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저코미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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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posts폴리스아카데미 Police Academy (1984)
내 세대 혹은 그보다 조금 윗 세대에게 추억의 주말 외화를 물어 볼 때 늘 빠지지 않는 단골 레퍼토리다. 국내에 소개된 초창기 미국식 코미디라고 해도 될 것이다. 한국의 주말의 명화 세대는 이 영화로 미국 코미디를 배웠다. 가만 살펴보면 하나의 시대 지표이기도 하다. 특히 정치적인 감수성이나 균형 감각 면에서는 지금 시대에 분명히 시사하는 바가 크다. 발단은 이렇다. 여성 시장이 취임하고 경찰 학교 지원 기준이 대폭 완화되는데, 성별, 나이 그리고 "인종"을 기준 삼지 않겠다고 발표하는 것이 영화의 시작이다. 바꿔 말하면, 기존 "남자" 시장 임기 중에는 경찰 채용 기준에 인종이 포함됐었다는 소리지. 즉, 단순히 어중이 떠중이 오합지졸이 경찰 학교에 모인다는 플롯을 위한 설정을 넘어, 시대의 한계를
도쿄 갓파더 東京ゴッドファーザーズ (2003)
콘 사토시의 세 번째 애니메이션 영화에는 사이코 살인마와 신경쇠약 피해자, 배우라는 직업의 자의식에 매몰된 노인 대신 그저 집 잃은 아기를 집으로 돌려보내주려는 세 명의 언더독들이 있다. 콘의 앞선 두 작품들과 비교하면 스타일면에서 가장 현실에 두 발이 단단히 붙어 있는 듯 보인다. 하지만 스타일과 별개로 이야기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오히려 가장 판타지적이다. 도쿄 뒷세계의 노숙자들이 아기를 업은 채 동분서주하는 모든 길목들이 우연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이 점차 발견되기 때문이다. 꿈과 현실의 경계를 오가지 않으면서도 모든 우연의 연쇄들이 마치 필연처럼 아귀가 맞아 떨어진다. 게다가 노숙자가 주도하는 사건들, 그 무대가 되는 곳은 도쿄의 밤 뒷골목이고 참여하는 군상들은 야쿠자, 이민자, 오카마 등이
나는 아직 진심을 내지 않았을 뿐 俺はまだ本気出してないだけ (2013)
뭔가 해 볼 생각은 만반인데, 남에게 다 설명하지 못할 장대한 목표는 있는데, 다만 아직 그 때가 아니야, 라는 자기최면으로 백수 시절을 겪어 본 사람들에게 이 영화의 존재는 제목부터 뼈 아프다. 제목에서 이미 호기심이 생기는데 도저히 용기가 나지 않아서, 뭔가 된 후에 반드시 저 영화를 보고 말리라, 라고 생각해 본 사람 분명히 있을 것이다. 생각 외로 이 영화는 "아직 진심을 내지 못 한" 잉여들에 대한 위로라던가 진심을 내는 것에 대한 방법론적인 이야기가 아니다. 오히려 건강한 백수 생활에 대한 작은 어깨 토닥임에 가깝다. 오늘 벌어야 오늘을 겨우 넘기는 다급한 생활에 쫓기지만 않는다면, 부의 축적은 잠시 미뤄두고 게으른 자신에게 면죄부를 줘도 된다는 태도가 좋다. 게으르면 어때, 망설이면 좀

웰컴 투 콜린우드 Welcome To Collinwood (2002)
하이스트 영화라면 흔히 폼나게 차려 입은 사기꾼과 도둑들이, 그래봤자 범죄자인 주제에 쿨한 척 시크한 척 다 하는 장르. 내가 해당 장르에 가진 인식은 대충 그렇다. 하지만 여기, 너무나도 형편 없어서 되려 저 범죄를 응원하게 되는 소시민적 하이스트 영화 도둑들이 있다. 하이스트 영화는 으레 멤버들이 모이고, 그들이 절도를 해야만 하는 동기가 제시되며, 절도를 위한 계획이 브리핑 되는 과정이 제시된다. 이 지점에서 이 영화의 개성이 묻어 나온다. 불확실한 껀수에, 껀수를 물어 온 주모자 대신 엉뚱한 꼽사리들이 모이는데 이게 하나같이 오합지졸들인 거지. 영화가 시작한지 몇 분 지나지 않아도 저 계획이 멀쩡히 성공하지 않을 것을 알게 된다. 대체 정말 진지하게 금고를 털 마음이 있기나 한 건지, 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