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이사를 온 미동부 버지니아(Virginia) 주에서 사는 소소한 이야기를 슬슬 풀어보려 한다. 미서부 캘리포니아 LA에서 이삿짐을 싣고 무작정 대륙횡단을 떠날 때는 워싱턴DC가 목적지이고, 집은 페어팩스(Fairfax) 카운티에 구할거라고 말씀드렸는데, 운명은 우리를 그 옆동네인 라우던(Loudoun) 카운티의 '스털링(Sterling)'이라는 예쁜 이름의 마을로 안내했다... 아무래도 아래의 지도 하나만 먼저 보여드리고 사는 동네 이야기를 시작하는 것이 이해에 도움이 되실 것 같다.
워싱턴 메트로폴리탄 지역(Washington metropolitan area)에 속하는 22개 카운티를 보여주는 지도로, 강 동쪽에서 District of Columbia가 미국의 수도인 워싱턴이며 나머지는 메릴랜드(Maryland) 주, 그리고 강의 서쪽은 버지니아(Virginia) 주이다. 그래서 이 광역도시권을 3곳의 첫 스펠링만 모아서 미국사람들에게는 아주 익숙한 다른 뜻의 약어에 정관사를 붙여서 "the DMV"라고 부르기도 한단다. 옛날에 미국에 처음 와서 <내가 살고있는 오렌지카운티를 'LA'라고 부를 수 있을까?>라는 포스팅을 올린 적이 있는데, 시간되면 아마도 비슷한 제목의 글을 또 한 번 써봐야하지 않을까 싶다~
아랫동네인 프린스윌리엄(Prince William) 카운티의 우드브리지(Woodbridge)에 있는 이케아(IKEA)가 지난 주말 나들이의 처음 목적지였다. (구글맵으로 위치를 보시려면 클릭) 집에서 1시간 가까이 걸리는 먼 곳이지만, 결국은 이사 후 한 달 동안에 3번이나 방문을 해야 했다. 여기서 또 오래된 추억소환 하나... 옛날에 올렸던 '이케아 전시장'의 모습을 보시려면 여기를 클릭하면 된다.
전세계 이케아의 거의 다 똑같은 매장 입구사진을 쓸데없이 올린 이유는, 안내화면이 오류가 나서 떠있는 윈도우 XP의 '블루스크린'을 오래간만에 본 것이 너무 재미있었기 때문이다.
2층으로 올라가서는 바로 레스토랑으로 고고~ 이케아에 밥 먹으러 왔다.^^
메뉴는 항상 스웨디쉬미트볼(Swedish meatballs) 두 접시인데, 이 때는 둘 다 배가 고파서 12알짜리로 시켰다는!
가구 전시장의 모습이야 앞서 링크한 옛날 포스팅들의 모습과 별반 달라진 것도 없고, 또 이제는 한국에도 이케아 공식 대형매장이 생긴지 오래되었으니까 따로 보여드리지 않는다. 그냥 심히 '이케아스러운' 이 크리스마스 트리 사진만 한 장 올리는데, 저 별을 사서 집에 만들어 놓은 크리스마스 트리의 꼭대기에 한 번 달아볼까 잠시 고민을 했었다.
미국은 지금 물류문제가 심각한데, 그래서 많은 가구들이 품절이라서 픽업을 할 수 없었다. 꼭 사고 싶었던 흔들의자도 마침내 사기는 했는데, 프레임과 시트 모두 원하는 색깔은 재고가 없어서 그냥 남아있는 것으로 살 수 밖에 없었다.
이케아 가는 길에 강을 건너는 다리 아래로 예쁜 집들이 모여있는 동네가 보였다고 해서, 쇼핑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잠시 들러보았다.
주민이 천명 정도밖에 안 되는 오코콴(Occoquan, 오콰콴)이라는 이 작은 마을은, 중심가의 건물 60여채가 국립역사지구(national historic district)로 지정되어 있는 유서 깊은 마을이라고 한다. (구글맵으로 위치를 보시려면 클릭)
크리스마스 트리로 장식된 마을회관인 타운홀(town hall) 건물의 모습이다.
이 마을은 1760년경에 만들어졌던 엘리코트의 방앗간(Ellicott's Mill House)으로 제일 유명했는데, 미국땅에서 최초로 대형으로 만들어진 '자동화된 제분소(automated grist mill)'였다고 한다. 아쉽게도 175년간 잘 동작하다가 1930년대에 화재로 흑백사진에 보이는 강가의 큰 건물은 모두 불타서 사라지고, 지금 박물관으로 사용되는 벽돌건물만 남아있다.
