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안에서 슈퍼히어로의 기원을 다룬 영화만 해도 이 영화 전에 벌써 대여섯 편이 넘어간다. 그에 대한 관객의 염증을 감지한 마블은 이쯤에서 변화를 준다. 플롯을 어찌할 순 없으니 구성을 바꾼 것. 기억을 잃은 특수요원이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며 겸사겸사 자신이 속한 조직의 음모를 파헤치기도 하는 에스피오나지 스릴러 영화처럼 보인다. 영리하달 수 밖에. 본작의 중심 소재인 '스크럴'은 원래 냉전시대에 만들어진 소재이기도 하니, 궁합 좋은 변주이기도 하다. 문제는, [윈터 솔저]처럼 앗쌀하게 본격 스릴러 노선을 타는 것도 아니고, 반전은 너무 알기 쉬워서 반전 역할도 못 한다는 것. 이미 세계관 내에서 나쁜 놈들로 물심양면 활약하신 크리족 놈들이 주인공 옆에 아군이랍시고 서 있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