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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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1

뉴욕 1

한량|2015년 8월 15일

필름 카메라의 결과는 여행이 끝난 후에야 알 수 있다. 나는 내가 들여다보는 구도의 수평과 빛의 질감을 확신할 수 없다. 막연한 기대와 불안이 섞인 채로 렌즈 캡을 닫고 종종거리며 자리를 뜬다. 그래서 필름 카메라와 여행을 할 땐, 여행의 끝도 굉장히 기다려진다. 무거워진 가방을 정리하는 마음은 되려 홀가분했다. 돌아오는 길은 갈 때만큼 힘들지 않았다. 비행기가 훨씬 더 노후했음에도. 두 번의 기내식과 한 번의 샌드위치, 그리고 수십 잔의 물을 마시는 사이 인천이 가까워졌다. 나는 비행기와 건물 사이의 연결 통로를 지나며 고국의 습도와 온몸으로 맞닥뜨렸다. 익숙한 불쾌와 희미한 반가움. 그것은 조국에 대한 나의 마음가짐이기도 하다.

여름날의 도시

여름날의 도시

     |2015년 8월 6일

헤드윅을 보는 내내 가슴이 벅찼다. 모든 유머를 다 따라갈 수는 없었지만, 어느 정도는 이해할 수 있어 신기하기도 했다. 뉴욕은 내게 영어 듣기의 도시. 앵그리 인치 밴드의 몇을 제외하고, 헤드윅과 이치학, 토미는 모두 흑인 배우들이었다. 그래서 원작의 내용에 조금 더해 인종 문제에 대한 이야기들도 등장했다. 급기야 오바마의 성대 모사도 나왔고. 헤드윅은 영화에서처럼 여리여리하고 가느다랗지 않았다. 목소리 톤도 조금 다르고. 그러나 그가 부르는 노래를 들을 때마다 나는 주룩주룩 울었다. 오리진 오브 러브, 위키드 리틀 타운, 위그 인 어 박스, 그리고 미드나잇 라디오. 물론 슈가 대디에서는 다리를 까딱이며 박자를 맞추고. 마지막 피날레에서, 멋지게 변신한 이치학과 헤드윅의 모습을 보는데 눈물이 멈추지

혼자만의 사투

한량|2015년 8월 3일

이상한 저주에 걸렸다. 잠이 오질 않는다. 겨우 겨우 잠이 들면, 마치 알람을 맞춘 것 처럼 세 시간만에 눈이 떠진다. 태평양을 건너는 사이 꼬인 시차가 영 회복되지 않는다. 이게 네다섯 번을 반복되니, 신기하기보다 걱정이 되었다. 더워서 그런 것일까 해서 얼린 페트병과 함께 눕기도 하고, 낮잠 없이 종일 걸어다니기도 했다. 그렇지만 어김없이 눈이 떠진다. 잠드는 시간만 조금씩 빨라졌을 뿐. 그러니 아침 다섯시에 일어났다가, 세시에 일어났다가, 급기야 두시에 일어나기도 했다. 이걸 어쩐단 말이냐. 게다가 어제는 더위라도 먹은 듯 얼굴이 뜨겁고, 신열이라도 오르는 것 같아 겁이 덜컥 났다. 잠이라도 조금 더 자야 체력 회복을 기대할텐데. 하며 안절부절 못하다 결국 이른 새벽에 집을 나섰다. 금요일 밤의 흔

낮과 밤을 오르락 내리락하며

낮과 밤을 오르락 내리락하며

한량|2015년 8월 1일

아직은 밤낮이 오락가락하는 상태. 날씨에 또 유난히 오르락내리락하는 사람인데다, 여행에선 그걸 하나 걸러줄 필터도 없다. 예를 들어, 출근이라든가 어떤 스케줄이라든가. 정해진 일정과 반드시 해야 할 리스트도 없다. 아침부터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날엔, 조용한 까페를 찾았다. 첫손님이 되어 들어간 까페에서 이른 커피를 마시며 책을 구경한다. 일층과 이층에는 섹션별로 다양한 책들이 놓여있다. 이리저리 뒤적여도 봤다가 조용히 자리로 돌아온다. 가방 안에 넣어온 책을 편다. 사람이 없어 그랬을까. 도서관 느낌이기도 했다. 책장을 술술 넘기며, 터지는 몇 번의 웃음을 참아가며 읽었다. 여행지에서 여행기를 읽는 느낌은 좋다. 게다가 그것이 하루키라면 더. 돌아오는 길, 잠시 장을 본다. 방대한 양의 진열장 앞에 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