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졸간에 남편을 잃고 상속받은 집에 홀로 남겨진 '질'. 그 집 가까이로 철로 공사가 한창이다. 역세권(!)을 중심으로 마을과 상권이 들어차게 될 것이며, 고독한 협객과 악랄한 무법자들이 모래바람을 일으키며 말 달리 땅이, 총잡이들이 발 붙일 자리가 점차 줄어들 것이다. 이것은 이른바 서부시대의 황혼이다. 주인공 '하모니카'와 질에게는 (상징적인 의미에서) 복수의 시간이 무한정 남아있지 않고, 로컬 깡패 샤이엔 역시 언젠가는 이름도 없이 사라질 이미 구시대의 불한당이다. 이렇듯 "의미적으로 시한부"인 이들의 시간은 어째서인지 천천히 흐르고 있다. 특히 가장 절박한 복수자인 하모니카는 마치 생사여탈의 찰나 앞에서 구도자가 되듯이 긴 텀을 즐기는 듯 보이기까지 한다. 관객이 눈치 볼 정도로 긴 침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