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파 어네스토에서 즐겁게 식사를 마치고 나오니 하늘색이 심상치 않았다. 습기를 잔뜩 머금은 구름들. 광장 옆의 스페인 요새를 잠깐 구경하고 나오니 아니나 다를까, 폭우가 쏟아진다. 관광객들은 이리 저리로 흩어지고 제대로 정비가 되지 않은 도로는 금방 흙탕물이 차 올랐다. 그 안에 무엇이 섞여 있는지 상상도 하기 싫은 그 물을 바라보고 있으니 관광하고 싶은 마음이 싹 사라졌다. 나와 아내는 숙소로 돌아가 비가 그친 뒤 밤 거리를 거닐기로 했다. 하바나의 밤 거리를 구경한다는 생각을 했을 때, 우리의 머리에 그려진 하바나의 야경은 이랬다. 영화 부에나비스타 소셜 클럽에서 들었던 것 같은 흥겨운 음악들이 거리의 술집마다 흘러나오고, 그 중 한 곳에 앉은 나와 아내는 저렴한 가격의 칵테일과 맛있는 열대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