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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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9

뉴욕 9

한량|2015년 9월 22일

타인의 삶과 나를 견주는 것은 정신 건강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값싼 우월이나 자기 연민에 허우적대는 일은 얼마나 자주 일어나는가. 나 역시 그 사이를 오고 가곤 했다. 쳇바퀴 안에선 결코 해소될 수 없는 번민임을 알면서도. 그러나 나는 고백한다. 여행을 마치고 돌아와 몹시 힘든 일이 생겼을 때, 헤드윅이 떠올랐다. 감격에 젖어 사들고 온 오에스티는 씨디였으므로 서울에 와서야 틀어볼 수 있었다. 출근길에선 이를 악물어서 그랬는지 그런대로 괜찮았다. 그러나 언제나 퇴근길이 문제였다. 차창을 모두 올려 나만 존재하는 공간에서 나는 에어컨과 씨디를 미친듯이 틀어댔다. 나에게 강림하는 천사의 음성. 베이스와 기타와 건반과 드럼. 썬글라스 밑으로 눈물이 계속 흘렀다. 그땐 사소한 충동에 휘말리지 않도록 조심해야 했다

뉴욕 8

뉴욕 8

한량|2015년 9월 14일

도시 곳곳의 공원들에 발자국을 찍는다. 주중의 한가한 공원. 나는 눕기 좋은 자리를 물색해 덥썩 누워버린다. 그리고 높다란 나무들이 바람에 흔들리는 것을 본다. 이파리들이 저들끼리 부딪쳐 바삭거리는 소리를 낸다. 가을은 멀고, 그래서 낙엽은 아직이다. 촘촘한 가지 사이로 볕이 조각조각 떨어진다. 커다란 개와 산책하는 사람과, 야무지게 헬멧을 쓴 꼬맹이들과, 낡은 업라이트 피아노를 밀고 가는 이를 보았다. 공원에 피아노가 어인 일인가, 싶었는데 능숙한 밀고 당기기를 보아하니 아마 공원 연주자인 듯했다. 누운 채 연주를 들을 수 있었으면 좋으련만. 피아노만 멀찍이 밀어두고서 총총 사라진다. 내게 다가와 말 붙이는 이는 청설모 뿐. 주머니며 가방에 과자 부스러기라곤 없어, 훠이 손짓을 했더니 재빨리 알아듣고 돌아

뉴욕 7

뉴욕 7

한량|2015년 9월 7일

미드타운은 온갖 종류의 소요로 가득 차 있다. 각양각색의 사람들. 나는 눈치껏 신호등에 맞춰 발걸음을 떼고, 요령껏 인파를 헤치며 나아간다. 눈을 든 모든 곳에 전광판이 번쩍인다. 그래서 홍콩 같기도, 상해 같기도 하다 이내 어떤 곳도 아닌 뉴욕이 된다. 코너마다 선 푸드 트럭에서 물 한 병을 사고서, 계속 걷는다. 직각으로 수놓인 이 도시를 드물게 가로지르는 길, 브로드웨이를 따라. 낯설고 물설은 이 곳에서 가여운 방랑자가 길을 잃지 않도록, 하늘에선 인공위성이 반짝인다. 나침반인 양, 켜 둔 구글맵이 걸음 걸음을 점지해 주니 밤이 이슥해도 두렵지 않다. 새삼스레 오래된 나그네들을 떠올려 본다. 별들을 이어 그린 상상력과 성실한 발자국들 덕에 나도 이곳까지 왔나니. 나의 발걸음은 씩씩하고 곧다.

뉴욕 6

뉴욕 6

한량|2015년 9월 3일

첼시마켓과 브루클린, 소호의 서점에 들렀다. 모두 다 우연이었으나 몹시도 익숙한 곳들. 세계 어디서나 서점들은 비슷한 모습들이다. 서가에 꽂혀있는 책들, 테이블에 전시된 책들, 공간을 메우는 잔잔한 음악, 말 없이 책등을 더듬는 사람들. 서점에서 나는 이방인, 여행자, 소비자 그 무엇도 아니었다. 서점에선 친절로 무장한 표정과, 끊임없는 하우아유 앞에 긴장하지 않아도 되었다. 나는 서울의 여느 서점에서처럼 서가를 따라 떠돌고, 그러다 걸리는 책들을 꺼내 으슥한 공간을 찾아 숨어들기만 하면 되었다. 서점의 공기는 언제나 차분하고, 타인에겐 적당히 무심하므로. 화재를 알리는 비상벨이 울려도, 그들은 읽던 책을 잘 덮어 원래 자리에 꽂아둔 후 주위를 돌아볼 것 같으니. 그러나 그들의 등 뒤에 다가가 조심스런 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