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DAK_차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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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만 더
조금만 더 글/사진 빈 들녘 며칠 전 미국에서 22년 동안 똑같은 번호로 복권을 반복해서 산 남성이 마침내 로또 1등에 당첨돼 우리 돈으로 약 51억 원을 받게 된 사연이 뉴스에 난 적이 있었습니다. 그렇듯. 이 세상에는 가끔 설명하기 어려운 극적인 순간들이 찾아오기도 합니다. 하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 극적인 장면의 뒤편에는 늘 조용한 시간이 숨어 있는 듯합니다. 아무도 보지 않는 자리에서 버텨온 날들, 스스로에게 지지 않으려 애쓴 마음들 말입니다. 어제도 저는 저녁 무렵에 중랑천을 걸었습니다. 특별할 것 없는 풍경, 익숙한 길, 반복되는 발걸음. 어제보다 한 걸음만 더 가보자는 생각으로 발을 내디뎠습니다. 대단한 목표도.......

등대, 등대에 불이 보이지 않아도...
등대, 등대에 불이 보이지 않아도... 글/사진 빈 들녘 등대는 어둠을 전제로 존재합니다. 망망대해에서 길을 밝혀주는 등대니까 말입니다. 등대. 중랑천을 걷고 있노라면 매일 저는 등대를 만납니다. 어쩌면 누군가는 육지에 무슨 등대가 있느냐고 타박할는지 모릅니다. 사실 엄밀히 말하면 그것은 자원회수시설의 하늘 높이 솟아 있는 굴뚝입니다. 하지만 내게 그것은 분명 등대입니다. 이름이 무엇이든, 역할이 어떠하든, 어둠 속에서 저의 시선을 붙드는 존재라면 그것으로 충분할 테니 말입니다. 매일 저녁 무렵이면 저는 중랑천 길을 걷습니다. 겨울 저녁의 중랑천은 생각보다 빠르게 어두워집니다. 강바람은 차갑고, 발걸음은 점점 느려집.......

붕어빵
붕어빵 글/사진 빈 들녘 2천 원에 네 개. 어제 중랑천을 걷다가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붕어빵 앞에서 발걸음을 멈췄습니다. 겨울 공기 속에서 더 또렷해지는 그 달콤한 냄새는, 어쩌면 계절이 보내는 초대장 같은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붕어빵은 겨울을 닮았습니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뜨겁습니다. 종이봉투에 담긴 온기가 손끝을 데우고, 한입 베어 무는 순간 입안 가득 번지는 팥앙금의 달콤함이 추위를 잠시 잊게 했습니다. 저는 머리부터 먹을지, 꼬리부터 먹을지 괜히 고민해 보는 시간조차 쏠쏠한 즐거움입니다. 어릴 적 하굣길, 호주머니 속 동전을 꼭 쥐고 서 있던 기억도 그 김 사이로 스며 나옵니다. 붕어빵 속 팥은 오랜 시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