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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힘들었던 여행의 종착점이 보인다

By  | 2015년 8월 22일 | 
가장 힘들었던 여행의 종착점이 보인다
아마도 (내 생애) 가장 힘든 기억으로 남을 여행이 종착점에 다다르고 있다. 쿠바에서 보낸 10여일은 가장 예측 불가능했고 그렇기 때문에 이에 대응하기 위한 즉흥적인 계획 수정이 여행 내내 지속되어야만 했다. 어이없는 실수로 인한 여파가 5일 정도 이어져 초반부터 계획이 휘청거렸는데 한번 바닥을 찍고 나니 오히려 사람이 소박해지더라. 중반부터는 다행히 마음 맞는 동행을 만나 매일 다리가 후들거릴 정도의 일정을 소화하며 이번 여행에서 최고점을 찍기도 했다. Havana, Vinales, Trinidad를 거쳐 다시 Havana로, 그리고 어제 Chile Santiago에 도착했다. 마치 30~40년 전에 시간이 멈춘 것만 같은 나라에 있다가 엘리베이터와 자판기가 흔하게 널려있는 최첨단 대도시에 오니 그저께까지

[Hobart] 19-20 Jul 2014

By  | 2015년 8월 1일 | 
[Hobart] 19-20 Jul 2014
1박 2일로 Tasmania의 Hobart를 다녀온 건 벌써 일년 전의 이야기다. 롱위켄에 미리 여행을 계획하지 않은 것을 한탄하다가 그럼 주말에라도 타즈매니아를 다녀오자며 한달 후 비행기를 예약했다. 한겨울에 극심한 추위가 기승을 부리는 곳에 가는 것이 처음엔 조금 망설여졌으나 비교적 작은 도시라는 점, 또한 비행시간이 (멜번과 얼마 차이나지 않는) 3시간 정도라 주말 여행을 계획할 수 있었다. 그런데 막상 여행정보를 모으다 보니 은근 볼거리, 먹거리가 많아 1박 2일 동안 일정을 구겨넣자니 시원스럽게 답이 나오질 않았고 성에 차지 않아서 조금 속이 상하기도 했다. 생각보다 유명한 카페 혹은 베이커리가 많았고 설상가상으로 일요일에는 영업을 하지 않는 곳이 많아 특히 첫째날에는 조금 더 부지런을 떨어야만

[Taipei] 타이베이에서 시드니를 떠올렸다.

By  | 2015년 6월 7일 | 
[Taipei] 타이베이에서 시드니를 떠올렸다.
처음 이곳에 왔을 때 나는 서울에 두고 온 것이 많은 사람이었다. 가족, 친구와 같은 내 사람들과 우울할 때 찾아가면 기분이 누그러들 정도로 좋아하던 장소들이 그랬고 주말이면 뻔질나게 드나들던 음식점들이 그러했다. 여기에 얼마나 오래 머무를지에 대한 확신이 없었기 때문에 살림살이는 최소화하는 것이 최선이라 생각해왔다. 그래서 남들은 이민가방에 쓸데 있거나 (쓸데 있을 것만 같지만) 쓸데없는 것과 같은 온갖 것들을 꾸역꾸역 담아왔다면 나는 달랑 캐리어 2개를 들고 가벼운 몸으로 이곳에 도착했다. 도착했던 시점이 여름이었던 탓도 있지만 겨울 옷가지이며 필요한 것들을 겨울이 되어서야 한국에서 소포로 부쳤던 것은 시드니를 잠시동안 머무는 임시 거주지쯤으로 여겼던 탓이 크다. 그리고 종종 서울에 두고 온 것들이 수면

25-27 Dec 2014

By  | 2015년 7월 25일 | 
25-27 Dec 2014
그리하여 다녀왔습니다. 바이런베이에 오랜만의 방학을 앞두고 밀린 방학 숙제가 생각나 부랴부랴 인터넷창을 띄운다. 어쩌다보니 매해 크리스마스를 밤하늘의 비행기 혹은 달리는 버스에서 맞이하고 있는데 지난 크리스마스엔 바이런베이와 누사를 다녀왔다. 재작년에 방문한 대도시 멜번과는 사뭇 다른 느낌의 크리스마스를 경험했다고 할 수 있겠다. 정신적으로 힘든 시기였으나 이 여행을 기점으로 상태가 점차 완화되는 신기한 경험을 했다. 모든 원인이 이 여행에 있다곤 할 수 없으나 어느 정도 비중을 차지하고 있음은 부정할 수 없어 역시 여행은 바람직하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겠다. 특별히 무언가를 찾아서 하기 보다는 볕 좋은 해변에 가서 눕고 맛있는 음식을 먹고 산길을 걸어다녔다. 바이런 베이는 8년만에 다시 찾은 장소

[Taipei] 편리한 기억력은 칭찬받아 마땅하다.

By  | 2015년 7월 17일 | 
[Taipei] 편리한 기억력은 칭찬받아 마땅하다.
점찍어둔 선술집은 이미 자리가 만석이라 근처에 있는 Pub에 자리를 잡았다. 주문한 맥주가 나오고 처음에는 가볍게 몇 마디의 말이 오고갔는데 그러다가 어느 순간 위기가 찾아왔다. 마치 음소거 버튼이라도 누른 것처럼 우린 잠시 동안 말이 없었고 파직파직하곤, 눈에 보이지 않는 신경전이 이어졌다. 날카로운 송곳같은 말들을 몇차례 더 주고받다가 이대로는 안되겠다 싶어 급하게 감정을 누그러뜨리기 위해 부단히 노력을 했다. 따뜻한 말 한마디 던지는 것이 다른 어떤 일보다도 어렵게 느껴졌다. 회사에서 일을 하다가 갑자기 그때 일이 떠올라 퇴근길에 친구에게 '그때 우리 대만에서 왜 싸울뻔 했었지?'라고 질문을 던지니 친구도 그 당시의 상황과 기분은 생각이 나는데 정작 왜 그랬는지, 그 이유는 기억이 안 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