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s
205 posts봉준호 차기작인 "미키 7"의 촬영감독이 결정 되었네요.
봉준호 감독이 기생충 이후에 다음 작품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에 관해서 정말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 상황입니다. 개인적으로 기대가 많이 되기도 하면서, 다른 한 편으로는 좀 미묘하게 다가오는 것도 사실입니다. 아무래도 저는 기생충의 경우에는 두 번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영화가 아니라는 것이 미묘하게 다가오는 지점중 하나라서 말이죠. 작품이 나쁘다는건 아닌데, 이상하게 손이 잘 안 가는 케이스라고나 할까요. 아무튼간에, 새 촬영감독은 다리우스 콘지 입니다. 이미 옥자때 한 번 호흡을 맞춘 케이스이다 보니, 기대가 되는 조합이기도 합니다.
기생충 (2019)
부자(富者)의 자유와 빈자(貧者)의 계획, 나는 그렇게 대략 축약한다. "너는 계획이 다 있구나" 하는 가장 유명한 대사. 그렇다, 문득 찾아온 찬스에 맞춘 기우의 계획으로부터 모든 것이 시작된다. 그 계획이란 것의 궁극적인 도달점은 계획이 실패함으로써 결국 밝혀지지 않지만, 그 폭우가 쏟아지기 전 까지는 기우의 계획은 성공적인 듯 보인다. 박사장 부부는 아무 것도 모른다. 줄을 잇는 새 피고용인들이 사실은 한통속이라는 것을 모른다. 다송의 트라우마가 뭔지 모르고 다혜가 잘생긴 과외 선생들과 방에서 뭘 하는지 모른다. 문광의 비밀을 모르며 지하 벙커의 비밀을 모른다. 이렇게 아무 것도 몰라서 그들은 손해보는가? 전혀. 박사장이 칼에 찔린 건 자존심 상한 기생충들의 예외적인 악의(惡意) 때문이지, 결
괴물 (2006)
조롱이 아니라 정말 존중의 의미로서, 영화는 "가지가지" 한다. 봉준호가 괴수 영화를 찍는다고 해서 일단 놀라고, 그 배경이 내가 자란 동네라고 해서 또 놀란다. 영화가 시작한다. 어지간한 헐리웃 괴물 영화였으면 아직도 등장인물들 소개하고 있을 시간인데 여기선 다짜고짜 괴물부터 튀어 나온다. 그런데 대낮이다. 봉준호 엇박자 세계관에 들어온 괴물은 그렇게 줄줄이 이어지는 깜짝쇼로 인상깊게 데뷔한다. 씩씩해 보이던 첫인상과 달리 이 한강 괴물은 사실은 너무나 외롭고 애처롭다. 한강에 트럭만한 괴물이 나타난 미증유의 대사건, 하지만 사람들은 엉뚱한 시위만 할 뿐 괴물이라는 게 아예 출현도 하지 않았던 것처럼 군다. 이토록 세간으로부터 철저히 무시당한 괴수가 또 있었나. 심지어 이름 조차 없잖아. 중
복수는 나의 것 (2002)
두 번 이상 재감상할 마음이 안 들(그러나 이미 세 번 이상 봤고) 정도로 잔인하고 지긋지긋한 운명론이 영화 전체를 지배한다. 서로에게 가한다는 복수는 어쩌면 자신을 옭아맨 더러운 운명에게 향하는 악다구니처럼 보인다. 평범한 노동계급 청년 류를 하루아침에 유괴범으로 만든 건 장기밀매 사기꾼들이 아니라 사기 이후 들려온, 사기 당하지 않아도 되었을 기회를 놓쳐버린(절박함이라는 형태의) 운명 앞에서의 무력함과 좌절이다. 영미는 좋은 유괴론이라는 궤변을 늘어놓지만, 정말 "좋은 유괴"로 끝내려던 류와 영미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유괴의 근본 원인이었던 류 누나의 죽음으로 인해 유괴 대상인 동진의 딸도 죽고 만다. 운명 혹은 그와 비슷한 어떤 거대한 의지가 좋은 유괴 따위란 없다고 비웃는 듯이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