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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1 posts사이다처럼 말이 톡톡 솟아올라
애니메이션에서 그림체는 극 전체의 분위기를 정립하고 또 캐릭터들의 성격과 성향을 언급하는 알파이자 오메가다. 그렇다면 의 그림체는? 뭐랄까... 굳이 콕 찝어 말한다면 날림체라고 할까? 대충 그렸다는 소리가 아니라, 영화가 담고 있는 여름의 시원함과 낭만이 그 날림체에 담겨있는 것 같다는 소리. 하이쿠에 푹 빠진 소년과 인터넷 방송에 푹 빠진 소녀의 만남. 둘은 달라도 너무 다르다. 소년은 과거의 유물에, 소녀는 최신의 유행에 빠져있지 않은가. 이뿐만이 아니다. 소년은 글로 표현하고 소녀는 말로 표현한다. 소년은 소극적이고 소녀는 그에 비하면 나름 적극적이다. 아기자기하고 풋풋한 사랑 이야기를 만들어나가기에 뻔하다면 뻔하면서도 또 그렇기에 강력한 단순함 가득
짚의 방패 藁の楯 (2013)
죄와 처벌이라는 명제는 늘 복잡하다. 아니, 죄는 명백하다 처벌 쪽이 어려운 문제라고 해야 정확할 것이다. 이 영화는 그 전에 존재했던 많은 픽션들이 사적 처벌이나 물리적 복수에 대해 긍정했던 역사들을 되새김질 하게 만든다. 영화 속 아동 살인범은 명백히 죽어 마땅한 악인으로 묘사되는데, 영화 속 그에 대응되는 것은 자경단이나 복수자가 아닌, 법의 집행에 사명을 다하는 경찰이기 때문이다. 2천 10년대 일본 영화 치고는 느끼한 맛 없이 잘 빠진 범죄스릴러 한 편이라 할 수 있겠다. 일본 특유의 거창한 대사 톤을 완전히 제거하진 못했겠지만 적어도 명언에 집착하지들은 않는다. 게다가 주제의식도 상당히 전달력이 있고, 꽤 복잡한 고민을 던져주기도 한다. 명백히 악인 기요마루는 차치하고서라도, 평범한
야쿠자와 가족
야쿠자로서 격정의 시대를 살았던 한 남자의 일대기. 미국에 갱스터, 이탈리아에 마피아, 한국에 조폭이 있다면 아무래도 일본엔 야쿠자가 있다. 그런데 일반적인 야쿠자 영화나 다른 나라의 범죄 영화들관 결이 좀 다름. 홍콩 느와르처럼 사나이들 간의 의리나 낭만에 기댄 감성파 작품일 줄 알았는데 오히려 이 추구하는 방향은 마틴 스콜세지의 그것에 더 가까웠다. 물론 마틴 스콜레지의 현실성과도 살짝 다른 점이 있기는 하지만. 야쿠자와 스포일러! 한 때의 홍콩 느와르와 한 때의 한국 조폭 코미디들에서 그랬듯, 조직 범죄자들은 영화라는 매체 속에서 종종 낭만화 되기 마련이었다. 그들은 범죄자일지언정 항상 의리와 신의를 지켰고, 두목과 부하를 가족처럼 대하고 지켰으며, 심지어는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 2011
개인적으로는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영화들 중 평범한 쪽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최근의 이나 처럼 사회적 경종을 울리는 영화도 아니고, 아니면 이전의 처럼 묵직하게 내려앉는 영화도 아니고. 그냥 평범하게 소소한 영화. 그런데 그 소소함이 행복하게 느껴져서 좋다고 말할 수 있는 영화. 어른들도 아이들에게 배울 수 있다거나, 이혼이나 별거가 아이들에게 끼치는 영향 등을 논하며 이 영화를 평가하고 싶지는 않다. 다 맞는 이야기들이긴 하지만 그 자체로 뻔한 주제들이기도 하거니와, 그렇다고 해서 또 그런 논점들을 아주 깊숙하게 파고드는 영화는 또 아니라서. 다만 그저 내 어릴 때가 많이 생각났을 뿐이었다. 그 옛날에 할아버지 심부름을 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