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쓸쓸한 당신의 독

Sources

Posts

51 posts

휴일에 전주 한옥마을을 찾은 어느 관광객의 일기

참 쓸쓸한 당신의 독|2018년 10월 8일

전주는 엄마의 고향이다. 엄마는 자신의 고향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듯하여 성인이 된 이후 엄마와 전주를 찾은 적은 거의 없다. 엄마는 전주가 너무 답답했다고 말했다. 지역에서 유명한 집안의 딸이라 모두가 자신을 알고 있어서 더 그랬을지도 모르겠다(지금 와 다시 생각하면 집안의 문제만은 아니었을 듯. 본인의 행적 자체도 남다른 데가 있긴 했다). 엄마와 함께 몇 번인가 방문했던 전주에서는 기억에 남는 추억을 쌓지 못했다. 서울의 고속터미널에 도착했을 때 엄마가 보인 반응이야말로 나의 뇌리에 강하게 남아 있다. 그녀는 센트럴시티에 도착할 때마다 늘 안도의 한숨을 쉬었고, 서울의 빌딩 숲을 보니 너무나 반갑다고 말했다. 엄마는 언제나 이 메트로폴리스가 선사하는 익명성을 칭찬했다.엄마와 별개로 나는 어린 시절 전

석양

석양

참 쓸쓸한 당신의 독|2018년 8월 14일

날은 덥고 몸은 아픈 날이었는데 땀을 뻘뻘 흘리며 보문사 눈썹바위에 올랐고 마애석불좌상 앞에서 석양을 바라보았다. 석양을 보고 나니 아픈 게 땀에 씻겨 나간 듯 몸이 가벼웠다. 뜨는 해보다 지는 해가 익숙하고 가까운 인생. 역시 처음부터 많은 것들이 정해져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운명의 별들이 대거 서쪽 하늘에 아로새겨진 사람의 마인드란 어쩔 수 없나. "어느 날은 석양을 마흔네 번 봤어!" 조금 있다가 너는 덧붙였다. "있잖아…… 몹시 슬플 때는 석양이 좋아져……." "그러니까 석양을 마흔네 번 본 날은 그만큼 슬펐단 말이야?" 하지만 어린 왕자는 대답하지 않았다.-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중에서

우리 넷이 강릉

우리 넷이 강릉

참 쓸쓸한 당신의 독|2018년 7월 4일

V, H, LSD와 강릉에 다녀왔다. 이젠 바다보다 꽃이 더 좋은가 보다. 핸드폰에 온통 꽃 사진인 걸 보면. 바다보다는 꽃 같은 인간, 그리고 인생. 피는 것도 잠깐, 지는 것도 잠깐이다. 참 덧없다.

교토에 다녀왔습니다(Feat. Family)

교토에 다녀왔습니다(Feat. Family)

참 쓸쓸한 당신의 독|2018년 4월 13일

교토에 다녀왔습니다, 가족과. 한마디로 가족 여행을 다녀온 것. 계획도 내가 짜고 가이드도 내가 하고 통역도 내가 하고 돈도 내가 내서 힘들었......다기보다는 매우 뿌듯했다. 여행은 (표면적으로) 무척이나 순조로웠다. 일정표에 써 있는 명소도 다 갔고 날씨도 좋았으며 지갑이나 여권을 잃어버린 사람도 없었고 무엇보다 모두가 건강했다. 하지만 나는 여행이 끝나는 순간 다시 혼자가 된다는 사실이 너무 기뻐 공항철도를 향해 날듯이 뛰어갔다. 결혼을 하지 않아서, 아이를 낳지 않아서, 원가족으로부터 독립해서 정말 행복하다고 내내 생각했다. 나는 나를 잘 모르고 평생을 살아왔지만 그래도 결정적인 실수는 하지 않아서 다행이다. 나에게는 지금 이 삶이야말로 베스트. 다음번에는 "일본에 다녀왔습니다, 혼자"라고 쓸 수

교토에 다녀왔습니다(Feat. Family)

교토에 다녀왔습니다(Feat. Family)

참 쓸쓸한 당신의 독|2018년 4월 13일

교토에 다녀왔습니다, 가족과. 한마디로 가족 여행을 다녀온 것. 계획도 내가 짜고 가이드도 내가 하고 통역도 내가 하고 돈도 내가 내서 힘들었......다기보다는 매우 뿌듯했다. 여행은 (표면적으로) 무척이나 순조로웠다. 일정표에 써 있는 명소도 다 갔고 날씨도 좋았으며 지갑이나 여권을 잃어버린 사람도 없었고 무엇보다 모두가 건강했다. 하지만 나는 마지막 순간 다시 혼자가 된다는 사실이 너무 기뻐 공항철도를 향해 날듯이 뛰어갔다. 결혼을 하지 않아서, 아이를 낳지 않아서, 원가족으로부터 독립해서 정말 행복하다고, 정말 다행이라고 내내 생각했다. 나는 나를 잘 모르고 평생을 살아왔지만 그래도 결정적인 실수는 하지 않아서 다행이다. 지금 이 삶이 내게는 베스트. 다음번에는 "일본에 다녀왔습니다, 혼자"라고 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