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DAK_CHARME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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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은 느리면 어떤가요? 혹한 중랑천에서 단상
조금은 느리면 어떤가요? 혹한 중랑천에서 단상 글/사진 빈 들녘 영하 10도라는 숫자가 괜히 붙은 게 아니었습니다. 한낮인데도 추위가 살을 에는 듯했고, 숨을 들이쉴 때마다 겨울이 폐 깊숙이 스며드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래도 오늘은 조금 일찍 귀가했습니다. 그리고 늘 그렇듯 걷기 위해 두꺼운 옷깃을 여미고 중랑천으로 향했습니다. 한 발짝, 또 한 발짝. 걷는 속도는 빠르지 않았습니다. 서두를 이유도, 도착해야 할 목적지도 없었습니다. 걷다 보면 생각이 생기고, 생각을 따라 걷다 보면 어느새 발걸음이 길어집니다. 그렇게 하루 목표였던 만 보는 늘 조용히 채워집니다. 애쓰지 않았는데도 말입니다. 제가 하루 만 보를 꼭 채워야 하.......

돈암동 성신여대 후문 그리고 시오
돈암동 성신여대 후문 그리고 시오 특별한 여정이 없을 때면, 저는 요즘 가끔 돈암동 성신여대 후문 쪽으로 발걸음이 자연스럽게 향합니다. 유난히 북적이지도, 그렇다고 지나치게 조용하지도 않은 그 거리에는 걷는 속도를 조금 늦추게 만드는 여유가 있더라고요. 그 길가에 자리한 작은 식당 시오는 가까운 지인이 운영하는 아주 앙증맞은 공간입니다. 때로는 식사하러 들르기도 하지만, 더 자주 이곳은 찻집은 아니지만 차 한 잔 앞에 두고 잠깐 마음을 내려놓는 곳이 됩니다. 그곳에서도 늘 그렇듯, 제 호주머니 속에 있는 코닥의 작은 카메라로 주변을 찍어봅니다. 눈으로 들여다보지 않고, 손의 감각만으로 눌러보는 셔터. 무엇이 담길지 정.......

몇 달 전 병실에서
몇 달 전, 갑작스러운 사고로 두 달 가까이 머물렀던 병실을 떠올리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감정은 답답함이었습니다. 창문은 있었지만, 바깥 풍경은 늘 같은 각도로만 보였고, 하루의 시간은 빛의 이동이 아니라 간호사의 발걸음 소리로 구분되었습니다. 그 공간에서 저는 보고 싶은 것을 마음껏 볼 수 없었고, 보고 싶지 않은 것들까지 함께 견뎌야 했습니다. 그 병실에서 손에 쥐고 있던 앙증맞은 코닥 작은 카메라. 일부러 액정을 보지 않고, 눈 대신 손의 감각에 맡겨 셔터를 눌렀습니다. 무엇이 찍힐지 모른 채, 그저 지금을 남겨보고 싶었던 마음이었을 겁니다. 퇴원 후 한참이 지나서야 그 사진들을 다시 꺼내 보았습니다. 그땐 보지 못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