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속 환상

월간 참여사회 12월호 [만남]

By  | 2012년 12월 27일 | 
우리는 그들의 용기에 빚을 지고 있다신광식 공익제보지원단 실행위원글 김수 영화인 사진 박영록 사진가 영화 <인사이더>의 한 장면. 담배 회사의 비리를 밝혀달라고 부탁하는 방송국 피디 알 파치노에게 담배 회사 중역으로 일하다 해고당한 러셀 크로우는 이렇게 말한다. "국민에게 뭔가를 알리면 일이 해결된단 거요? 그래서 하는 일에 보람을 느낀다고 하는군. 자부심이 대단해. 시청자는 자극적인 얘기를 즐기려고 할 뿐, 세상은 아무것도 바뀌지 않을 거요. 나도 쓰고 나면 버린 휴지 조각 신세가 되겠지. 혼자 고독하게 말이요." 기업이나 집단이 부조리나 비리를 저질렀을 때, 그것을 바로잡을 수 있는 것이 내부고발, 즉 공익제보다. 하지만 공익제보자는 <인사이더>의 러셀 크로우처럼 해고, 협박,

월간 참여사회 10월호 [만남]

By  | 2012년 12월 27일 | 
별 일 없이 잘 산다! 이 여자가 사는 법 황미정 회원 글 김수 영화인 사진 박영록 사진가 영화 <소셜 네트워크>의 각본가 아론 소킨이 각본과 연출을 맡은 미국 HBO의 드라마 <뉴스룸>은 자막 작업하는 사람들이 치를 떨 정도의 방대한 대사량이 특징이다. 갑자기 미국 드라마 이야기를 왜 꺼내느냐고? 이번 인터뷰이 황미정 회원의 녹취를 푸는데, 내가 아론 소킨이 된 기분이었으니까. 황미정 회원은 <뉴스룸>에 등장하는 캐릭터처럼 거침없이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냈다. 그녀의 화술은 솔직하고, 막힘이 없었다. 거기에 제스처까지 곁들여져 금상첨화. 누구라도 그녀의 이야기에 빠져들 수밖에 없을 것이다. “요즘 정말 행복합니다!” “여성이어서 행복하다기보다 그냥 행복해요. 물론 여성이

<이층의 악당> Review - 숨바꼭질 본연의 쾌락으로의 질주

By  | 2013년 1월 25일 | 
여기 숨바꼭질 하는 한 무리의 아이들이 있다. 한명의 술래가 정해지고, 나머지 아이들은 신속히 몸을 숨긴다. 아이들을 하나씩 찾아내는 술래의 노력엔 추격전의 육체적 쾌감과 숨겨진 것을 드러내는 정신적 쾌감이 공존한다. <이층의 악당>이 제공하는 혼합장르의 쾌감은 이러한 숨바꼭질의 기제와 닮아있다. <이층의 악당>은 일대일 경쟁이라는 관습화 된 구조적 한계에서 벗어나, 한명의 술래가 다수의 아이(진실)을 잡아야 하는 숨바꼭질 본연의 쾌락을 선사한다. 다수의 아이들이 숨는 장소를 파헤치는 각각의 추리처럼, <이층의 악당>이 펼치는 천변만화의 장르혼합은 내러티브에 다양한 인장을 새긴다. 창인이 연주의 집으로 들어가서 찾으려는 청화용문다기는 맥거핀으로 오인되기 쉽다. 맥거핀이 창

<무산일기> Review - 모순된 욕망, 새로운 지옥을 열다

By  | 2013년 1월 25일 | 
탈북자가 주인공인 다른 영화들과 마찬가지로 <무산일기> 역시 탈북자 전승철의 비루한 일상을 전시하며 시작한다. 요란하지 않게 덤덤히 그의 일상을 좇는 카메라의 시선은 무언수행에 가까운 승철의 수동적 태도와 맞물리면서 남한사회에서 탈북자가 차지하는 위치를 짧은 시간 안에 효과적으로 묘사한다. 그런데 영화는 불과 10분을 채 넘기지 않은 시점에서 승철의 욕망 또한 노골적으로 드러낸다. 교회 성가대에서 노래를 부르는 숙영을 훔쳐보는 승철의 관음증적 시선은 탈북자라는 사회적 위치와 무관한 개인의 욕망, 소심한 남자의 짝사랑을 표현하는 보편적인 클리셰다. 상투적 묘사로 인해 승철의 욕망은 명징하게 전달되는데, 흥미로운 점은 탈북자로 위치지어진 승철의 일상을 좇는 시선과 보편적 개인으로서의 승철의 내재된 욕

월간 참여사회 7월호 [만남]

By  | 2012년 12월 27일 | 
보름달에 빈 소원, 그건 바로 너! 김안수연, 김지훈 회원 김수 영화인 2012년 한국사회에서 ‘20대 청년’은 어떤 의미를 지닐까? 세대론에 심취한 이는 ‘88만 원 세대’로 눙칠 것이고, 염세적인 이는 ‘패배주의에 찌든 스펙 관리자들’이라고 비난할 것이다. 모두 틀렸다. 19대 총선 후 벌어진 웃지 못할 20대 투표율 해프닝처럼(‘20대 투표율 27%’라는 루머가 SNS를 떠돌면서 비판이 쏟아졌던 사건. 집계 결과에 따르면 서울 20대 투표율은 46.2%로 밝혀졌다) 한국의 20대는 과도한 오해와 부당한 편견에 둘러싸여 있다. 20대를 그저 사회적 미숙아로 보는 기성세대라면 그들의 약동하는 청춘에 사과를 바쳐야 한다. 그들 하나하나는 실체 없이 부유하는 허황한 표현 몇 가지로 묶을 수 있는 존재가 아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