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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 怪談 (1964)
단지 영화의 시대적 배경을 말하려는 게 아니라, 60년대 당시 기준으로 봐도 현대적인 분위기의 영화는 분명히 아니다. 정통 호러로서 공포를 조성하기 보다는 고전미를 풍기는 기담(奇談) 모음집에 가깝다. 영화는 일본의 전통 무대예술인 노(能)를 닮아있다. 음침하게 생긴 온나노멘이나 한냐 등의 캐릭터 가면 대신 배우의 맨얼굴로 시연된다는 점만 다를 뿐. 평면성과 여백의 미를 통해, 설녀나 귀신 등 기이한 존재들을 위로하는 처연한 기담과 같은 분위기를 풍긴다. 가장 맘에 드는 부분은 의도적으로 제거된 사운드. 특히 배우들의 움직임이 격해지는 장면에서 더욱 사운드는 깊이 숨는데, 시각이 아닌 청각에서 여백의 미를 느끼게 하는 대단한 예술적 시도라고 생각한다. 평면적인 카메라 앵글과 함께, 더더욱 노를 연상

여자 배틀캅 女バトルコップ (1990)
여자 로보캅 영화. 당시 일본 문화가 개방되어 있었더라면 '철갑무적 마리아' 대신 이 영화가 얻었을 수식어다. '로보캅'은 토에이의 '우주형사 갸반'에서 약간의 모티브를 얻고, 또 토에이는 '로보캅'을 노골적으로 베껴 이 영화를 만든다. 모티브와 영향이라는 건 언제나 그렇게 상호 교환의 역사를 만들어 왔다. 거의 모든 표절작들이 그러하듯이, 베이스가 된 작품 하나 뿐 아니라 다른 것들에서 이것 저것 긁어 모은 흔적들이 보인다. 시공간 불분명을 명시하는 도입부의 문구는 딱 봐도 '스타워즈'다. 염력을 사용하는 악당은 'AKIRA'의 영향이기도 하겠지만 다스 베이더를 떠올리게 하는 측면도 있으며, 심지어 전작 경찰이지만 현재는 은거 중인 요다라는 이름의 노인도 등장한다. 아주 미묘하지만 '설마 스케반

주온 呪怨 (2002)
토시오와 카야코라는 호러 캐릭터의 시각적인 임팩트가 강할 뿐, 사실 썩 좋은 공포 영화라고는 볼 수 없다. 사실 공포 영화는 강력한 한 방만 있어도 충분히 제 역할을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나마 강한 한 방이어야 할 카야코가 너무 많이 노출된다. 이불 속 장면, 계단을 기는 장면 딱 하나 씩만 있어도 충분했을텐데, 한 편의 영화 안에서 비슷한 패턴으로 자주 등장하니 캐릭터가 가진 시각적 존재감에 비해 실질적인 공포감은 희석된다. 다른 장르 역시 그런 면이 있겠지만, 특히 호러는 관객이 영화를 체험하는 과정에서 완성되는 장르다. 영화가 단서를 주면 관객은 상상력을 동원해 자기 내부에서 공포를 만들어 낸다. 예를 들면, 어두운 구석을 비춰주면 그 어두운 구석에 있을 것을 상상하는 것은 관객의 몫.

링 リング(1998)
당시 J 호러 붐을 일으킨 영화가 이거였지 아마. 일본 영화 자체가 아직은 생소하던 시기에, 그 이상으로 낯선 느낌의 공포 영화를 보고 적잖이 느꼈던 충격을 아직 기억한다. 입가에 피를 묻히지 않았고 흐느껴 울지도 않는 귀신. 갑자기 튀어 나와 놀래키기는 커녕 몇 장면 나오지도 않는 수줍은 귀신. 그 전 까지의 귀신은 그 정체가 모호할지언정 존재감 자체는 명확한 것이 대부분이었다. 귀신 붙은 집, 사람에게 씌이는 귀신, 꿈에 나오는 귀신 등이 그러했다. 그러나 '원한과 저주'라는 추상적인 개념을 통해 존재하는 귀신이라니, 그런데 그게 인간의 테크놀러지를 타고 확산된다고? 뭐 이런 멋진 부조화가 다 있나! 구체적인 형태로 구체적인 장소에 나타나는 것이 아니니 대처 방법 역시 없다. 때문에 영화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