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폰지, 자신을 미워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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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그 원, 깨어난 포스

새출발한 '스타워즈' 프렌차이즈의 첫 정규 볼륨인 '깨어난 포스'가 기대만큼의 대박을 터뜨렸고, 외전격이라 할 '로그 원' 역시 좋은 성취를 보였으되 한국에서의 흥행은 그냥 그럭저럭. 평 역시 "팬 무비로서는 훌륭하다", 바꿔 말하면 독립된 영화로서의 만듦새나 이야기 개연성은 부족하다는 평가를 많이 받는다. 개인적 감상이지만 내게는 반대였다. '깨어난 포스'가 오히려 "팬 무비로서는 훌륭한" 수준이었다. 너무 커다란 프렌차이즈를 바톤터치한 후 아주 안전하게만 간다는 느낌이었고, 오리지날 트릴로지의 요소들이 대거 투입된 것은 그야말로 팬서비스이지, 그 자체로는 식상했다. 다 늙은 한솔로는 또 먼저 쏘고, 주인공들은 또 너무 경계가 허술한 기지를 헤집고 다니고... 오리지날 시리즈 이야기를

너의 이름은 - 로맨스에 힐링 덮밥

너의 이름은 - 로맨스에 힐링 덮밥

로맨스란 본래 '불가능한 것에 대한 희구'라 정의할 수 있다. 애정이든 가족애이든 사회 정의이든, 처음부터 '절대 불가능한 일'을 상정한 후 주인공들이 끝까지 그 불가능한 일의 실현에 나아가는 의지를 그리는 것이 로맨스이다. 그래서 족보를 따지자면 전통적 비극과 연결되어 있다고 하겠는데, 불가능 추구가 운명의 힘센 손길에 부서지는 것이 비극의 핵심이라면, 불가능하다는 걸 알면서도 끝까지 실낱같은 희망에 매달리는 게 로맨스의 핵심이라 할 것이다. 신카이 마코토는 데뷔 때부터 일관되게 그런 로맨스 미학에 매달린 작가이다. 그의 작품들은 원래부터 스토리텔링이나 개연성이 다소 부족하면서도, 그런 부분을 희생해서라도 만들어내는 순간순간의 로맨스 정서, 만날 수밖에 없지만 절대로 만날 수 없다는

매드맥스 - 저건 패미니즘도, 패미니즘 아닌 것도 아니야

매드맥스 - 저건 패미니즘도, 패미니즘 아닌 것도 아니야

1. 영화 '매드맥스'를 맥스나 퓨리오사가 아닌 이모탄의 입장에서 생각해 봐도 흥미롭다. 이모탄이야말로 신화속 부계 영웅의 전형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는 잔혹한 시절 소수의 측근을 거느리고 신천지에 도달해 새로운 왕국을 세운 영웅이다. 말하자면 칭기즈칸이나 고주몽, 아더왕과 같다. 그의 왕국에는 독점적 부계로 이어지는 체제가 있고, 체제 안에서의 합리성이 있으며, 구성원 다수가 열광하는 구술문화의 신화, 이야기가 있다. 그런데 그의 부하들 중 가장 유능해 보이는 사령관 퓨리오사가 일종의 반란을 일으켰다. 그녀가 일부 측근을 이끌고 대열을 이탈한 것은 이모탄 입장에서는 신에 대한 루시퍼의 반란, 아더왕에 대한 모드레드의 반란과 같다. 신성의 피조물이 신성과 동등해지겠다는 오만으로 유사 신성을

그래비티(2013)

그래비티(2013)

최신기술이 동원된 3D최적화의 최신작임에도 고전의 풍모가 느껴진다. 오래도록 고전으로 남을 법한 영화다. 기술적 성취도 대단하려니와, 고전적인 정서를 거의 전통적으로 그려냈기 때문이다. 여기서 전통이란 의미가 철저하게 미국영화스러운 무언가라는 점이 또한 이 영화가 제법 오랜 시간이 지나서도 2013년의 영화를 대표하게 되지 않을까 억측하게 되는 이유다. 우선 내년 아카데미의 주역이 되리라는 게 거의 확실해 보이기도 하고. 너무나 미국식으로, 다시 말해 보편적으로(...) 잘 만든 영화이기 때문에 오히려 무어라 덧붙일 말이 없다. 맷 코왈스키(조지 클루니 분)의 건성인 척 따뜻한 마초캐릭터도, 스톤 박사(산드라 블록 분)의 강박적인 열정과 미숙함도 90년대 이후 미국영화에서 너무 자주 보던 인

블루 재스민

블루 재스민

케이트 블란쳇의 디테일 뛰어난 연기에 눈을 뗄 수 없는 영화. 같이 본 이에 따르면 '다양한 여자들의 다채로운 내면을 자매 역의 두 연기자가 골고루, 너무 리얼하게 보여주'는 영화였다. 또한 금융위기와 불황 이후 망가져가는 미국인 여피 맨탈의 한 단면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들은 '태생이 특별하기 때문에', '유전자가 우월해서' 스스로 감당이 안 될 정도의 풍요 속에 살았다. 혹은 그렇다고 생각했다. 풍요는 그들이 구조를 잘 알지 못하는 신비스러운 루트를 통해 몰아닥쳤고, 기적같은 축복이었지만 당연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그 모든 것이 기만과 금융사기로 이루어진 허상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어렴풋이 눈치채었지만 이 정도야 괜찮겠지, 다들 그러고 사는데 별일이야 있겠어? 싶던 것들이 어느 순간 바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