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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1 posts도쿄 갓파더 東京ゴッドファーザーズ (2003)
콘 사토시의 세 번째 애니메이션 영화에는 사이코 살인마와 신경쇠약 피해자, 배우라는 직업의 자의식에 매몰된 노인 대신 그저 집 잃은 아기를 집으로 돌려보내주려는 세 명의 언더독들이 있다. 콘의 앞선 두 작품들과 비교하면 스타일면에서 가장 현실에 두 발이 단단히 붙어 있는 듯 보인다. 하지만 스타일과 별개로 이야기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오히려 가장 판타지적이다. 도쿄 뒷세계의 노숙자들이 아기를 업은 채 동분서주하는 모든 길목들이 우연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이 점차 발견되기 때문이다. 꿈과 현실의 경계를 오가지 않으면서도 모든 우연의 연쇄들이 마치 필연처럼 아귀가 맞아 떨어진다. 게다가 노숙자가 주도하는 사건들, 그 무대가 되는 곳은 도쿄의 밤 뒷골목이고 참여하는 군상들은 야쿠자, 이민자, 오카마 등이
<서바이벌 패밀리> 긴장과 코믹을 오가는 정전 재난
얼마 전 공항과 비행의 신선한 이야기 를 보며 흥미진진한 동시에 큰 웃음이 터졌던 것과 같이 도 극과 극을 오가는 재미가 상당했다. 이미 등으로 의미와 재미 간의 균형을 잘 표현하는 야구치 시노부 감독이 이 영화에서 더욱 강렬한 소재를 가지고 관객의 마음을 바쁘게 만들었는데, 모든 전기로 가동되는 것들이 일순간 멈추게 되는 정전 재난이라는 생각만 해도 끔찍한 상황을 매우 실감나게 다뤘다. 휴대폰 먹통과 아침 출근시 엘리베이터 정지로 시작하여 인물들이 구석구석 일상에서 겪으며 당연시 해왔던 삶이 갑자기 사라졌을 때에 오는 혼돈과 점점 최악으로 흘러가는 상황을 리얼하게 그려 그 심각
천년여우 千年女優 (2001)
첫사랑에 대한 추억과 애수 어쩌고로 소개 받았다가, 정작 관람을 시작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아뿔싸 싶었던 기억이 있다. 어쩌다가 이 영화는 아름다운 첫사랑 영화로 오인받은 것인가. 그 이유는 아직도 모르겠지만 어쨌든, 실제로는 여배우라는 자의식에 사로잡혀 평생을 보낸 한 외로운 노인의 체험 수기. [퍼펙트 블루]에 이어 콘 사토시의 또 한 번의 "과몰입"에 대한 이야기다. 일본 영화의 황금기를 배우로 보낸 후지와라 치요코는 평생을 연기했던 배역들에 자신을 동일시하고, 자신의 배우 경력 그 과정에서 흡수한 환상적인 첫사랑 서사와 자신이 지내온 실제 삶을 분리하지 못한 채 현실과 괴리된 삶을 산다. 배역에 몰입해서 자연인으로서의 본래 모습을 잃어버린 듯한 배우들을 실제로도 알고 있지만, 치요코처럼 일
퍼펙트 블루 Perfect Blue (1998)
"객체에 대한 과물입과 주체성 상실", 즉 자신의 삶을 살 에너지를 모조리 외부 대상에 대한 관심에 쏟아 붓는다는 소리다. 아주 오래 전부터 문학과 예술이 경고했으나 온전히 인정받는 데에 너무 오래 걸리는 현대인의 정신병이기도 하다 동경하는 대상을 향한 정서적 헌신은 그 대상에 대한 소유욕으로 번지고, 대상과 자신의 동일시로 가는 과정의 경계가 불분명하기 때문에 소위 팬심이라는 것은 어쩌면 양날의 칼이면서 독이 든 사과 같은 것이다. 그 미묘한 심리를 영화는 조용하고 서늘하면서도 섬세하게 묘사하는데, 실사 영화로 할 법한 톤의 이야기를 애니메이션이라는 화법을 통해 하는 이종교배의 작법이 작품의 정신착란적 분위기를 배가시킨다. 사이코 스릴러라는 장르를 다룸에 있어서 헐리웃 영화의 카피 같은 뻔한 서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