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여름에 우리집을 방문한 누나 가족과 함께 했던 3일간의 워싱턴DC 관광의 마지막 5번째 여행기로, 둘쨋날 미국의회 의사당과 도서관을 구경하고 점심을 먹은 후에 내셔널몰로 돌아가면서 들린 두 곳을 짧게 소개한다. (글의 마지막에 3일간의 투어코스를 지도로 보여드리지만, 셋쨋날 구경한 곳들은 이미 모두 블로그에 포스팅 되었음) 처음에는 4편으로 끝낼까 했지만, 바로 아래 소개하는 곳을 다시 가서 자세히 구경하려면 내년 봄이나 되어야 할 것 같아서, 전반적인 소개는 이 기회에 먼저 해놓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의사당에서 Independence Ave를 따라 서쪽으로 캐피톨힐(Capitol Hill)을 내려오면, 왠지 이 도시에 어울리지 않는 듯한 커다란 유리 건물과 함께 미국 국립식물원(United States Botanic Garden)이 나온다. 1820년에 지금의 캐피톨 리플렉팅풀(Capitol Reflecting Pool) 위치에 최초로 만들어졌다가 1933년에 현재의 조금 떨어진 위치로 이전했는데, 미국에서 계속 운영되고 있는 식물원으로는 가장 오래되었다 한다.
옆문으로 들어가서 만난 안내판의 지도로, 이 날 우리 일행은 1번 온실(Conservatory)만 잠깐 들어가서 구경을 했다. 미국의 역대 영부인들을 기념하는 First Ladies Water Garden과 로즈가든(Rose Garden), 그리고 도로 건너편의 유명한 분수 등은 다시 방문기회를 노려야 한다. (구글맵으로 위치를 보시려면 클릭)
식물원답게 온실을 찾아가는 길의 좌우로도 나무들이 울창하게 잘 가꾸어져 있어서, 8월의 더위를 피할 수 있었다.
가는 나뭇가지들을 엮어서 만든 이 설치미술 작품의 제목은 "O Say Can You See"로 미국 국가의 첫 소절에서 따왔다. 저 속을 미로처럼 만들어서 안에 들어가서 돌아다닐 수도 있다고 안내되어 있었는데, 그래서 작품의 제목을 그렇게 붙였나 보다. 2019년에 식물원 200주년을 기념해서 설치되었는데, 9월말에 철거되어서 더 이상 볼 수는 없다고 한다.
온실 앞의 테라스에서는 나무들 너머로 언덕 위 의사당의 돔 지붕이 살짝 보였다. (의사당 내부투어 포스팅은 여기를 클릭)
건물의 입구는 유리가 아니라 석조로 만들어져 있어서 수도의 분위기에 어울렸다. 오래전 LA 헌팅턴라이브러리(Huntington Library)와 샌디에고 발보아파크(Balboa Park)에 이어서, 정말 오래간만에 위기주부의 블로그에 3번째로 소개되는 식물원으로 생각된다.
석조건물의 내부로 들어서니 정말로 시원해서 살 것 같았다. 하지만, 여기 입구쪽 로비만 에어컨이 나오는 것이고...
오래간만에 보는 커다란 소철나무가 심어진, 여기 온실과 연결되는 통로부터는 다시 후덥지근 해졌다~ 그래도 여기까지 왔으니 온실안에 한 번은 들어가줘야 할 것 같아서 정면의 유리문을 밀고 들어갔는데...
사진으로도 보이는 것처럼 분무기로 물까지 뿌리면서 열대우림을 재현해 놓아서, 바로 뒤돌아 나가는 일행들도 있었다.^^ 넓은 내부에는 작은 개울도 흐르고 다리도 만들어 놓아서, 추울 때 들어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빨리 한 바퀴 휙 돌아보고는 나갔다.
입구 건물과 온실이 연결되어 있는 곳으로 다시 나와서 위를 올려다 본 모습이다.
아무래도 여기 미국식물원((United States Botanic Garden)은 내년 봄에 장미꽃이 필 때, 다시 들러서 구석구석 구경을 해야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뒤돌아 북쪽으로 걸어갔다.
워싱턴 내셔널몰(National Mall)의 동쪽 끝에 위치한 율리시스그랜트 메모리얼(Ulysses S. Grant Memorial)은 남북으로 뻗은 전체 대리석 기단의 길이가 77 m나 되는 기념물이다. 북군의 총사령관으로 남북전쟁을 끝낸 그랜트 장군의 기마상이 가운데 서서, 내셔널몰 서쪽 끝에 있는 당시 링컨 대통령과 서로 마주보고 있는 형국이다.
