멧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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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트맨V슈퍼맨 확장판도 해결하지 못한 것들
확장판에서 추가된 건 슈퍼맨과 배트맨의 '동기부여'에 관한 보충 설명 뿐, 영화의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하지 못했다. 확장판이 해결해 준 건 고3 수험생으로 치자면 '창가 옆자리라 햇빛에 눈이 부셔서 칠판이 안 보인다' 정도도 못되는 것들 뿐이다. 호박에 줄을 긋는다고 수박이 되진 않는다는 옛 말이 딱 맞다. 확장판도 해결하지 못한, 영화가 가진 근본적인 문제들을 정리해 보자면, 배트맨의 문제 배트맨이 "살인을 했다"는 자체는 다른 매체에서의 재해석일 뿐 큰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범죄자를 살해하는 과정에서 민간에 끼칠 피해를 고려하지 않으며 실제로도, 피해를 줬다는 게 진짜 문제다. 렉스콥으로 배달 중인 크립토나이트를 탈취하려는 과정에서 벌어진 도시 파괴(운전자가 탑승 중일지도 모를 민

로렐 Laurel (2015)
우선 마음에 드는 영화의 태도는 로렐과 스테이시의 로맨스를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는 점이다. "이 둘이 어떻게 사랑하게 되었나"가 아닌, "이 둘은 사랑하는 사이입니다. 그런데..."를 말하는 영화로서 적절한 생략이다. 영화는 쓸 데 없이 감정을 쥐어짜지 않고 오히려 건조하다 싶을 정도로 늘 중저음의 정서를 유지한다. 암 걸렸다고 부둥켜 안고 질질 짜고, 이런 거 없다. 나 암 걸렸으니 날 떠나서 더 좋은 사람 만나, 하는 식의 신파도 없다. 로렐과 스테이시는 상황이 어찌됐건 서로를 사랑하는 마음을 의심하지 않고 확인하려 들지 않는다. 그러나 영화는 건조하면서 동시에 따뜻하다. 따뜻하려고, 따뜻해 보이려고 노력하지 않으면서도 충분히 온기를 전달하는 점이 좋다. 실화로 이미 알려진 내용보다는

보이후드 Boyhood (2014)
가족의 파괴와 재구성을 겪고, 종교-정치적으로 자신의 색깔을 인식하며 성장하고, 사랑과 진로에 대한 고민을 하는, 지극히 미국 사회의 평범한 남자 아이 하나가 자라는 과정을 리얼하게 지켜보는 관조적인 영화. 12년 동안 같은 배우들의 성장과 노화를 담은 것도 신기한 일이지만 그런 대장정을 아무도 모르게 실행했다는 것이 더욱 놀랍고, 그 보장되지 않은 12년을 믿고 달려온 배짱은 경이롭기까지 하다. 특별히 드라마틱하거나 특별히 감정을 쥐락 펴락하는 일은 영화에서 벌어지지 않는다. 그저 소년을 남자로 만드는 삶의 모든 순간들을 담담히 함께 지켜 볼 뿐이다. 한 편의 영화 안에서 12년이라는 세월의 흐름을 고스란히 느끼면서 문득 생각했다. '트루먼 쇼'에서 트루먼의 일생을 지켜보던 시청자들이 이런

스쿨 오브 락 The School Of Rock (2003)
문제를 떠안은 폭탄같은 외부인이 흘러들어와, 경직된 분위기의 조직에 음악으로서 변화를 주는 이야기. 이는 '시스터 액트'와 일치하는 구조의 이야기이다. 다만 조금 더 안전하고 보편적인 모양새를 취했을 뿐. 덕분에 영화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건 역시나 잭 블랙의 원맨쇼다. 잭 블랙이 날뛰어야 하는데 잭 블랙을 담는 그릇일 뿐인 영화가 복잡하거나 깊을 필요는 없었겠지. 조금만 삐딱하게 생각하면 영화는 다소 슬프다. 같은 반 아이들 중 누군가는 밴드에서 기타를 치지만 다른 누군가는 그루피 역할을 맡는다. 가뜩이나 이른 경쟁에 뛰어든 아이들에게 벌써 조연이 되는 법을 가르칠 필요가 있었을까. --- 락이라곤 지금보다 더 개뿔도 모르던 시절, 'Smoke on the Water'를 내게 가르쳐 준

멍하고 혼돈스러운 Dazed And Confused (1993)
70년대 청소년들이 1년 중 가장 일탈하는 하루를 다룬 슬래커 무비. '슬래커'라는 영화를 통해 슬래커라는 장르를 만든 감독이 그 '슬래커'의 바로 다음에 만든 영화라서 너무나 슬래키하다. 시기적으로 히피가 될 기회를 놓친 아이들이 히피처럼 약물에 의존하면서 하는 일탈 행위는 오히려 폭력성의 배출이다. 물론 그 모든 파행적 해프닝들이 그 하루 동안의 세계관에만 존재하는 일들일 것이기 때문에 우리는 그것을 폭력의 역사가 아니라, 그저 잠시 못되게 굴었던 청소년기의 기억이라고 부를 수 있는지도 모르겠다. 영화에서 딥 퍼플의 'Highway Star'가 들릴 듯 말 듯 흘러나오는 순간 미묘한 느낌을 받았다. 그 시절 애새끼들은 저런 음악이 당대의 유행가였을 거라고 생각하니까 부럽다고 해야할지 존경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