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End

아르마딜로 (Armadillo) 2010년

By  | 2012년 5월 14일 | 
아르마딜로 (Armadillo) 2010년
파티에서 질펀하게 즐기던, 그냥 잘 노는 젊은이들 같던 그들이 처음으로 무서워지는 순간은 "경험을 쌓으러 간다"고 이유를 댈 때다. 아르마딜로 기지의 상사는 "아주 흥미로운 시간이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다"고 그들을 맞이한다. 사건 사고 없는 시간이 이어지자 그들은 "무슨 일이든 일어났으면 좋겠다"고 투덜댄다. 자신들이 전장에 있다는 사실을 잊은 걸까? 알 수 없는 대지와 예상치 못한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 보이지 않는 적들. 그 모든 두려움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전쟁에 '중독'되어가는 듯하다. 철저히 고립된 그들은 이미 (탈레반들을 비롯해) 아프간인들과 같은 종이 아니다. 이종 간의 전쟁은 끝나지 않을 것이다. 그들은 민간인들의 피해를 현금으로 보상하며, 민간인들을 (그리고 가끔은 탈레반들을) 사살할 것

아티스트 The Artist (2011)

By  | 2012년 4월 13일 | 
아티스트  The Artist (2011)
조지의 삶에 갑작스레 소리가 끼어드는 순간은, 나는 알지 못하던 소리의 위력을 깨닫게 했지만... 그 외에는 글쎄. 장 뒤자르댕의 연기는 인상적이었다.

딱따구리와 비 (The Woodsman and the Rain) 2011년

By  | 2012년 5월 14일 | 
딱따구리와 비 (The Woodsman and the Rain) 2011년
오구리 슌을 스크린에서 본 적이 한 번도 없다는 이유로, 별 기대 없이 선택한 영화. 착하게 착하게만 흘러가는 이야기가 답답할 수도 있었겠지만, 캐릭터 하나 씬 하나 허투루 흘리는 법이 없어 감탄하게 되는 사랑스러운 영화였다. 소위 '힐링'을 추구하는 일본의 아트하우스 계열 영화는 좋아하지 않지만, 이 정도로 잘 만든다면 아무래도 괜찮지 않을까. (극 중) 영화가 탄력을 받아가면서 점점 더 즐거워하는 스태프들의 얼굴이 개인적으로 크게 다가왔다.

디어 한나 (Tyrannosaur) 2011년

By  | 2012년 5월 14일 | 
디어 한나 (Tyrannosaur) 2011년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폭력으로 대화하는 법밖에 모르는 이들이, 현실에서나 스크린에서나 늘어가는 듯하다. 간절한 기도는 폭력 앞에서 무력하지만, 그래도 당신을 위해 기도해주겠다는 마음은 의도하지 않은 폭력을 멈추게 한다. 홧김에 아끼던 개를 걷어차 죽일 수도 있고, 분노에 차 자신을 괴롭히는 남편을 죽일 수도 있다. 남자와 여자는 그런 서로의 모습에 섬뜩해 하고 두려워 하면서도 끝내 외면하지 못하고 서로를 보듬는다. 절망의 무게에 아득해지다가, 그 절망을 기어이 뚫고 나오는 희망에 놀랐다. 아름답고 감사하다.

은교 2012년

By  | 2012년 5월 14일 | 
은교 2012년
"너희 젊음이 너희의 노력으로 얻은 상이 아니듯, 내 늙음도 나의 잘못으로 받은 벌이 아니다." 은교의 아름다움에 예민하게 반응하고 감응하는 이적요의 '젊음'에 감탄하다, 자신의 욕망을 대필이라는 왜곡된 방식으로 해소하고 그 행위마저 "새경" 운운하며 정당화하려는 이적요의 '늙음'에 탄식하게 된다. 젊음과 늙음은 상도 벌도 아니기에, 자신 역시 누렸고 누리고 있는 삶의 과정이기에 그대로 받아들였어야 했을 텐데. 그의 안에서 살아있는 '젊음'이 도무지 '늙음'을 견디지 못했을지도 모르지만, 은교가 위안까지 안겨준 채 떠나는 장면은 억지에 가깝다. 감독의 의도가 있어 박해일을 캐스팅했다 들었지만, 30대와 70대를 정처 없이 오가는 목소리와 움직임은 몰입을 심하게 해친다. 김고은의 은교는 정말 햇살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