4마리의 사자에 둘러싸인 그의 청동상은 높이 5.2 m로 미국에서 가장 큰 기마상(equestrian statue)으로 1924년에 여기 세워졌다. 율리시스 그랜트(Ulysses S. Grant)는 남북전쟁이 끝나고 미국의 제18대 대통령으로 당선되어서 연임까지 하는데,
바로 미국 50달러 지폐의 앞면에 등장하는 후덕한 이 분이시다. (뒷면에는 의사당 건물의 서쪽면이 그려져 있음) 우리가 LA에 살면서 자주 방문했던 세쿼이아 국립공원의 그랜트 그로브(Grant Grove)와 세계에서 3번째로 큰 나무라는 '미국의 크리스마스 트리'가 모두 이 사람의 이름에서 나왔다. 그런데 8년간 대통령을 했음에도 그 보다는 남북전쟁을 끝낸 명장으로 역사책에 먼저 나와서 그런지, 모든 사람들이 '그랜트 대통령'보다는 '그랜트 장군(General Grant)'으로 기억하는 경향이 있다.
기마상의 남쪽에는 먼저 보여드린 포병대(Artillery), 그리고 여기 북쪽에는 기병대(Cavalry)의 군상이 조각되어 있는데, 쓰러지는 말을 포함해서 정말 역동적으로 잘 만들어 놓았다. 2011년에 우리 가족이 미동부 여행에서 찍었던 똑같은 사진을 여기 클릭해서 보실 수 있는데, 당시에는 청동상이 완전히 청록색으로 보이고 흘러내린 녹물이 기단까지 퍼렇게 만들었지만, 2016년에 끝난 대대적인 보수와 청소 작업으로 지금은 아주 깨끗한 모습이다.
그 때는 여기 캐피톨 리플렉팅풀(Capitol Reflecting Pool)도 보수중이라 물이 하나도 없는 황량한 모습이었지만, 지금은 이렇게 오리들이 유유히 떠있었다. 이제 연못 너머 정면에 보이는 현대미술관을 시작으로 국립미술관을 여유있게 둘러보고는 아침에 주차한 사설주차장으로 돌아가는 것으로 2일차 DC 관광을 끝냈다.
마지막으로 3일간의 모든 투어코스를 국립공원청이 만든 워싱턴 관광지도 위에 마우스로 구불구불 그린 것을 보여드린다. 1일과 2일차는 주차를 해놓고 각각 서쪽과 동쪽을 루프로 돌았던 반면에, 3일차는 토요일이라서 요금이 싼 지하철을 타고 가서 남쪽 Smithsonian 역에서 내려서, 위로 올라가며 차례로 구경을 한 후에 북쪽 Metro Center 역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직선 코스였다. 이렇게 효율적인 동선을 철저하게 연구해서 가이드를 한 번 했더니, 워싱턴DC 관광을 전문으로 하는 맞춤투어 비지니스라도 해야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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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사람들마다 평가가 다를 수는 있지만, 미국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은 누구일까? 국가의 역사적으로 중요한 인물과 관련된 곳을 '넓은 의미의 국립공원'으로 지정을 해서 관리하는 미국 국립공원청(National Park Service)의 기준으로 본다면, 최후를 맞이한 이 곳을 포함해서 출생과 성장과정 등에 직접적으로 관련있는 장소가 5곳이나 각각 국가의 유적지나 기념물로 연방정부에 의해 관리되고 있는, 남북전쟁 당시의 미국 제16대 대통령인 에이브러햄 링컨(Abraham Lincoln)이라고 할 수 있다.
워싱턴DC의 백악관에서 멀지 않은 곳에, 현대식 건물들 사이에서 1800년대의 모습으로 자리를 지키고 있는 포드 극장(Ford's Theatre)이 있다. 남북전쟁이 끝난지 5일 후인 1865년 4월 14일 금요일 저녁에 여기서 연극을 관람하던 링컨 대통령이, 암살범 존 윌크스 부스(John Wilkes Booth)가 쏜 총을 맞고 다음 날 아침에 사망했다. (구글맵으로 위치를 보시려면 클릭)
옆 건물에 만들어진 입구로 들어가면, 커다란 링컨의 사진과 함께 이 극장을 옛날 모습으로 복원해서 박물관으로 운영하는데 도움을 준 기부자들의 명단이 보이는데, 가운데 줄에 'SAMSUNG'이라고 적혀있는 것이 눈에 띈다. 구경은 무료지만 30분 간격으로 입장 인원수를 제한하기 때문에, 사진 오른쪽에 보이는 박스오피스에서 표를 받아야 들어갈 수 있다.
