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About Us

열네번째 이야기, 이스라엘에서 만난 사람들

By  | 2018년 3월 9일 | 
열네번째 이야기, 이스라엘에서 만난 사람들
"왔노라, 보았노라, 이겼노라" 카이사르가 확신에 차서 한 말처럼 여행의 묘미는 '그곳'에 가서 간접적으로만 접하던 곳을 내 두 눈으로 똑똑히 보는 것에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여행을 마친 지금 돌이켜 보면, 그건 반쪽짜리 묘미에 불과했다. 여행이라는 행위에 더 큰 의미를 부여해주는 건 결국 그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이었다. 나와 다른 삶의 궤적을 따라 살아온 사람들의 삶을 통해 새로운 삶의 지평을 보게 되기도 하고 사람들과 부대끼는 과정 가운데 나라는 사람에 대해서 더 잘 알게 되기도 했다. 그런 점에서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은 새로운 곳으로 난 창문 같기도, 때로는 나 자신을 비추는 거울 같기도 했다. 이스라엘 키부츠에서 내가 만난 사람들은 크게 두 부류로 나눌

열두번째 이야기, 갈릴리에서 만난 천사들

By  | 2017년 8월 22일 | 
열두번째 이야기, 갈릴리에서 만난 천사들
나사렛에서 길을 잃고 헤매다 겨우 갈릴리 호수가의 도시, 티베리아로 가는 버스를 탔다. 타자마자 잠이 쏟아져서 정신없이 잤다. 다른 나라에서 버스타고 헤드뱅잉하며 자보기는 또 처음이다. 정신을 차리고 문득 '어디지?' 하는 순간, 푸른 물이 건물들 사이로 살짝 보인다. 아니나 다를까. 티베리아다. 내려서는 길 찾을 생각도, 지도 볼 생각도 하지 않고 그저 쭉 걸었다. 호수 방향으로. 아무 생각없이 호수를 보다 문 닫기 전에 성베드로 교회로 향했다. 티베리아의 성베드로 교회는 관광지라기보다는 그냥 작은 성당 같은 느낌이었다. 그 곳을 지키고 있는 아저씨가 못 들어가게 해서 나는 기독교 신자고 기도를 하려고 한다고 하니 그제서야 들여보내준다. 처음에는 무뚝뚝하게 "It

열다섯번째 이야기, 여행광 이스라엘 사람들

By  | 2018년 6월 10일 | 
열다섯번째 이야기, 여행광 이스라엘 사람들
이스라엘 사람들은 여행을 참 좋아한다. 여행하다 길에서 만난 이스라엘 사람들 중에서도 미국 외 여러 나라에 있었다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나와 함께 일하던 자비에트의 집안도 그랬다. 함께 일하다 자비에트가 군복무가 끝나면 인도를 여행할 예정이라고 하길래 반가워서 나도 인도에 가봤다고 했다. 그러니 자기 아빠와 막내 오빠도 인도를 여행 중이란다. 아버지가 예순이 훌쩍 넘으셨는데도 여행 다니시길 즐겨한다고. 어머니는 어쩌고 아버지 혼자 여행 다니시냐고 물으니 어머니 아버지는 오래전에 이혼하셨고 어머니도 틈날 때마다 유럽 등지로 여행을 다니신다고 쿨하게 말한다. 거기다 큰 오빠와 작은 오빠는 미국에서 일하며 그곳에서 살고 있다고 했다. 얼마 후, 자비에트의 아빠는 인도 여행 후 귀국

열번째 이야기, 여행을 떠나다!

By  | 2017년 8월 22일 | 
열번째 이야기, 여행을 떠나다!
세탁소 업무는 정말로 단순해서 금방 손에 익었고 봉사자로서의 하루도 단조로워서 한 달 정도가 지나자 키부츠에서의 삶도 일상이 되어가기 시작했다. 8시에 출근, 작은 빨래들은 혼자서 개고 이불같은 큰 빨래들은 다른 봉사자나 키부츠닉(키부츠에 거주하는 키부츠 사람들)과 함께 수다를 떨면서 갠다. 10시 휴식시간. 가루 커피를 진하고 뜨겁게 타서 냉장고에 늘 있는 우유를 부어서 숟가락으로 휙휙 저은 다음에 밖으로 가지고 나가서 볕이 좋은 곳에 앉아 같이 일하는 동료와 이야기 하며 마시거나 음악을 들으며 햇살을 즐기다가 다시 일을 좀 하다 중간에 점심을 먹고 1시 반까지 일하면 그날 일은 끝이었다. 그 후에는 봉사자 라운지에서 이메일도 확인하고 게임이나 산책도

열세번째, 난 아직 떠날 준비가 되지 않았어

By  | 2018년 2월 21일 | 
열세번째, 난 아직 떠날 준비가 되지 않았어
키부츠에서의 시간은 너무도 빨리 지나갔다. 이제 다른 봉사자들이나 키부츠 사람들과도 친해지고 생활에 적응하기 시작했는데 떠나야 할 시간이 성큼 성큼 다가 오고 있었다. 언제 다시 이 곳으로 올 수 있을지 모른다고 생각하니 하루하루가 아쉬웠다. 백만원도 넘게 주고 산 항공권도 아까웠다. 두 달 간의 이스라엘 키부츠 일정이 끝나면 한 달 동안 이집트와 터키를 여행하고 한국으로 돌아가 돈을 번 다음 오페어(외국인 가정에서 아이들을 돌보는 대가로 숙식과 급여를 받고 자유시간에는 어학도 공부할 수 있는 프로그램)를 지원할 계획으로 이미 한 학기를 휴학한 상태였다. 학교로 돌아가야 한다는 부담감도 없던 터라 이 곳에 더 머물 궁리를 하기 시작했다. 일단 키부츠 일정을 한 달 정도 더 늘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