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쇄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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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리피 할로우 Sleepy Hollow (1999)
팀 버튼 영화들은 대개 작가주의보다는 예술 영화에 가까운, 안정적인 내러티브보다는 그만의 탐미주의를 즐기는 작품들이 주를 이룬다. 특히나 극단적인 이미지 콜라주의 실험과도 같은 [화성침공]의 바로 다음 작품은, 놀랍게도 서사를 집중해서 따라갈 필요가 있는 장르였다. 버튼의 수사물이라니, 벌써 세기말의 냄새가 난다. 주인공 이카보드 크레인은 신앙을 잃고 이성과 인과만을 믿게 된 남자. 이렇게 사리분별 뚜렷한 남자가 버튼 영화에 나와도 되는 걸까 싶었는데, 아뿔싸, 배경이 18세기다. 종교와 미신이 세상의 헤게모니를 완벽히 차지하고 있던 시절, 무신론자는 비주류요 아웃사이더일 뿐인 것. 이카보드는 잘 봐줘야 뉴욕 출신 힙스터다. 멀쩡한 주인공이 미쳐있던 시대에서 미친놈 취급을 받는 영화인 거다. 버튼

블랙 미러 403 악어 Crocodile
스포일러 작중 등장하는 '리콜러'는 일종의 상호 감시체제다. 인간의 눈과 기억을 마치 공공 CCTV처럼 이용하는 기술인데, 단순한 보험 조사인이 경찰의 권한을 일부 위임받아 사건 목격자들의 기억을 들춰보는 것이 법적으로 강제된다는 설정. 인적없는 새벽 골목에서 멍하니 담배를 피우다가 문득 오싹함을 느낀 기억이 있다. 눈여겨 보지 않았던 집 근처 주차장 누군가의 차량에 설치된 블랙박스가 나를 찍고 있다는 것을 인식했을 때다. 혹시나 괴상한 표정을 지었거나 바지 속에 손을 넣어 긁적거리진 않았던가, 하며 보이지 않는 눈동자들 사이에 서서 공포를 느끼곤 한다. 작중 세계관은 그것을 조금 더 구체화한 디스토피아. 감시 당하는 사람을 넘어 감시하는 자들의 인권조차 서로가 침해하는 세상. 내가 모르는

살인자의 기억법 (2017)
공소시효가 지난 과거의 연쇄살인. 병수는 자신의 과거를 물리적으로 완벽히 묻음과 동시에 치매라는 질병으로 인해 자기 내부에서도 묻게 된다. 뜻하지 않게 살인자의 과거와 완벽히 단절되려는 병수에게, 역시나 뜻하지 않은 마지막 게임이 찾아온다. 병수는 공정하지 못한 게임을 한다. 치매라는 것은 병수의 패를 상대에게 모두 보여주고 시작하게 만드는 페널티로 작용한다. 병수는 관객으로부터도 신뢰받지 못한다. 저 모든 과정이 사실 치매로 인한 망상이진 않을까, 영화는 관객으로 하여금 공통된 한 가지 의혹을 떠올리게끔 유도한다. 그리고 당사자인 병수 역시 같은 의문에 빠진다. 자신에게 다가오는 치매와 싸우는, 자신이 딸을 죽일지 모른다는 내부의 두려움과 싸우는 이야기. 이 과정에서 영화의 호흡은 이따금 환

줄리아의 눈 Los ojos de Julia (2010)
죽은 자매의 비밀을 추적하는 주인공. 어둠에 가려진 용의자. 주변인들의 비밀. 어디선가 들어봄 직한 레퍼런스들을 솜씨 좋게 아귀맞춘 기성품 스릴러. 그 기원을 훑어 올라가면 영화에서 느껴지는 익숙함의 정체가 "히치콕스러움"이었음을 발견하게 된다. 자매의 석연찮은 죽음을 줄리아가 뒤쫓는 과정은 명백히 [사이코]에서 왔음을 알 수 있으며, 사진기 살인마를 묘사하는 연출 방식은 [이창]을 연상시키는 면이 있다. 덕분에 영화는 상당히 고전적인 뉘앙스를 풍기는데, 그에 걸맞게 2천 십년대에 걸맞을 내러티브의 정교함이나 날카로움보다는 미장센과 연출의 과시에 더 공을 들이는 듯 보이기도 한다. 끝났다 싶으면 다시 가동하는 롤러코스터처럼, 단계별로 나눠서 휘몰아치는 서스펜스. 마치 엔딩이 서너 개는 있는 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