오래 전 카운티에서 세워놓은 마을의 역사를 소개하는 안내판이 강가에 삐딱하게 서 있었다. 신대륙 최초의 영국인 정착지인 제임스타운(Jamestown)을 이끌었던 존스미스 선장(Capt. John Smith)이 1608년에 이 강가를 처음 탐험한 기록이 남았다고 하는데... 슬슬 버지니아, 아니 미국의 역사공부가 시작되려고 한다~
또 미국의 남북전쟁 당시에 이 마을이 강을 건너는 중요한 통로 역할을 했다는 안내판이 세워져 있는데 (클릭해서 원본보기로 읽으실 수 있음), 버지니아의 관광지와 명소들을 제대로 돌아보려면 제임스타운부터 남북전쟁까지의 미국의 역사에 대한 이해가 필수인 것 같다... 옛날에 재밌게 봤던 이원복 교수의 만화 <먼나라 이웃나라> 미국 역사편이라도 다시 찾아서 읽어야 할 듯~^^
오코콴 강(Occoquan River)을 건너는 도보다리가 놓여있지만, 날씨가 추워서 건너가 보지는 않았고,
토요일 오후에 이 쪽 강변을 따라 공원에 들어선 크리스마스 마켓만 잠시 구경을 했다.
우리의 눈길을 끈 것은 진저브레드하우스 콘테스트(gingerbread house contest)였다~ 누가누가 잘 만들었나?
항상 궁금한 것은... 과연 이렇게 열심히 만든 '생강빵집'을 과연 대회가 끝나면 어떻게 처리하냐는 것이다. 내년까지 그대로 놔둬도 전혀 상하지가 않을 것 같은 모습인데... 먹느냐 마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벽만 갈색으로 칠해놓으면, 실물 크기의 진저브레드 하우스라고 해도 믿을 수 있을만큼 예쁘게 장식을 한 작은 집도 있었다. 위 사진에서 제일 왼쪽에 아주 살짝 보이는 2층 벽돌집인 Rockledge Mansion은 1758년에 만들어진 상태 그대로 잘 보존되어서 따로 국가사적지(National Register of Historic Places)로도 지정이 되어있지만, 당시에는 몰라서 그냥 지나쳤다.
마을과 강의 이름 오코콴(Occoquan)은 여기 살던 원주민들의 언어인 알곤킨(Algonquin) 말로 "at the end of the water"라는 뜻이라는데, 이제 돌아가는 우리집의 북쪽에 있는 도로와 공원의 이름이 알공키안(Algonkian)이다. 초기 미국역사도 공부해야 되고, 아메리카 원주민들 부족의 이름과 말도 알아야되고... 위기주부의 블로그 시즌2 미동부편은 그렇게 힘들게 시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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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말 기준으로 미국에는 '국립공원'인 내셔널파크(National Park)가 63곳이 있는데, 위기주부는 지금까지 그 중 42곳을 방문했다. (이번에 두 차례의 대륙횡단을 하면서 7곳을 새로 방문했음) 그 63곳 중에서 대다수가 서부에 모여있어서 LA에 살면서 많이 가볼 수 있었지만, 이사 온 동부에는 추가로 가볼 수 있는 국립공원은 별로 남지 않았다... 하지만, 범주를 '넓은 의미의 국립공원'인 National Park System에 속하는 423곳의 Official Units/Parks로 확장하면 이야기가 달라지는데, 서부에는 많이 없는 국가기념물(National Monument), 역사공원(Historical Park), 전쟁터(Battlefield) 등등이 동부, 특히 그것도 집 주변의 워싱턴DC와 버지니아, 메릴랜드에 집중적으로 모여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423곳의 오피셜유닛 리스트에는 없는 동네 공원도 국립공원청(National Park Service, NPS)에서 직접 관리를 한다는 사실은 여기 이사와서 처음 알았다! 이 곳은 집에서 차로 15분 거리인 그레이트폴스 공원(Great Falls Park)의 입구로 NPS 로고가 전광판 위로 보인다. 별도의 비싼 입장료가 있다고 알고 갔지만, NPS가 관리하는 곳이라서 국립공원 연간회원권(Annual Pass)으로도 무료입장이 가능해서 아주 기뻤다~^^
추수감사절 연휴 토요일에 가족이 워싱턴DC 구경을 잠깐 하고는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처음으로 들러봤다. 뒤로 보이는 비지터센터는 똑같은 2층 건물을 점대칭으로 두 개 만들어서 구름다리로 연결을 해놓았는데, 내부도 과연 똑같은 지는 닫혀있어서 확인을 할 수 없었다. (구글맵으로 공원 위치를 보시려면 클릭)
넓은 산책로에 개를 데리고 나온 사람들, 분리수거 쓰레기통과 피크닉 테이블 등을 보면 영락없는 '동네공원'의 모습이지만, 앞서 링크한 국립공원청 홈페이지에 별도 사이트도 있고 까만줄의 브로셔도 입구에서 제공을 하는 연방정부에서 관리하는 공원이 맞다. "그럼, 국립동네공원으로 불러야 하나?"
홈페이지의 공원지도로 포토맥 강(Potomac River)에 있는 폭포의 서쪽 강변이 공원으로 지정되어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동쪽 메릴랜드(Maryland) 주의 강변은 별도의 국립역사공원으로 또 지정되어 있는데, 기회가 되면 따로 방문한 후에 자세히 소개를 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폭포의 모습을 볼 수 있는 3개의 전망대가 차례로 나오는데, 가장 넓고 편하게 볼 수 있다는 2번 전망대로 제일 먼저 갔다.
