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른 아침, 피렌체에서 아씨시로 향하는 열차를 탔다. 당시의 나는 전날 마신 술 때문에 숙취가 심했고 아침 일찍 일어나서 몹시 졸렸다. 그런 상태였다. 그런 상태였기 때문이라고 믿고 싶다. 티켓 펀칭을 하지 않고 열차에 탑승한 바보 같은 실수를 저지른 이유에 대해서 말이다. 이탈리아에서는 레지오날레 같은 지역 열차를 탈 경우에 반드시 티켓을 펀칭해야 한다. 열차 티켓에 특정한 시간이 적혀있지 않아서, 내가 언제 어떤 역에서 탑승했는지에 대한 정보를 탑승 전 미리 기록해야 하는 것이다. 그걸 펀칭이라고 하고, 펀칭을 하지 않았을 경우엔 부정 승차로 보고 벌금을 매긴다. 물론 특정 시간과 좌석이 출력되는 고속 열차 티켓의 경우엔 상관 없다. 내가 이번에 탑승한 열차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