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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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바(Cuba),3일차:Havana,엘 비키(El Biky),그리고 나폴레옹 박물관

Boundary.邊境|2019년 5월 7일

아침. 바깥에서 들려오는 차 소리, 사람들의 떠드는 소리에 눈이 뜨였다. 다른 것이 있다면 금박처럼 하늘에서 부서지던 햇살은 어디로 가고 비릿한 습기가 공기에 가득 차 있었다는 것 뿐이었다. 그렇다. 나는 꽤나 심란하고 실망한 상태였다. 48시간을 간신히 넘긴 이 곳에서의 시간에서 뭘 그렇게 실망했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내가 상상으로 간직하던 멋진 그녀의 모습은 이곳에 없었다. 실낙원(失樂園). 나는 이렇게 또, '아 정말 가보고 싶구나.' 하는 곳을 잃었다고 생각했다. 어찌보면 여행은 그런 상실의 과정일 수도 있겠지. 이날 일정을 시작하기 전, 우리는 어젯밤 그 난리가 벌어졌던 광란의 거리로 아침 산책을 갔다. 그 많던 쓰레기와 무질서는 사라지고, 잘 정돈된 거리와 아침의 고요함이 그

쿠바(Cuba),2일차:Havana,雨, 기막힌 이탈리안 피자 그리고 魔都狂夜

Boundary.邊境|2019년 4월 22일

파파 어네스토에서 즐겁게 식사를 마치고 나오니 하늘색이 심상치 않았다. 습기를 잔뜩 머금은 구름들. 광장 옆의 스페인 요새를 잠깐 구경하고 나오니 아니나 다를까, 폭우가 쏟아진다. 관광객들은 이리 저리로 흩어지고 제대로 정비가 되지 않은 도로는 금방 흙탕물이 차 올랐다. 그 안에 무엇이 섞여 있는지 상상도 하기 싫은 그 물을 바라보고 있으니 관광하고 싶은 마음이 싹 사라졌다. 나와 아내는 숙소로 돌아가 비가 그친 뒤 밤 거리를 거닐기로 했다. 하바나의 밤 거리를 구경한다는 생각을 했을 때, 우리의 머리에 그려진 하바나의 야경은 이랬다. 영화 부에나비스타 소셜 클럽에서 들었던 것 같은 흥겨운 음악들이 거리의 술집마다 흘러나오고, 그 중 한 곳에 앉은 나와 아내는 저렴한 가격의 칵테일과 맛있는 열대의

쿠바(Cuba),2일차:Havana,렘브란트와 향수, 그리고 허밍웨이

Boundary.邊境|2019년 3월 29일

힘들면 재미없다. 멋진 거리도 아름다운 날씨도 몸이 피곤하면 다 보기 싫을 뿐이다. 그래서 나이 먹으면 먼 곳으로 떠나기 힘들다. 이것이 나의 지론이다. 환전 과정에서 체력이 방전된 나는 쉬고 싶었다. 그렇다고 숙소에 들어가는 것은 싫고. 그럴 때 쉬면서도 여행을 할 수 있는 곳이 있으니 바로 '한적한' 박물관이나 미술관이다. '한적한'이라는 형용사가 중요하다. 루브르나 오르세는 그 범주에 들지 않는다는 이야기이지. 그곳에서는 오히려 더 피곤해질 수도 있다. 그런 관점에서 쿠바 국립 미술관은 참 쉬면서 여행하기 좋은 장소이다. 1. 쿠바 국립 미술관 제2관 어제 샀던 표로 입장. 공짜로 들어가는 기분이 들어 뿌듯하다. 하바나에서 미술관을 도는 관광객은 드물다. 그러니 조용하고 한적하다. 이

쿠바(Cuba),2일차:Havana,말레콘, 군인 그리고 환전

Boundary.邊境|2019년 3월 27일

이날도 일찍 일어나버렸다. 이러지 않았는데. 삐걱거리는 침대에서도 흔들리는 버스에서도 좁디좁은 비행기의 좌석에서도 나는 잘 잘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럴 수가 없다. 언제나, 옅은 향 냄새처럼 내 안에는 아직 피로함이 떠돌고 있겄만 나의 눈은 야속하게 열려버린다. 창 밖으로는 아침 해나 혹은 아직 다 떨어지지 못한 달이 나를 보고 서글프게 웃는 듯 하다. 마흔. 나는 점점 늙어간다. 내가 일어난 풀에 잠에서 잠깐 깬 아내는 인터넷 카드를 사달라고 부탁을 했다. 그 가게의 오픈 시간이 아홉시 반이었던가. 내가 일어난 시간은 아직 일곱시 반. 나는 남은 두 시간 동안 천천히 샤워를 하고 꼼꼼히 소지품을 챙겨 밖으로 나왔다. 그래도 남는 시간은 산책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1. 말레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