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처럼 멋진 나날들, 그리고 양배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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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0 인도일기

새벽 세시에 잠에서 깼다. 어째서 이 시간에 깨게 되었는고 하니 모기란 놈이 내 팔뚝과 다리를 인정사정없이 거의 이십군데에 가깝게 피를 빨고 가셨다. 이곳에 도착한지도 어언 나흘째인데 그 동안 단 한마리의 모기도 보지 못했기에 말라이아 약을 먹어야할 지 망설이던 찰라라 더욱 짜증이 치솟았다. 대담하게도 내 귓가에서 웅웅거리며 날아다니는 녀석을 죽이기 위해 한국에서 들고 온 뿌리는 모기약과 바르는 모기약과 버물림까지 덕지덕지 바르고 다시 누웠으나 이미 물린 팔뚝과 다리의 가려움은 도저히 견딜 수가 없었다. 결국 다섯시 가까이나 되어서야 잠이 들었다. 새벽에 잠을 설친고로 거진 8시 되어서야 눈을 떴다. 이 기숙사에선 오전 일곱시 반에서 여덟시 반 사이에 일층에 있는 얼굴인식장치에 출석체크를 해야 하기에 반

0619 인도일기

오늘도 일곱시에 일어났다. 별 다른 알람도 없이(여섯이 사는 방이라 모두 꺼 버렸다) 이 시간에 일어나는 것이 나조차도 신기하다. 어제 사온 인도 전통요리 재료를 끓인 후, 무심코 사온 향신료들을 마구잡이로 넣었다가 도저히 먹을 수 없는 물건이 탄생했다. 어쩔 수 없이 해당 냄비를 통째로 파기하고 닭고기수프 가루와 파스타 면을 이용하여 즉석에서 닭고기파스타스프를 만들어 먹였다. 그래도 후배 둘이 설겆이는 열심해 해 주니 다행이다. 우리들의 일과는 오후부터 시작하기에 오전시간에 한가로이 방에 누워있다 봉변을 당했다. 어머니뻘의 여성분 두분이 기숙사 방을 청소하러 오신 것이다. 덕분에 빈둥거리던 우리 셋은 침대보며 쓰레기를 깨끗히 청소하는 그 분들 옆에서 몸둘바를 몰랐다. 열심히 일하는 분들에게 나태한 모습

0618 첫 장보기

오전 일곱시에 눈이 떠졌다. 한국 시간으로 치면 이미 오전 열시가 넘은 상황이라 바람직한 상황이었는지는 아리송하였으나 문제없이 잠이 깨었으니 별 것 아니라 생각한다. 아침은 이 주 전부터 이 방에 머무르던 학생들이 어디선가 구비해 놓은, (점심때 식당에서 만난 이 학생들의 인솔자 말로는 자기는 별 도움도 못 되는데도 학생들이 알아서 밥솥도 챙겨오고 살 궁리를 한다 하더라) 나풀나풀한 밥과 계란을 적당히 볶아 후배들에게 먹였다. 이번 여행이 결정되고 나서야 만나 서로 안 지 얼마 안된 후배들인데 말하는 꼴을 보아하니 요리에는 별 다른 관심이 없는 듯 하였다. 할 수 없이 짧은 가방끈이나마 적당히 냉장고를 뒤져 만든 요리였는데 크게 호평하는 거 보니 천상 내가 세 달 동안 식모를 할 노릇인가 싶었다. 물론

0617 첫날

새벽 한 시 반에 공항에 내린 우리는 반 쯤 잠이 깬 채 짐을 챙기어 공항을 나왔다. 도중 환전소가 있었는데 가진 돈을 바꾸는데 주저하던 H, S와 달리 자잘한 환전이 매우 귀찮았던 나는 가지고 있던 거금 삼백불을 통째로 루피로 바꾸었다. 1달라에 약 55루피의 환율이었던지라 내 주머니에는 약 1만 6천루피가 들어차게 되었고, 천루피짜리 지폐는 내 지갑에 들어가지 않는다는 사실만 확인한 채 공항을 나왔다. 우리를 기다리기로 한 택시가 거기에 있을 터였으나 이미 연착과 짐을 찾는 등 한 시간여가 지난 상황이라 아직 택시기사가 남아있을지 의문이었으나, 의외로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무뚝뚝하게 딱히 대화도 나누지 않고 우리를 안내한 두 사람은 이내 공항 주차장에 세워진 밴으로 우릴 이끌었고 거기에 짐을 실

0616 출국

오전 여덟시 30분에 고속버스를 타고 인천공항으로 올라가기로 하였기에 약 여덟시경 고속버스 터미널로 향했다. 같이 가기로 한 후배중 S가 먼저 나와있기에 언제 나와있었냐 물으니 삼십분 전이라 하였다. 이번에 인도에 같이 가게 될 후배 H와 S중 집이 먼 곳에 있던 S가 먼저 와 있으니 가까운 곳에 사는 이 치고 제 시간에 오는 이가 없다는 말이 새삼 확 와닿았다. 버스를 타고 인천까지 약 네시간 간 십분가량을 이동해야 했기에 버스 안에서 잠이나 청할까 하였지만 이미 전날 새로운 도전에 대한 두근거림따위는 쓸데없이 먹은 나이와 함께 버려버린 몸이라 푹 숙면을 취한 나로서는 잠이 올 리가 만무하였기에 엠피쓰리를 귓구멍에 쑤셔박은 뒤 전날 지인이 우연케도 구해준 소설을 읽으며 서울로 향했다. 공항에 도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