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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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의 추억 (2003)

멧가비|2020년 12월 30일

언제 멈춰야 할지 결정해야 하는 치킨 게임 같다. 관객의 심리를 난처한 지점으로 까지 끌고 가면서 결국 모순에 빠지게 만드는 기술이 탁월한 영화. 적어도 내게는 태어나 봤던 영화들이 내게 걸었던 심리 싸움 중 가장 힘들었다. 언제 빠져나가야 될지 결국 영화가 끝날 때 까지 선택하지 못했다. 미궁에 빠진 사건, 이를 추적하는 80년대 난폭한 형사들. 관객들로 하여금 이 믿음직스럽지 못하고 파렴치하기 까지 한 구시대의 유물들에게 팀웍을 느끼게 만들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여기서 이미 나는 심리게임에 말려든다. 추적추적 내리는 비에 유재하의 노래, 이 운치 있는 미장센은 극악무도한 범죄를 수식한다. 여기서는 마치 [시계태엽 오렌지]에서의 '싱잉 인 더 레인'처럼 모순적인 감정이 들끓는다. 경찰들은

마더, 2009

DID U MISS ME ?|2020년 3월 3일

부성애나 모성애 그 자체를 다루면서도 그것의 신격화된 부분들을 해체하는 영화들이 아주 없었던 것은 아니다. 허나 그의 필모그래피가 항상 그랬듯, 봉준호는 짐짓 어렵고 불편해보이는 이야기를 능수능란한 장르의 화술로 전달하는 데에 도가 튼 사람이다. 는 대한민국 어머니들의 표상이라 할 수 있는 김혜자의 인자한 얼굴을 낱낱이 해체해 짐짓 불편함을 느끼게 만들지만, 결국에는 그것을 서술하는 힘 하나만으로 이상한 쾌감을 주는 데에 성공한 영화다. 봉준호의 영화들치고는 이야기가 꽤 단조로운 편에 속한다. 나 에는 여러가지 반전과 트릭들이 있었고, 그나마 좀 단순한 편으로 치부되는 나 같은 경우에도 마지막엔 꼭

마더

묘한 표정으로 '마더'가 춤을 추며 시작하는 영화는 마더와 도준 둘 사이의 과거에 무언가 있었음을 은근히 암시한다. 그것이 직접적으로 표현되진 않으나 일반적인 엄마와 아들간에 일어날 수 있을법한 일이 아닌, 무언가 꺼림칙한 일이었다는 기운을 풍기며 관객으로 하여금 불온한 상상을 하게 만든다. 거기에 마더가 꾸리는 약재상의 분위기는 어떤가. 대낮에도 컴컴한 약재상은 그 자체로 불편한 공간이다. 분명 엄마와 아들의 이야기인데 영화는 내내 불편하고 불온한 분위기를 풍긴다. 봉준호 특유의 엇박자 감성을 극단까지 밀어붙인 결과물이 이 마더 아닐까... 뭐 그렇게 생각한다. 봉준호의 최고작으로 마더를 꼽는 사람들은 바로 이 지점에서 마더를 최고로 꼽는게 아닌가 싶다.

괴물, 2006

DID U MISS ME ?|2020년 3월 1일

외피는 몬스터 장르 영화지만, 그 안으로 들어가면 봉준호 감독 말마따나 유괴 영화, 가족 영화, 블랙 코미디에 더 가깝다고 할 수 있겠다. 괴물의 존재 그 자체가 일종의 맥거핀처럼 작동하다가, 후반부에 들어서야 온전한 볼거리로 다시 돌아오는 작품. 개봉 당시에 내가 중학생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극장에서만 아홉번 정도를 봤었던 것 같다. 한국 영화계에서 괴수 장르 영화로써 유일하게 성공한 영화이기도 할 것이다. 그 '성공'의 기준을 무엇으로 잡느냐에 따라 느낌이 조금씩 다르겠지만, 비평적인 측면과 영화 자체의 완성도라는 측면에서는 압도적인 1타지. CG 기술이야 심형래의 가 앞서나가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허나 이야기의 구조와 그 완성도라는 부분에서만 보면 누가 뭐라해도 &l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