포드시어터 국가유적지(Ford's Theatre National Historic Site)라 적힌 문을 통해 극장 건물로 들어가는데, 현재 건물은 연방정부의 소유지만 운영은 Ford's Theatre Society라는 독립적인 재단이 맡고 있으며, 실제로 연극 공연을 하는 극장으로도 계속 운영이 되고 있다.
안내를 따라 걸어가면 계단을 내려가서 먼저 극장 지하에 만들어진 박물관을 구경하게 되는데,
돔을 건설 중인 국회의사당의 모형을 비롯해서, 링컨이 대통령으로 재임할 당시의 워싱턴 상황과 남북전쟁으로 인한 미국 사회의 분열 등을 자세히 소개하고 있었다. 하지만, 요즘 역사공부를 너무 많이 했더니 대부분 본 듯한 내용이라서, 대충 흘겨보고는 빨리 공연장으로 올라가야겠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큰 실수였다!
왜냐하면 이 올라가는 계단 옆의 공간에 암살범이 실제 링컨을 저격할 때 사용했던 데린저(Deringer) 단발권총이 전시되어 있는 것을 놓쳤기 때문이다. (암살에 사용된 무기를 전시해놓는 것에 대해 반대의견도 있다고 하며, 여기를 클릭해서 극장 홈페이지에서 사진을 보실 수 있음)
다시 지상층으로 올라오면 약간의 경사가 있는 긴 복도를 지나게 되는데, 양쪽 벽면에 링컨과 부스의 당일 행적이 시간별로 각각 그려져 있고, 두 명의 타임라인은 이제 들어갈 극장에서 밤 10시 15분경에 겹치게 된다.
안으로 들어서면서 극장이 예상보다 훨씬 커서 좀 놀랐던 기억이 난다. 국립공원청 직원이 무대에 올라가서 암살 당시의 상황을 설명하고 있었는데, 2층에도 사람들이 있는 것이 보여서 우리도 바로 올라가보기로 했다.
레인저가 가리키고 있는 무대 옆 위쪽의 Presidential Box에서 링컨은 아내 및 뉴욕주 상원의원의 딸과 약혼자인 육군 소령과 함께 <Our American Cousin>이라는 희극을 관람하고 있었는데, 당시 남부 출신의 유명한 연극배우로 극장 주인과도 잘 알고 지냈던 존 부스가 아무런 제지도 없이 박스석 문을 열고 들어섰다. (입구에 경찰관 한 명만 배치가 되었는데, 그는 자리를 비우고 없었다고 함)
부스는 제일 오른쪽 의자에 앉아있던 링컨의 뒷통수에 총을 발사해 치명상을 입히고, 육군 소령은 칼로 찌른 후에 무대로 뛰어내려서 "Sic semper tyrannis"를 외치고는 미리 극장 밖에 준비해 둔 말을 타고 도주했다 한다. 그가 외친 말은 위기주부가 살고 있는 버지니아(Virginia) 주의 모토로 아래의 예전 소개 포스팅을 클릭해서 보시면, 그 뜻과 함께 존 부스의 사진과 암살 순간을 그린 삽화 등을 보실 수 있다.
포드 극장 2층 객석의 뒤에 놓여진 커다란 링컨의 두상 조각의 설명을 아내가 자세히 보고 있다. 이게 국가유적지 관람의 끝이 아니고, 링컨이 총을 맞은 이후의 이야기는 이제 극장을 나가서 바로 길 건너편으로 이동해서 계속 이어진다.
극장 안에 있던 의사와 군인들에 의해서 들려져 나온 링컨의 상태는 도저히 백악관까지 갈 수 없는 중상이었기 때문에, 바로 맞은편에 당시 하숙집으로 운영되던 저 살구색의 피터슨하우스(Petersen House)로 운반이 되었다.
정면 벽에는 대통령 문양과 함께 에이브러햄 링컨이 총을 맞은 다음날 아침에 이 집에서 사망했다는 것과 1896년에 연방정부가 여기를 사들였다는 내용이 적혀 있는데, 미국이 역사적 장소의 보존을 위해 최초로 개인 소유의 주택을 구매한 것이라고 한다.
입구에 서있던 레인저에게 표를 보여주고 들어가면 먼저 거실이 나오는데, 지혜가 벽난로 위에 놓여진 링컨이 들것에 실려서 이 집으로 운반되는 모습을 묘사한 그림을 보고 있다. 그리고 연결된 다른 방을 거쳐서 계단 아래의 제일 안쪽 방으로 들어가면,
바로 이 방에서 링컨 대통령은 1865년 4월 14일 아침 7시 22분에 56세로 숨을 거두었다 한다. 실제 링컨이 누웠던 침대는 현재 시카고 역사박물관에 전시되어 있고, 여기는 같은 디자인과 크기의 침대를 가져다 놓았는데, 침대가 너무 작아서 키가 큰 링컨을 대각선으로 눞여야만 했다고 한다.
