 쓰며 복습을 했더니 당시 입장료 $30도 안 아깝고, 버스비 더 내고 조각상 아래까지 가볼 걸 그랬나 생각도 들지만... 100년이 지나도 계획처럼 완성되지는 못할 것 같음)얼굴이 완성되고 정확히 20년이 더 지난 2018년에도 외관상 큰 진척은 없어 보인다. 하지만 사진 오른쪽 끝을 자세히 보면, 말머리 위로 뻗은 왼손의 손가락 끝이 모양을 드러내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버지가, 아니면 할아버지가 처음부터 조각을 너무 크게 만들 계획을 하는 바람에, 자손들이 대를 이어서 고생을 한다"는 생각이 들 때, 이 곳 크레이지호스 메모리얼(Crazy Horse Memorial)의 모토가 떠올랐다.아이러니하게도 본인은 한 번도 미국인이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을 '성난 말' Crazy Horse가 1982년에 '위대한 미국인들(Great Americans)' 시리즈 우표의 모델로 선정이 되었단다. 그 우표 3장에 찍힌 크레이지호스 우체국 소인에 그려진 이 곳의 문양 아래에 모토가 적혀있다. "NEVER FORGET YOUR DREAMS" 잊지말라는 그 꿈이 원주민 타슈카 위트코의 것인지, 아니면 조각가 코자크 지올코브스키의 것인지 모르겠지만... 왠지 이 문구를 다시 떠올리는 순간, 언젠가는 말을 달리는 크레이지호스의 조각이 이 곳에 제 모습으로 완성될 것을 믿어 의심치 않게 되었다.
By
위기주부의 미국 여행과 생활 V2 | 2018년 9월 1일 |
무슨 놀이공원도 아닌데 '야간개장'이라고 부르는 것이 좀 웃기기는 하지만, 그래도 러시모어 바위조각에 조명이 켜진 모습을 밤에도 볼 수 있다는 정도만 알고, 바로 옆 키스톤(Keystone) 마을에 2박 예약을 했었다. 그리고 8박9일 여행의 출발이 임박해서 세부계획을 짜면서 알게된 사실이...그냥 어두워지면 조명을 켜는 것이 아니라, 야외극장에 사람들을 모아놓고 특별한 '이브닝 라이팅 세레모니(Evening Lighting Ceremony)'를 한다는 사실이었다. 그래서 여행 3일째인 이 날도 400km나 운전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저녁을 먹고 호텔방에서 잠시 쉬었다가 다시 이 곳을 찾았다. (마운트러시모어 국가기념물에 대한 소개는 여기를 클릭해서 오전 방문기를 보시면 됨)낮에는 그렇게 더웠는데, 해가 떨어지고는 산속이라서 급속히 추워지는 것 같아서 우리 모두 두꺼운 겉옷을 입고 나왔다.이미 해는 블랙힐스(Black Hills)의 검은 바위산 너머로 사라진 그랜드뷰 테라스(Grand View Terrace)에 사람들이 여전히 많았다. (사진 왼쪽에 양복 웃도리를 입으신 분... 밑에는 반바지라서 깜놀^^) 하지만, 더 많은 사람들이 그랜드뷰 테라스 너머로 만들어져 있는여기 야외 원형극장(Amphitheater)에 이미 자리를 잡고 세레모니가 시작되기를 기다리고 있었고, 조명이 켜진 무대에는 어린이들이 마음대로 올라가서 자유롭게 놀고 있었다.오전에 텅 빈 야외 극장을 내려다 보면서, 저녁에 사람들이 많이 없으면 썰렁하겠다는 걱정(?)을 했는데... 월요일 평일 저녁이었음에도, 이 큰 극장이 거의 자리가 채워졌다는 사실이 참 놀라웠다.우리 가족도 오른편 관람석의 중간 정도에 자리를 잡았다. (구글맵으로 지도를 보시려면 여기를 클릭)저녁 9시가 살짝 넘은 시간이었지만, 아직 조명 없이도 4명의 미국 대통령 얼굴이 잘 보였는데, 시간상 해가 늦게 지는 섬머타임에 또 위도가 높은 북부 지역이라서 그런 것 같다.그리고 잠시 후 9시20분이 되어서야 무대가 정리되고, 파크레인저가 등장하면서 식이 시작되었다. 공식적으로 저녁 라이팅 세레모니(Lighting Ceremony)는 5월말 메모리얼데이 연휴 전 금요일부터 8월초까지는 저녁 9시에, 그 다음부터 9월30일까지는 저녁 8시에 시작된다고 되어있다. (세레모니가 없는 기간에도 조명은 켜지고 야간개장은 함)레인저가 미리 적어온 내용을 보면서, 조각된 4명 대통령의 어록(?)을 한마디씩 소개했는데, 왜 이렇게 시간을 끄나 생각을 해보니 약간 더 어두워지기를 기다리는 것이었다. 그리고는 때가 되면 레인저는 들어가고 뒤쪽 스크린에 먼저 오전에 비지터센터에서 봤던 소개영화가 7~8분 정도 나온 후에 뮤직비디오(?)가 화면에 나온다.
위의 영상이나 여기를 클릭하면 노래의 클라이막스에 러시모어 조각에 조명이 켜지는 순간을 보실 수 있다. 그리고 바로 이어서 미국 국가 를 모든 참석자들이 함께 부른다.미국 국가가 연주될 때, 일어나서 가슴에 손을 얹고 따라 부르는 사람들의 모습이다. 사진의 노출을 바위산 위에 맞춰서 다시 찍어보면,이렇게 조명을 받는 4명의 대통령 얼굴 조각을 볼 수 있는데, 빛을 반사하는 바위 무늬의 얼룩 때문인지 아니면 명확한 그림자가 없기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좀 어른어른거리는 느낌이었다. 그런데, 도대체 어디에서 조명을 비추는거길래 저렇게 머리 위 끝까지 밝게 보이는 것인지 궁금해하며 뒤를 돌아보니,그랜드뷰 테라스의 좌우로 만들어진 조명탑에서 각각 10발씩 정면에서 조명을 쏘는 것이었다. 러시모어 조각상에 조명이 켜졌으니, 세레모니가 모두 끝났다고 생각했는데 이걸로 다가 아니었다.미국은 관람객들이 많이 모인 곳에서 행사를 할 때 (지금은 쇼가 없어졌지만 씨월드의 범고래 샤무쇼(Shamu Show)가 일례인데, 포스팅은 여기를 클릭), 또는 지역에 따라서 경기장에서 경기 시작하기 전에, 군인과 그 가족들에게 일어나라고 해서 박수를 쳐주는 경우가 많이 있다. 여기 러시모어에서는 장소가 장소이니만큼 아예 육/해/공군과 해병대 및 국경수비대 출신은 모두 무대로 나오라고 해서 감사의 박수를 쳐주는 모습이다.그리고, 그 '베테랑'들이 무대 위의 성조기 하강식을 하는 것으로 라이팅 세레모니의 모든 일정이 끝나는 것이었다.모두 56개의 깃발이 걸려있는 애비뉴오브플래그(Avenue of Flags)를 지나와서, 뒤를 돌아보고 밤하늘 아래 빛나고 있는 마운트러시모어(Mount Rushmore)를 마지막으로 카메라에 담고 숙소로 돌아갔다. 이로써 8박9일 러시모어/콜로라도/와이오밍 여행의 길었던 3일째 이야기도 다 끝났는데, 블로그에 올린 하루 동안의 여행기가 모두 9편이나 되는 기록을 세운 길고 바쁜 날이었다.^^
zoomtr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