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랑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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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대, 등대에 불이 보이지 않아도...

등대, 등대에 불이 보이지 않아도...

등대, 등대에 불이 보이지 않아도... 글/사진 빈 들녘 등대는 어둠을 전제로 존재합니다. 망망대해에서 길을 밝혀주는 등대니까 말입니다. 등대. 중랑천을 걷고 있노라면 매일 저는 등대를 만납니다. 어쩌면 누군가는 육지에 무슨 등대가 있느냐고 타박할는지 모릅니다. 사실 엄밀히 말하면 그것은 자원회수시설의 하늘 높이 솟아 있는 굴뚝입니다. 하지만 내게 그것은 분명 등대입니다. 이름이 무엇이든, 역할이 어떠하든, 어둠 속에서 저의 시선을 붙드는 존재라면 그것으로 충분할 테니 말입니다. 매일 저녁 무렵이면 저는 중랑천 길을 걷습니다. 겨울 저녁의 중랑천은 생각보다 빠르게 어두워집니다. 강바람은 차갑고, 발걸음은 점점 느려집.......

붕어빵

붕어빵

붕어빵 글/사진 빈 들녘 2천 원에 네 개. 어제 중랑천을 걷다가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붕어빵 앞에서 발걸음을 멈췄습니다. 겨울 공기 속에서 더 또렷해지는 그 달콤한 냄새는, 어쩌면 계절이 보내는 초대장 같은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붕어빵은 겨울을 닮았습니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뜨겁습니다. 종이봉투에 담긴 온기가 손끝을 데우고, 한입 베어 무는 순간 입안 가득 번지는 팥앙금의 달콤함이 추위를 잠시 잊게 했습니다. 저는 머리부터 먹을지, 꼬리부터 먹을지 괜히 고민해 보는 시간조차 쏠쏠한 즐거움입니다. 어릴 적 하굣길, 호주머니 속 동전을 꼭 쥐고 서 있던 기억도 그 김 사이로 스며 나옵니다. 붕어빵 속 팥은 오랜 시간.......

기적이란?

기적이란?

기적이란 저에게는 아직도 몇 달 전의 기억이 또렷합니다. 사고로 다쳐 병실에 누워 있던 시간, 의사는 조심스럽게 “앞으로 다시 일어서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라고 말을 건넸습니다. 천장이 유난히 낮아 보이던 밤들이 이어졌고, 그때의 저는 내일을 상상하는 것조차 버거웠었습니다. 하지만 완전히 무너진 것 같아도, 아주 작은 틈 하나만 남아 있으면 그 틈으로 다시 숨을 쉴 수 있었습니다. 글/사진 빈 들녘 처음엔 어쩔 수 없이 휠체어였습니다. 바퀴가 굴러가는 소리가 제 하루의 속도가 되었고, 다시 악으로 깡으로... 몇 주 뒤엔 목발, 다시 지팡이. 그리고 어느 날, 저를 지탱하던 간병인 손을 놓아본 순간이 있었습니다. 두 발로 서.......

조금은 느리면 어떤가요? 혹한 중랑천에서 단상

조금은 느리면 어떤가요? 혹한 중랑천에서 단상

조금은 느리면 어떤가요? 혹한 중랑천에서 단상 글/사진 빈 들녘 영하 10도라는 숫자가 괜히 붙은 게 아니었습니다. 한낮인데도 추위가 살을 에는 듯했고, 숨을 들이쉴 때마다 겨울이 폐 깊숙이 스며드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래도 오늘은 조금 일찍 귀가했습니다. 그리고 늘 그렇듯 걷기 위해 두꺼운 옷깃을 여미고 중랑천으로 향했습니다. 한 발짝, 또 한 발짝. 걷는 속도는 빠르지 않았습니다. 서두를 이유도, 도착해야 할 목적지도 없었습니다. 걷다 보면 생각이 생기고, 생각을 따라 걷다 보면 어느새 발걸음이 길어집니다. 그렇게 하루 목표였던 만 보는 늘 조용히 채워집니다. 애쓰지 않았는데도 말입니다. 제가 하루 만 보를 꼭 채워야 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