잘 만들어진 안내판을 따라서 넓은 산책로를 따라 가니까, 많은 사람들이 모여있는 널직한 전망대가 나왔다.
오호~ 예상보다 훨씬 멋진 풍경에 가족 3명이 모두 감탄을 했다. 동부에서는 약간의 낙차가 있는 급류도 모두 '폭포(falls)'라고 부르기 때문에, 큰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말이다...^^
폭포 아래쪽에는 카약을 타고있는 사람들도 있었는데, 저 위쪽에서부터 카약이 있는 곳까지의 전체 낙차는 47피트(14 m)나 되고, 좌우의 폭도 350피트(110 m)나 되므로 '그레이트폴스(Great Falls)'라고 부를만 하다는 생각이다.
전망대에 서있는 모녀의 사진이다. 참, 이 멋진 곳을 처음 알게 된 것은 버지니아에 사시는 루나님의 블로그를 통해서였는데, 이 자리를 빌어서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3번 전망대 입구에는 나무기둥이 하나 세워져 있는데, 1936년의 대홍수 때는 제일 위의 표식까지 강물이 불었었다고 한다! 하지만, 1996년에 마지막으로 기둥 제일 아래까지 물이 찼던 이후로는 상류쪽에 둑과 댐들이 보강되어서 더 이상의 홍수는 지금까지 없다고 하니... "사모님,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여기 3번 전망대에서는 조금 멀기는 하지만 폭포의 전체 모습을 정면으로 감상할 수가 있었다.
그래서, 가족사진 셀카도 한 장 찍고,
난간에 앉아서 다정한 부녀사진도 찍었다. 지혜는 염색을 해서 머리가 하얗고, 나는 염색을 안해서 머리가 하얗다...
폭포수가 떨어지는 모습과 소리를 들려드리기 위해서, 망원렌즈로 찍은 동영상을 클릭해서 보실 수 있다. 마지막에 사람들이 보이는 강가의 절벽이 앞서 들렀던 2번 전망대이다.
비디오 앞에도 잠깐 나왔는데 강가까지 내려간 사람들이 있었다. 지도에 Fishermans Eddy라는 표시는 있지만 트레일 표시는 없었는데, 몰래 저 아래까지 내려가는 길이 있는 모양이다.
그 사람들을 보다가 중요한 장면을 놓쳤는데, 상류에서부터 카약을 타고 오른편의 하얀 급류를 따라서 래프팅을 하면서 또 두 사람이 내려온 것이었다. 11월말이라 물도 엄청 차가울텐데 참으로 진정한 스포츠맨들이다~
나머지 급류 구간을 헤치고 내려가는 모습을 아내가 연속해서 찍은 것으로 움짤을 만들어 봤다.
전망대 입구에 국립공원청의 홍보용 트럭이 세워져 있었는데, 위기주부에게는 비슷한 트럭을 봤던 LA 산타모니카 산맥에서의 마지막 하이킹 추억이 떠올랐다. 이 트럭 뒷면에 그려진 지도는 전편에서 소개했던 조지워싱턴 기념도로(George Washington Memorial Parkway)로 제일 위의 녹색 표시가 여기 그레이트폴스 공원이다. 그래서 다시 확인을 해보니 이 곳까지 기념도로가 연결은 되어있지 않지만, 공식적으로는 그 공원도로의 일부로 국립공원청에서 여기를 관리하는 것이었다.
주차장으로 돌아가는 길에 마지막으로 1번 전망대에 잠시 후다닥 들렀다. 폭포에서 제일 가까워 왼편의 급류는 바로 앞에서 볼 수 있지만, 전체의 모습은 바위에 가려서 잘 보이지가 않았다.
무엇보다 전망대가 난간은 있지만 울퉁불퉁한 바위라서 조심해서 올라와야 했다. 왼쪽 강건너편에 멀리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이 희미하게 보이는데, 메릴랜드 주의 역사공원에 포함된 Olmsted Island Overlook이라고 한다. 이렇게 땡스기빙 연휴의 가족 나들이를 마무리한 후에 집 근처에 있는 스시 뷔페로 저녁을 먹고 집으로 돌아갔다.
다음 날 일요일 이른 아침에 보스턴으로 돌아가는 지혜를 배웅해주기 위해서 집에서 15분 걸리는 덜레스 국제공항(Dulles International Airport)에 왔다. 1962년에 오픈한 공항의 저 멋진 터미널 건물의 설계는 핀란드계 미국인 건축가인 에로 사리넨(Eero Saarinen)이 했는데, 이번 대륙횡단에서 아내가 가장 기억에 남는 여행지라고 한 세인트루이스의 게이트웨이아치(Gateway Arch) 국립공원의 반짝이는 스테인레스 아치를 설계한 사람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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