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er story

#1. 프롤로그

By  | 2014년 2월 14일 | 
#1. 프롤로그
모든 여행의 시작은 도착한 나라 공항의 낯선 냄새부터가 아닐까. 사이공 국제공항의 출국장은 기다리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흥미로운 것은 누군가를 마중나오기 위해 온 가족이 공항 앞을 서성이는 풍경. 낯설다. 그들에게는 먼 곳으로의 떠남이 익숙하지 않기에 다시 만남이 이토록 의미있는 것이리라. 괜스레 샘이 나는 마음. 밤이 늦은 시간, 다가올 여섯 달 동안 내가 살게 될 공간으로 들어왔다. 오래 쓰지 않아 먼지가 쌓인 아파트. 낡은 가구들을 보니 이상하게 반가운 기분이 들었다. 무거운 짐을 대충 풀어놓고선 땀을 식히려 발코니로 나가니 시원한 바람이 불었다. 문득 잠시 잊고 있던 이들이 떠올랐다. 단지 그 뿐이었다. 그리워하지만 전하지 못하는 그 상

#5. 모르던 맛을 알게 되는 맛

By  | 2014년 3월 11일 | 
#5. 모르던 맛을 알게 되는 맛
내가 예민한 편이 아니라는 사실은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2013년 여름, 5주간의 유럽 여행을 하며 그 사실을 다시금 확인했고. 나는 동행자들이 기함할 정도로 어디서든 잘 잤고, 가리지 않고 잘 먹었다. 불쾌한 냄새는 못맡았으며 어느 한 구석도 아프지 않았다. 때문에 반년간의 베트남 생활에 있어서 누구 하나 큰 걱정이 없었다는건 당연하지만 어쩌면 서운하기도 한 일. 심지어 말라리아 예방주사를 맞지 않고 떠났다는 나의 말에 누군가는 하긴- 너는 필요없겠다, 라고 대답했으니 말이다. 어쨌거나 한 달이 지난 지금까지 별 탈 없이(사실 몸이 무거워지는 중이기도 하고) 지내는 것을 보면 서운해할 일도 아니구나, 하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로 오늘은 한 달 동안 이곳 저곳에서

실컷 웃고 싶은 날 (부제:유희열의 도전실패)

By  | 2013년 11월 13일 | 
유난히 그런 날이 있잖아요. 누군가의 앞에 털썩 주저앉아 엉엉 울고 싶은 날이라던가, 하루 왼종일 아무 말도 하기 싫은 날. 혹은 진탕 음주가무를 즐기고 싶은 날 말이에요. 제 삶은 그런 기분의 영향을 많이 받는 편이에요. 특히 알딸딸한 기분으로 춤추고 노래하는 걸 무척 좋아해요. 행복해지는 기분이잖아요. 아무튼 오늘은 실컷 웃어제끼고 싶은 날이었어요. 퇴근을 하고 내내 재미있는 것들을 찾았어요. 그렇지만 깔깔 웃음은 도저히 나오지 않는거에요. 그 순간, 1년인가 2년전에 룸메이트가 보여준 영상이 생각났어요. 제목은 '유희열의 도전실패'. 이미 그 링크는 저작권 문제로 삭제되어서, 다른 영상을 얼마나 찾아헤메었는지. 집념과 끈기로 찾아낸 영상을 다시 한번 더 보고, 저는 바라던 바를 이루었어요.

내가 썸머이고싶은 이유

By  | 2013년 11월 11일 | 
내가 썸머이고싶은 이유
500일의 썸머 건축학개론에서 엄태웅은 말한다. 그의 첫사랑은 '썅년'이었다고. 그리고 여기 한 명의 '썅년'이 있다. 많은 남자들에게 질타의 대상이 되는 그녀는 소위 '나쁜 여자'의 대명사로 불린다. 설명할 수 없는 모양의 매력을 가진 그녀는, 만나는 내내 그에게 진정한 사랑같은 건 믿지않는다더니 최후엔 속시원한 이유도 없이 그를 떠난다. 거기서 그치면 다행인데, 마지막에 우연히 만난 그녀는 어처구니없게도 '운명'의 상대와 결혼을 한다고 말한다. 너무 사랑스러운 눈으로. 내가 썸머이고 싶은 이유는 하나, 단지 그녀는 '썅년'이 아니야, 라고 감싸주고 싶을 뿐이다. 그들이 이별에 이른 이유를 찾아본다. 그는 운명적인 사랑을 믿는 감상주의자인데 반해, 그녀는 그렇지 않다

당신이 없는 곳은 생각이 나지 않는다

By  | 2014년 2월 3일 | 
당신이 없는 곳은 생각이 나지 않는다
이터널 선샤인 (2004) 이미 보았던 영화를 몇 차례씩 다시 보는 일을 좋아한다. 결말을 알고 있는 쪽이 마음 편한다. 겁이나기 때문이다. 최근에 또 다시 돌아본 이 영화는 가장 좋아하는 배우 짐 캐리의 정극 연기를 제대로 볼 수 있는 영화이다. 영화의 첫 장면, 출근길에 오른 조엘(짐캐리)은 평소와는 다른 충동적인 느낌을 따라 몬톡행 열차를 탔고 그 곳에서 운명처럼 클레멘타인(케이트 윈슬렛)을 만난다. 그날 아침의 느낌처럼, 그녀는 충독적이며 다소 쿨-하다. '블루 루인'이라는 머리 색을 한 그녀는 머리 색의 이름을 짓는 직업이 분명히 있을 것이라며 엉뚱한 이야기를 늘어놓는데 조엘을 그 모습이 알게 모르게 사랑스럽다. 그래, 사랑은 그런 식으로 찾아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