임종 순간을 묘사한 그림과 직후의 방 사진, 그리고 링컨의 마지막 공식 사진이 함께 있는 설명판이다. 여기서 옆 건물과 연결된 통로를 지나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4층으로 올라가면 사망 이후의 이야기가 또 계속된다.
4층 애프터매스(Aftermath) 전시실에는 경로를 그린 두 개의 큰 지도가 차례로 나오는데, 첫번째는 링컨의 장례 운구 열차가 수도 워싱턴을 떠나서 고향인 일리노이(Illinois) 주의 스프링필드까지 이동했던 것을 보여주고,
두번째는 암살범 존 부스가 DC를 빠져 나와서 12일 후에 버지니아 주의 담배농장 창고에서 체포에 저항하다가 사살될 때까지의 도주경로를 보여주고 있다. 그 후 공범 8명이 군법재판소에 회부되어서, 그 중 4명이 암살사건 발생 약 3개월이 안되는 7월 7일에 교수형에 처해졌다.
아랫층으로 내려가는 원형계단의 가운데 기둥 주위를 1층 바닥부터 여기 4층까지 모두 링컨과 관련된 15,000권의 서적으로 빼곡히 쌓아놓은 타워오브북스(Tower of Books)가 참 멋있었다. (갑자기 디즈니월드의 타워오브테러 놀이기구가 떠오름^^) 책으로 만든 '공든탑'을 밀어서 무너뜨리려는 아내의 위치에서 자세히 봤더니, 책의 앞뒤 표지만 진짜이고 가운데 부분은 모두 책두께에 맞춘 빈 플라스틱으로 만든 후에 접착제로 튼튼하게 서로 붙여놓은 것이었다.
3층 레거시(Legacy) 전시실은 미국과 전세계에서 그의 유산과 업적을 기리는 내용을 소개하고 있다. 왼편의 만화처럼 마블코믹스 멀티버스에서 캡틴아메리카, 스파이더맨과 함께 히어로로 등장한 것도 재미있었지만, 사진 가운데 벽면에 아주 관심을 끄는 전시물이 있었다.
한국 대표단이 포드 극장에 선물했다는 노무현 대통령이 쓴 링컨의 평전 <노무현이 만난 링컨> 책과 그 뒤의 호랑이가 그려진 접시를 설명과 함께 전시해 놓았다. 혹시 한자에 조예가 있으신 분은 호랑이 위에 씌여진 글이 무슨 뜻인지 댓글로 알려주시기를 바란다. 계속해서 원형계단을 따라 내려가는데 2층의 교육실은 문을 열지 않았고, 1층에는 기념품 가게가 자리잡고 있다.
그 벽면에는 이 가게가 특별히 삼성의 지원을 받은 사실에 감사한다는 작은 안내판이 붙어 있는 것도 특이해서, 마지막 사진으로 남기고는 링컨이 암살된 장소인 포드극장 국가유적지(Ford's Theatre National Historic Site) 구경을 마쳤다. 글의 맨 처음에 NPS에서 관리하는 링컨과 직접 관련된 장소가 5곳이라고 말씀을 드렸었는데, 지금 연재하고 있는 2차 대륙횡단 여행기에서 링컨이 출생한 장소가 역사공원으로 지정된 곳도 조만간 블로그에 소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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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제34대 아이젠하워 대통령을 기념해서 약 2년전인 2020년 9월 17일에 개관한 드와이트 D. 아이젠하워 메모리얼(Dwight D. Eisenhower Memorial)은 워싱턴DC의 내셔널몰 지역에 만들어진 가장 최신의 국가기념물(National Memorial)이다. LA의 유명한 디즈니홀(Disney Hall) 등을 설계한 세계적 건축가인 프랭크 게리(Frank Gehry가 디자인을 했지만, 기념관 건물이라기 보다는 현대적 조형물이 있는 도심공원에 가까운 모습이다.
DC의 국립항공우주박물관이 외부공사를 하는 모습인데, 2018년부터 무려 10억불을 들여서 모든 전시와 건물을 리모델링하는 것을 마치고, 올가을에 마침내 재개장을 한단다. 옛날 모습에서 어떻게 바뀌었는지 몇 달 후에 방문해보기로 하고, 이제부터 간단히 소개할 아이젠하워 기념관은 이 건물에서 Independence Ave를 건넌 남쪽에 자리잡고 있다. (구글맵으로 위치를 보시려면 클릭)
"여기가 미국 대통령 기념관 맞아?" 공원간판도 없는 입구에서는 커다란 대리석 기둥과 함께, 등을 돌리고 쭈그려 앉아있는 소년의 동상만 눈에 들어올 뿐이었다.
