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을 누비는 박찬욱의 모습을 직접 목격한 적은 없다. 하지만 그의 영화들은 보면 박찬욱이 얼마나 카메라 앵글 하나에 고심하고, 색감을 예민하게 살피고, 컷들을 기능적으로 쪼개고, 소품에 의미를 담아내고, 캐릭터 분석에 매달리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그의 이러한 영화적 습성이 무대가 바뀐다고 해서 달라지지 않음을 명징하게 증명하는 게 바로 <스토커>다. <스토커>는 욕망과 복수와 증오와 불신 등 박찬욱이 천착해온 주제가 미끈한 미장센과 폭력성 안에 기이하게 포개진, 영락없는 박찬욱 영화다. 소녀의 이름은 인디아 스토커(미아 바시코브스카). 열여덟 번째 생일 날, 믿고 의지했던 소녀의 아버지가 싸늘한 시신으로 돌아온다. 앞으로 인디아에게 자신의 생일은 아버지의 기일로 기억될 터다. 그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