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교. 내가 느끼기에 영화의 방점은 이적요에 찍힌다. 그의 인생에 불쑥 찾아온 은교는 어리고 별 생각이 없다. 그는 젊음을, 서작가는 재능을, 은교는 사랑을 갈망한다. 그러나 은교가 깨워버린 욕망을 그는 끝까지 밀고 가지 않는다. 기회는 얼마든지 있었다. 비에 젖은 아이, 스스로 찾아오는 그녀를 마음만 먹었다면 그는 얼마든지 안을 수 있었다. 나이들었기에 안지 못한 것이 아니다. 늙음이 막은 것도 아니다. 소설로 승화시킨 걸까, 그는 욕망을 믿지 않았다. 가득찬 욕망은 터저야 했던 건지 결국 서지우를 죽음으로 이끈다. 제자의 죽음으로 그는 폐인처럼 지내게 된다. 참지 않았다면 오히려 덜 불행하지 않았을까. 세 명중 그나마 욕망을 절제하고자 했던 이적요. 미친 듯한 욕망의 시대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