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카레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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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컷 젬스 Uncut Gems (2019)

멧가비|2022년 11월 11일

물건을 사고 파는 사람이라면 무릇 물건의 가치를 알아 볼 줄 아는 눈을 가져야 하는데, 특히나 귀중품을 거래하는 상인이라면 더 말해 무엇하랴. 진짜 좋은 것의 가치를 외면하고 외부 어딘가에 더 큰 한 방이 있을 거라 헛된 꿈만을 꾸는 어리석은 남자의 위태로운 삶을 적나라하게 구경시켜주는 영화라 하겠다. 유대인 귀금속상 하워드는 자신에게 호감이 있거나 충성도 높은, 적어도 중립적으로 성실하기라도 한 사람에게는 무신경하게 대하면서 인생에 도움 안 되는 시정잡배들에게만 아첨하기 바쁘다. 실용적인 측면을 따지자면 전혀 쓸모가 없는데 그저 과시하기 위해, 그냥 기분 좋으려고 천문학적인 돈을 갖다 바쳐 어는 게 귀금속 아니겠는가. 그 귀금속 상인에게 불현듯 찾아온, 다듬어지지도 감정되지도 않았지만 왠지 모를

타운 The Town (2010)

멧가비|2022년 11월 10일

굳이 어떤 영화인가를 설명하자면 조금 미묘한데, 범죄가 대물림되는 도시의 비관적인 상황을 건조하게 르포하는 듯 시작하지만 결국은 범죄자의 애끓는 순정 이야기로 넘어가더라. 양쪽 모두 조금씩은 함량 미달이지만 양쪽 다 나름대로 진지하게 접근하려는 진정성은 보인다. 미숙했지만 벤 에플렉에게 장르적 감각은 있다는 증거. 어찌보면 많이 보던 강도단 이야기에 새로울 것 없는 이뤄질 수 없는 러브 스토리지만, 시나리오가 조금만 더 좋았더라면 하는 아쉬운 생각이 들 정도로 캐릭터 묘사는 꽤 좋다. 주인공 더그, 무장 강도인데다가 인질 까지 잡았는데 그 인질에게 "다치지 않게 하겠다"며 상냥한 말로 안심시킨다. 이후 묘사를 봐도 은근히 금욕적이고 섬세한 부분이 있다. 이런 남자가 범죄의 세계에서 폭력을 마시고 숨

박쥐 (2009)

멧가비|2022년 9월 18일

줄곧 뱀파이어 영화를 찍고 싶었다더라. 박찬욱이 영화로 보여주는 것들이 대충 뭔지 알게 된 지금에 와서는 놀랍지도 않고 그 이유도 궁금하지 않다. 창백한 미남자들이 육체파 미녀들의 목덜미에 송곳니를 쑤셔넣는, 생존을 위한 섭식행위와 섹스 사이의 경계를 파괴함으로써 관객의 내면에 감춰진 이상성욕을 자각하게 만드는 소재가 바로 뱀파이어 아니겠는가. 흥행작을 내놓은 후 굴레에서 벗어난 박찬욱이 도달할 영역 중 하나가 뱀파이어 영화다? 물이 높은 데서 흐르듯 어쩌면 너무 자연스럽지. 유독 핸섬한 송강호와 당시 기이한 미모의 신예였던 김옥빈이 한복집에서 보드카를 마시며 마작을 두는 그림. 시공간의 엇박자를 즐기는 박찬욱 탐미주의의 궁극은 이 한 쇼트에서 완성되었을 것이며 어쩌면 그것을 위해 "한 편의 영화"

남산의 부장들 (2000)

멧가비|2021년 9월 28일

같은 날 같은 소재를 다루지만 [그때 그 사람들]처럼 연극같은 형식을 차용한 블랙 코미디와는 전혀 다른 화법.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라든가 로버트 레드포드의 냉전시대 첩보영화처럼 보이도록 인물 관계를 구성한 점에서 어떠한 영화를 만들고 싶은 건지 알 수 있다. 아닌 게 아니라 김재규와 차지철은 자체적으로 냉전을 겪고 있는 관계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고. 그러나 잘 만든 유사 첩보물로 인정하기엔 인물들의 캐릭터성이 누구 하나 주체적이지가 못하다. 개인적인 이데올로기나 어떠한 코드에 따라 행동하는 대신 모두가 "대통령"의 무릎에 앉는 것만을 욕망하는, 이거 사실상 치정극이다. 김규평이나 곽상천이나 다들 대통령의 정실 자리를 차지하고 싶은데 경쟁자가 많아서 열받아있을 뿐이잖아. 아무리 가명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