캔사스 주의 애빌린(Abilene)이라는 시골 마을에서 목장일을 도우며 자란 소년이, 차례로 미국의 오성장군과 대통령이 된 미래의 자신 모습을 바라보고 있다. 뒤로 아이스크림을 파는 푸드트럭이 보이는데, 이 날은 7월4일 독립기념일 불꽃놀이가 있어서 내셔널몰 교통이 모두 통제되었기 때문에, 여기 지하철역 부근에서 장사를 하는 것이었다.
그 서쪽 기둥에는 오성장군의 표식과 함께 그가 제2차 세계대전 기간에 연합군 최고사령관이었음을 알려주고 있다.
기념관 중앙의 넓은 대리석 바닥에는 좌우로 두 개의 인물 조각들이 만들어져 있는 것이 전부인 단순한 구조이다.
뒷 배경이 되는 반투명 철판의 아래에서 겨우 드와이트 D. 아이젠하워(Dwight D. Eisenhower)라고 커다랗게 조각된 이름을 찾을 수 있었다. 우리 부부 빼고는 지금 그늘에서 쉬고있는 가족이 유일한 방문객이었고, 국립공원청 직원도 퇴근을 했는지 보이지가 않았다.
노르망디 상륙작전 당일인 1944년 6월 6일 아침에, 곧 낙하산을 타고 독일군이 점령한 땅에 뛰어내려야 하는 미군 101공수사단의 병사들에게 작전을 지시하는 모습이라고 한다. 전쟁이 끝난 후에 차례로 육군참모총장, 컬럼비아대학교 총장, NATO군 최고사령관을 거쳐서, 1952년말에 공화당 후보로 대통령에 당선된다.
두번째 인물 조각은 미국의 제34대 대통령으로 1953~1961년 연임한 것을 나타낸다. 사모님이 조각의 기단에 앉아서 잠시 포즈를 취해 주기는 했지만, 7월의 햇살에 달궈진 대리석 바닥에 오래 앉아있을 수가 없었다~
동쪽 입구에는 대통령 재임기간을 표시한 다른 기둥이 하나 더 서있고, 사진 오른쪽의 나무 뒤로 작은 비지터센터가 만들어져 있지만 너무 더워서 저기까지 가볼 엄두가 나지 않았다. 나중에 기둥 뒤로 보이는 스미소니언 인디언박물관과 그 너머 국립식물원 등을 구경할 때, 비지터센터는 들러보기로 하고 그냥 돌아섰다.
아이젠하워 기념관의 가장 큰 특징은 배경을 이루고 있는 이 금속으로 만든 '걸개그림' 태피스트리(Tapestry)이다. 전체 길이가 동서로 136미터에 높이가 6미터나 되는 스테인레스 철망에 철사로 수를 놓아서 그린 그림은 노르망디 해안의 평화로운 모습을 추상적으로 표현한 것이라 한다. 제작 당시에 바로 뒤에 보이는 미국 교육부 건물에서 잠시 항의를 받기도 했으며, 밤에 조명이 들어왔을 때 보면 아주 멋지다고 한다. 하지만 이 날은 햇살이 너무 뜨겁고 눈부셔서 자세히 구경을 할 수가 없었는데다, 갑자기 도로쪽에서 큰 소음이 들려왔다.
독립기념일에 인디펜던스 길로 오토바이와 사륜차를 탄 사람들이 엔진소리를 내며 단체로 지나가는 것이었다. 옛날에 삼일절이나 광복절에 폭주족들이 떼로 몰려다니던 것이 떠올랐는데, 한국이나 미국이나 사람들 생각이나 행동은 다 거기서 거긴가 보다~
그래도 이렇게 앞바퀴를 들고 지나가는 것을 보니, 시끄럽기는 했지만 잠시 구경거리는 되었다.^^ 여기가 내셔널몰 남쪽 경계라서 좀 외진 곳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경비가 삼엄한 동네에서 저러고 다녀도 괜찮을까? 뭐 그런 생각을 하면서... 집에서 지하철을 타고 와서 3곳이나 잠깐씩 구경을 모두 마쳤다. 이제 다시 '국립잔디밭'으로 돌아가서 저녁 도시락을 먹은 후에 DC의 불꽃놀이를 구경했던 것도 이미 소개해드렸고, 이것으로 지난 7월의 이야기는 모두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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