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속 환상

Sources

Posts

31 posts

심연의 끝에서 발견한 것

일상 속 환상|2014년 11월 14일

의식 탐구자 크리스토퍼 놀란의 세계관으로 본 * 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코끼리를 생각하지 말라고 하면 뭘 생각할까요?”“코끼리.” 의 설정을 함축한 문답이 무색하게도, 감독 크리스토퍼 놀란은 ‘코끼리’라는 답변보다 ‘코끼리’에 집착하게 되는 인간의 의식에 집중한다. 영화는 의식의 탐구를 위해 꿈의 세계를 창조한다. 정신분석학 포럼을 방불케 하는 꼼꼼한 설정과 어디서도 본 적 없는 휘황한 프로덕션 디자인을 통한 꿈의 가시화는 보는 이를 압도한다. 하지만 크리스토퍼 놀란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간다. 그의 진짜 목적은 기술적, 미학적 성취를 통해 이뤄낸 극치의 몰입감을 일거에 무너트리고, 알맹이만 남기는 데 있다. 물론 그 알맹이는 크리스토

공동체 결속과 유지, 공간에서 답을 얻다 / 영화 <지미스 홀>

일상 속 환상|2014년 11월 9일

켄 로치, ‘광장’과 ‘회관’의 공간성 차이를 사유하다 지미는 일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에 넓은 들판에서 춤을 추는 청년들 한 무리와 만난다. 그들은 지미에게 간절히 마을회관 재개장을 부탁한다. 청년들은 실컷 춤을 추고, 다양한 문화교육을 받을 수 있는 커뮤니티 공간에 대한 욕망을 스스럼없이 드러낸다. 청년들이 현재 춤을 추고 있는 곳은 ‘광장’이다. 광장은 열린 공간이자 외부 파급적인 특성을 지닌다. 열린 공간이기에 누구나 참여할 수 있고, 외부 파급적이기에 연설과 동참에 어울리고 전파속도도 빠르다. 하지만 동시에 열려 있기에 내밀한 조직에 적합하지 않고, 전파는 빠르지만 결속과 유지가 어렵다. 사회주의 좌파 감독으로서 항상 광장의 기능과 중요성을 강조하던 켄 로치는

장이모와 공리의 7년 만의 만남 <5일의 마중>

일상 속 환상|2014년 10월 21일

문화대혁명 시절, 사상범으로 잡혀갔던 남편 루옌스(진도명)가 탈출했다는 소식을 듣는 아내 펑완위(공리)와 딸 단단(장혜문). 루옌스가 찾아오면 바로 고발하라는 당 간부의 으름장에 겁을 먹는 두 모녀. 결국 루옌스가 찾아왔을 때 펑완위는 문을 열어주지 않고, 단단은 그가 찾아온 사실을 고발한다. 다시 잡혀간 루옌스는 3년 후 문화대혁명이 막을 내리자 집으로 돌아온다. 하지만 루옌스를 알아보지 못하는 펑완위. 루옌스가 잡혀가던 날의 충격으로 기억장애를 겪는 펑완위는 남편이 5일에 돌아온다는 편지만을 믿고 반복적으로 기차역에 마중을 나간다. 엄가령의 소설 을 각색한 <5일의 마중>은 장이모와 공리의 7년 만의 만남으로 화제가 된 작품으로 제67회 칸영화제 비경쟁부문에 초청됐다.

무알코올맥주에 취한 시대를 위무하는 마틴 스코시즈의 해장술

일상 속 환상|2014년 10월 21일

김수의 이론비평 요약(블로그엔 전문을 실었습니다) 3D가 영화의 새로운 지평을 열 것을 확신하며 조르주 멜리어스를 낭만적으로 소환한 와 몇몇 다큐멘터리를 제외하면, 공교롭게도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함께 한 마틴 스콜세지의 근작 세 편은 모두 본질과 허상의 괴리가 파생하는 긴장을 담고 있다. 는 갱단에 위장 잠입한 경찰이 정체성을 잃을까 두려워하는 느와르고 는 정신분열증 환자의 내면 탐방기를 스릴러로 풀어낸 작품이다. 두 영화에서, 자아를 잃은 주인공들은 존재하지 않는 것과 끝없는 투쟁을 벌인다. 부재와의 투쟁은 애초에 승리할 수 없는 싸움이다. 허상을 적으로 상정한 캐릭터의 서사는 패배로 끝날 수밖에 없다. 스콜세지는 장르적 쾌감에 한껏

‘아듀’(안녕)가 아닌 ‘오르부아’(또 봐)를 건네며

일상 속 환상|2014년 10월 21일

김수의 작품비평 요약(블로그엔 전문을 실었습니다) 오프닝 시퀀스, 포크송 한 곡을 부르고 내려온 르윈 데이비스는 의문의 사내에게 폭행을 당한다. 그 사내는 폭행의 이유를 명쾌히 알려주지 않고, 르윈 역시 다소 억울한 표정을 짓는다. 하지만 큰 저항 없이 두들겨 맞으며 변명에 급급한 르윈에게서 숨겨진 허물을 짐작하기란 어렵지 않다. 그렇다면 르윈은 왜 맞는가? 수미쌍관으로 이뤄진 구조에서 파악할 수 있듯이, 영화는 이 질문의 해답을 찾기 위해 '내면으로(inside)' 떠나는 르윈의 여정이다. 의문의 사내가 새긴 상흔은 자아의 균열로 치환되고, 필연적으로 르윈은 그 원인을 찾는 여정의 주체가 된다. 하지만 르윈은 익숙하지 않은 아파트에서 낯선 고양이에 의해 깨어나는, 즉 타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