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괴하게 겸연쩍게

야한 이야기라는 개념이 존재하지 않는 지루한 세계

By  | 2015년 12월 4일 | 
야한 이야기라는 개념이 존재하지 않는 지루한 세계
저번 포스트는 농담이었다. 이제 진지하게 애니 본편 리뷰를 진행해볼까! <적절한 검열삭제. 내가 이쪽 세계에 발을 들이기 전의 일이다. 디저트 체인숍 레드망고라고 들어봤을 것이다. 그런데 이 가게의 로고는 예전에 redOmango 라고 적혀 있었다. 가운데의 O자는 뭔지는 모르겠는데 문자는 아니고 그냥 가게를 상징하는 마크였던 것 같다. 가게의 정식 명칭도 레드망고. 하지만 아무리 봐도 그 간판은 레드 오 망고로 읽혔고 나는 한 달에 적어도 네 번은 레드오망고를 입에 담았다. 그 가게는 우리 동네의 최고 번화가 사거리 한가운데에 있었기 때문이다. 어디서 봐? 레드오망고에서 봐. 그래. 레드 오망고로 갈게. 그러면서도 정작 나는 한 번도 거기 들어가 본 적이 없었다. 동네 친구라면 죄 남자들인데 남자

나가토 유키짱의 소실(애니메이션)

By  | 2015년 12월 7일 | 
나가토 유키짱의 소실(애니메이션)
누군가가 나에게 너 데벡아, 모든 매체 통틀어서 네가 가장 사랑하는 이야기가 무엇이냐 묻는다면 난 0.1 마이크로초의 망설임도 없이 <<스즈미야 하루히>>라고 말하겠다. 내 인생을 바꿔놓았고 내 모든 것을 대변하는 것 같았던 스즈미야 하루히가 발매된지도 한국 기준으론 10년이 다 돼가고 일본 기준으론 12년이 넘어갔다. <<스즈미야 하루히의 우울>>이 출간 당시에도 이런 호응을 얻었는지는 정보를 접할 길이 없어 잘 모르겠다. 허나 본격적으로 하루히라는 이름이 전 세계적인 센세이션을 일으킨 계기가 2006년 방영된 애니메이션이었다는 것은 확실히 기억한다. 당시에 애니메이션엔 눈꼽만큼도 관심 없었던 나는 인터넷을 온통 달구고 또 교실에서까지 떠들어대던 그것에 대해 난

공허의 유산, 시리즈 중 가장 SF돋았던 장엄한 피날레

By  | 2015년 11월 15일 | 
결말 말고 전개나 설정에 대해 스포 있으니 피할 사람은 알아서 피하시길. 자유의 날개가 레이너의 좌충우돌 즐거운 게릴라전에다 캐리건을 구하는 장엄한 엔딩, 군단의 심장이 저그의 자아찾기와 캐리건의 복수라는 뚜렷한 테마가 있었다면 이 공허의 유산은 그냥 시리즈 마무리라는 기분만 잔뜩 내다 끝나는 것 같다. 일단 저그 끝판왕 문제 테란 끝판왕 문제가 다 해결됐으니 이제 프로토스 끝판왕을 해치울 차례이긴 한데 그러다보니 '종족간 대립'이라는 요소가 사라져버리고 전쟁은 오직 아몬의 부하들이랑 하는 거고 급기야는 세 종족이 힘을 합쳐 대마왕 잡으러가는 전개가 돼버렸으니까. 이게 부정적인가 하면 그건 아니고 말하자면 장르가 삼국지에서 sf가 돼버렸달까. 스타크래프트의 대단원격인 이 공허의 유산은 그 어느 시리즈보다

어떤 보수주의 반동에 대하여

By  | 2015년 11월 25일 | 
한나 아렌트는 저서 <<혁명론>>에서 미국 독립운동과 프랑스 혁명의 중요한 함의를 밝히고 있다. 미국 혁명이 13개 주의 합의체와 중앙정부, 헌정, 지방자치 즉 공적인 공간에서의 자유를 규정하는 제도를 만들었다면, 프랑스 혁명은 폭력의 연쇄와 전제정으로 귀결되었다. 프랑스 혁명에서 가장 문제시되는 것은 빈민에게 빵을 주는 일이었다. 그것은 프랑스혁명의 주된 명분이 정치적 자유보다도 생존의 문제였다는 것을 의미한다. 혁명이 극단으로 치달은 이유가 그것이었다. 폭력이 선악 혹은 진리의 문제와 결부되었을 때 그것은 한계를 잃어버린다. 기득권자들, 왕과 귀족들, 그리고 전 국민의 놀림거리가 되어 벌거벗겨진 마녀가 되어버린 마리 앙또아네뜨는 악인이고 처단해야 할 대상일 뿐이다. 여러 이름을 거친 혁명의회의

스즈미야 하루히 리더론

By  | 2015년 12월 13일 | 
스즈미야 하루히 리더론
리더란 무엇인가? 워낙 많이 돌아다니는 통해 원 출처를 알아내지는 못한 위 짤이 보여주다시피 리더는 말 그대로 '이끄는 사람'을 뜻한다. 하지만 이 정의는 동어반복에 지나지 않는다. 사실 리더에 대한 어느 정의든 마찬가지다. 리더가 하는 일과 리더의 소양, 마음가짐, 태도, 책임 등에 대해 자세히 상술하지 않는다면 그 어떤 정의든 무의미하다고 할 수 있다. 난 리더에 대해 오랜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여기에 대해 책도 내볼까 하는 생각도 해봤지만 그건 워낙 귀찮은 일이라서 관뒀다. 그런데 마침 스즈미야 하루히를 다시 점검하면서 나는 놀라운 발견을 하고야 말았다. 바로 리더란 스즈미야 하루히와는 반대되는 사람이라는 것을. 훌륭한 리더가 되려면 일단 하루히를 보길 바란다. 그리고 그 반대로만 실천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