鑑賞小説

Man of Steel ― 클라크 단상

By  | 2014년 3월 31일 | 
Man of Steel ― 클라크 단상
1. 조우 예고편에서부터 보인 영상 질감이 종래의 것들과는 다르다는 점과, 놀란 감독이 제작자였다는 사실은 스토리의 질감에 대한 어떤 재구성을 예상하게 하는 것이었다. 이 때문에 문득 생각난 것은 이 초인이 가졌다는 그 초인성이 애초에 무엇이었느냐는 것, 즉, 이전 시리즈에서 줄곧 그의 존재적 본성인 양 보여 준 그 우호적인 아우라를 벗겨 보면 무엇이 남겠느냐 하는 것이다. 아주 단순한 것이 남는다. 이 초인은 지구의 문명 진보와 초지구적 창조력과, 유니버스를 관통하는 우주적 지식이나 지혜 등과는 일절 무관한, 문자 그대로 사물의 구조와 질서에 손괴만을 가할 수 있는 무시무시한 능력을 지니고 있다. 전 지구적이고 전 인류적인 규모에 대응하는 살벌한 힘이다. 그의 정신적 도덕적 게이지가 어느

About Time ― 연애담이냐 호러냐

By  | 2014년 4월 4일 | 
About Time ― 연애담이냐 호러냐
[1] 시간 여행을 가지고 부자간의 낭만을 이렇게 돈독히 할 수도 있구나 싶었다. 또, 시간 이동 능력이 남한테 강탈당할 일이 없이 유전적이고, 그 시간 이동 폭을 여행자의 과거에만 한정시킨 면은 새롭다. 그런데 영화는 엄청난 판타지 요소를 투입해 놓고 오로지 연애와 가족과 주변 일에만 집중하고 있다. 정말이지 일상적이다. 그리고 등장인물들은 대체로 선하다. 특히 시간 여행이 가능한 자들에 대한 성선설이 이보다도 더 강력한 각본은 있을 수 없다. 저런 능력만 있다면 무슨 짓인들 못 하랴. 하지만 그들은 추악한 것과 불쌍한 것이 존재하지 않는 대체로 선한 태평천하에 산다고 믿으며, 가족과 사랑만 있으면 된다고 로또도 안 산다. 너무 복잡해지니까 아버지와 아들이 시간 여행 중 서로 마주쳐서 생기는

All is lost ― 조난과 일상

By  | 2014년 4월 10일 | 
All is lost ― 조난과 일상
폭풍우를 예감하고 면도를 하는 이 장면을 보고 있자니, 옛날에 출장 강의를 하던 타교의 어느 선생이 정신과 똥오줌의 상관관계를 지적한 말이 생각났다. 부친이 노망이 들었는데 똥오줌을 못 가리더라. 그런 지경에까지 가니까 정신 줄까지 놓더라 했다. 명색이 정신과의인지라 아들은 부친이 대소변 정도는 가릴 수 있도록 무던히도 애들 썼다고 했다. 그러자 나갔던 정신이 조금은 돌아오더라 했다. 우연히라도 망망대해를 직접 본 사람은 알겠지만, 그것은 실로 망망하고, 또 가만히 그 망망한 넓이를 보고 있노라면 때로는 해방감이 아니라 고립감 및 진정한 자기 과소평가를 정녕코 맛보게 만드는 곳, 저런 데 홀로 남겨지게 된다면 하고 반드시 한 번쯤은 상상하게 되는 그런 곳이다. 그 감상에 절망이라는 고독이

Another Earth

By  | 2014년 2월 17일 | 
Another Earth
히가시노 케이고의 작품을 원작으로 한 "편지"는 구질구질한 장면들이 줄을 잇는 작품이다. 그러나 앞서 나왔던 지리멸렬한 모든 것을 일소하는 후반의 딱 한 대목 덕에 끝에 가서는 살짝 감동적인 영화였다. 그 반대로 당 영화는 중후반의 딱 한 대목이 줄곧 좋게 보고 있던 분위기를 아주 더럽게 만들었다. 저기 저 지구에서도 부시가 이라크를 침공했을까 하는 이런 얘기는 빼자 영화는 저 하늘에 상동 지구를 띄운다. 제법 아름답다. 브리트 말링의 차분한 미모 못지않게 환상적이다. 그러나 풍경은 어디까지나 하늘의 먼 풍경일 뿐, 하늘에서 이루어진 저같이 환상적인 것이 이 땅에서, 주인공들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일은 없다. 영화는, 로다 윌리암스라는 처녀가 MIT 합격 소식에 들뜬 나머지 술

쌍룡회 - 노래하는 장만옥

By  | 2014년 10월 29일 | 
쌍룡회 - 노래하는 장만옥
[1] 당 작품은 일란성쌍생아의 부분적인, 그리고 운동계의 원격 근운동적 평행세계관을 기조로 하고 있다. 건반을 두드리는 피아니스트 "마 야우"의 손가락과 건달 "복밍"의 마샬 아트가, 또 성적 충동이 쌍방으로 전이되는 초능력물이라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홍콩영화의 황당무계 무협물에 길들여져 있었던 관객은 동일한 유전 정보의 확장된 표현형이라는 암묵적 억측으로 두 신체의 원격 싱크로를 용인하고서 이 얄궂고 괴이한 파라노멀 액티비티를 즐긴 게 분명하다. "아시아"의 수퍼스타의 최성기가 서서히 끝나 갈 무렵이기는 했지만(미안한 말이나 소생이 보기에 그의 전성기는 "취권 2"로 끝났다), 개봉 당시는 두 성룡의 공동 주연, 성룡의, 성룡에 의한, 성룡을 위한 영화를 얼마든지 그런 식으로 흐뭇하게 맞아들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