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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하물 주의 - 구니스
공사 중 접근 금지. 낙하물 주의. 동네를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간신히 찾은 공사장이었다. 학원을 갈 때면 일부러 돌아가면서 기웃거렸다. 특히 비가 오는 날이면 그 장소에 가고 싶다는 마음이 강해졌다. 비옷을 입고 헬멧을 쓴 채 공사장을 오가는 아저씨들을 보고 싶었다. 그 이유는 하나의 게임 때문이었다. 구니스. 영화를 원작으로 한 게임이지만, 당시 우리는 알 수 없었다. 그저 동굴을 탐험하는 멋진 소년 영웅의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주인공이 멋진 소년 영웅이 아니라 괴물 같은 얼굴의 슬로스라는 것을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상관 없었다. 작은 도트 그래픽으로는 전혀 흉하게 보이지 않았으니까. 아쉽게도 이 게임은 재믹스를 갖.......

3인용 게임 - 마리오 브라더스
근처에 살고 있는 사촌은 어린 시절부터 친하게 지내는 경우가 많다. 나이가 비슷하다면 더욱 그렇다. 작은 아버지의 아들인 ‘바오’가 그랬다. 부모님들끼리 서로 잘 어울리셨기에 우리 셋도 함께 놀 기회가 많았다. 당연히 게임도 함께 했는데, 세상에는 세 명이 함께 할 수 있는 게임이 없었다. 1인용 게임은 자기 차례를 기다리는 남은 둘이서 다른 놀이를 시작하는 바람에 좋은 선택이 아니었다. 반면 2인용 게임이라면 기다리는 사람이 한 명뿐이니 패가 갈리는 일이 없었다. 그렇게 셋이서 자주 하게 된 게임이 마리오 브라더스였다. 게임을 할 때면 고민을 하곤 했다. 내가 맏형이니 동생 둘이 플레이하게 하고 감독해 주는 것이 맞을까.......

괴담 극복 - 이얼 쿵후
어느 동네나 아이들 사이에서만 도는 괴담이 있다. 빨간 마스크나 망태기 할아버지, 홍콩 할머니, 학교의 동상 이야기 등. 우리 동네에 알려진 이야기는 초 자연적인 존재가 아닌 또래 아이의 이야기였다. 시장 골목 쪽에 건이라는 아이가 살고 있다. 그 아이는 성격이 포악하고 잔인하며, 눈만 마주치면 덤벼든다. 깡패 같은 어른 몇 명을 죽인 적도 있고 수사 반장의 총알도 피할 정도로 재빨라서 아무도 건들지 못한다는 소문이었다. 나에게 가장 큰 문제는 그 시장 골목이 오락실 바로 옆이라는 점이었다. 오락실에 출입하는 것은 나만의 비밀이었기 때문에 이 공포를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었다. 어쩌면 동생을 때린 것이 그 놈일까? 하는 생.......

어쩌면 첫사랑 - 양배추 인형
게임을 할 때면 대부분 동생이 함께 있었다. 가끔은 어른들이 지켜보는 경우도 있었는데, 이처럼 누군가가 함께 있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했다. 처음 재믹스를 시작할 때에도 아버지와 함께 있었으니까. 그러던 내가 처음으로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서 혼자 하고 싶은 게임이 생겼다. 양배추 인형이라는 게임이었다. 시작하자마자 인형을 만드는 화면이 나온다. 머리 중에 하나를 고르고 의상 중에 하나를 고르는 단순한 2단계 조합이었지만, 나만의 캐릭터를 만들어서 플레이한다는 개념은 당시로서 획기적이었다. 그중 어린 나의 마음에 불을 지피는 조합이 있었다. 우연한 발견이었다. 처음에는 인형 만들기가 귀찮아서 아무렇게나 맞춰놓고 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