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LL ME YOURS I WILL TELL YOU MINE

(나쁜) 영화가 태어나는 곳

By  | 2021년 8월 21일 | 
도에이의 기대작. 내게는 의외의 발견과도 같았던 시라이시 카즈야의 ‘고독한 늑대의 피'가 속편 공개를 앞두고 9분이 넘는 ‘예고 아닌 예고편'을 공개했다. 대사의 한 대목을 모두 4개의 사투리로 재연해놓은(후시 녹음의 더빙) 영상인데, 마츠자카 토오리가 ‘너희 모두 체포야'라 히로시마 방언으로 말하면 , ‘너희 모두'가 표준어, 오사카벤, 츠가루벤, 하카타벤으로 합을 맞추며 치고받는다. 외국인인 탓인지 듣는 재미를 난 잘 모르겠지만, 지난 해 ‘마티아스와 막심'을 사이하테 타히의 시와 스다 마사키의 낭송으로 믹스해, 홍보 영상을 만들었던 예와, 분명 멀리있지 않다. 코로나가 시작하고, 영화 마케팅은 분명 조금 다른 얘기를 하기 시작했다. 지난 아카데미, 남우 주조연상을 휩쓸었던 이 영화는 도에이의 가

어느 소년 소녀의 여름이 우리에게 알려준 것

By  | 2021년 7월 28일 | 
시작과 함께 빠져드는 영화가 있다. 대부분 영화의 오프닝이란 현실과 다른 이(異)세계를 선언하는 제스춰의 장면이기도 하지만, 때때로 어느 영화는 유독 ‘그곳에만 존재하는’ 세계를 돌연 던지고, 그곳의 시간을 걷는다. 홍상수의 작품들이 제목에서부터 그만의 세계를 암시하는 것처럼, 하마구치 류스케의 ‘아사코'가 바쿠와 료헤이, 아이들의 불꽃 장난으로 ‘자고 있거나 깨어있는’ 상태를 은유하는 것처럼, 영화란 아마 그곳에만 살아가는 이야기의 무한 루프, 여지없이 1인칭에서 시작해 너에게로 확장하는 끊임없는 ‘대화의 생명체'이기도 하다. 그렇게 몰입하는, 내 이야기처럼 눈물을 흘리는, 시간이 흘러도 기억하고 그리고 남아있는. 하지만 그런 ‘시작'에 예고는 없고, 안주영 감독의 장편 데뷔작 ‘보희와 녹양'을 보며, 설

컷과 컷 사이, 영화의 신이 내려온다

By  | 2021년 8월 14일 | 
야마다 요지 감독의 아마 91번째 영화 ‘키네마의 신'이 지난 목요일 개봉했다. 이 시절 개봉이 연기되거나 촬영이 중단되는 영화들의 예는 수도 없이 많겠지만, 이 영화는 조금 더 애달픈 사연을 품고있다. 코로나가 시작되고 1년, 주연 배우로 예정되어 있던 시무라 켄의 확진 소식이 들려왔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의 고향 도쿄 히가시무라야마시(東村山市) ‘시무라 켄의 나무' 앞엔 고개를 떨군 헌화가 놓였다. 그렇게 두 번의 촬영 스톱과 두 번의 개봉 연기. TV엔 수도없이 많은 비보가, 슬픈 뉴스가 흘러나와도, 세상일은 대부분 남의 얘기처럼 들려오지만, 이럴 때 난 어김없이 내가 그곳을 살고있음을 느낀다. 시무라 켄과 50년 세월을 사이로 하나의 캐릭터, 고우를 연기하는 스다 마사키는 “이러다 정말 없던 영화가

'쿠마'의 못다한 말, 그리고 아무도 하지않는 이야기

By  | 2021년 7월 27일 | 
쿠마의 다 하지 못한 말. 올림픽 경기장을 비롯 야마테센의 39년 만 역사(駅舎), 일본의 첫번째 ‘에이스 호텔’이랄지 무라카미 하루키 라이브러리. 뭐든 봤다하면 쿠마 켄고인지라, ‘지금은 쿠마’라고 생각했던 게 벌써 두 해 전. 다행히, 운이 좋게도 비대면 (줌)인터뷰를 할 수 있었고, ‘폴인'과의 리포트에선 1만 자가 넘게 그에 대한 글을 쓰기도 했고, 심지어 그 기사 초고는 3만자가 넘었는데, 몇 번이나, 여기저기 쿠마를 말하고 떠들어도 여전히 부족하고, 모자라다 느낀다. 심지어 하루하루 새로운 ‘꺼리’가 계속 생겨나버리는, 좀처럼 끝나지 않는 ‘그를 좇아가는 거기와 여기 사이의 길.’ 그러니까, 그야말로 ‘가장 지금의 건축가.’ 지금의 도쿄야 코로나다, 올림픽이다 매일같이 얻어맞기 바쁘지만, 자하

어떤 영화는, 끝이 난 뒤에야 시작한다

By  | 2021년 8월 28일 | 
남의 영화평에 굳이 왈가왈부 하(고싶)지 않지만, 별 3개를 줄 때의 마음이란, 보다 신중, 신중, 그리고 신중해야 한다 생각한다. 그것도 매체를 빌린 자리라면. 씨네21이 ‘아무도 없는 곳'에 별점 5.2를 매겨놨다. 하마구치 류스케의 ‘아사코'에 대한 졸평에 이어 다시 한 번 ‘두 눈’을 의심했는데 이건 좀 많이 틀렸다. 코로나 때문이지만 그렇지 않을지도 모르고, 어찌됐던 극장에서 보지 못한 채 이야기하는 게 주저되기도 하지만, 김종관 감독의 ‘아무도 없는 곳'은 올해 내가 만난 가장 아름다운, 지금 이 시절에 의미가 더 발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개인적으로는 아쿠타카와 류노스케의 '조춘'과, 동물원에서 연인을 기다리지만 오지않는 시간 만이 존재했던 그 ‘아무 것도 없던 시간'과 결을 같이하는.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