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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6 posts사랑의 블랙홀 Groundhog Day (1993)
겨울 날씨 된 기념 재감상 영원히 반복되는 하루. 이제는 너무나 유명한, 그 자체로 하나의 장르가 되어버린 설정. 이게 어릴 때 보는 거랑 어느 정도 인생을 알겠다 싶을 때 보는 거랑, 이제는 진짜 인생 뭔지 모르겠다 생각되는 순간에 보는 거랑 번번이 느낌이 다르다. 어릴 때는 그냥 존나 재미난 판타지 로맨스지. 성장기에는, 뉘우치니까 타임루프에서 빠져나갔다는 결말이 지루한 설교요, 뻔한 헐리웃 크리스마스 영화의 단골 테마처럼 느껴져서 우습다. 철없던 청춘에는 "오빠가 뭘 잘못했는지 몰라?"라는 질문에 적절한 답을 찾아낼 때 까지 고통 받아야 하는 연애지옥처럼 느껴져서 영화의 장르가 호러로 바뀐다. 필이 영문도 모른 채 타임루프에 빠진 것은 매사에 시큰둥하고 투덜대던 남자에게 내려진

동경 이야기 東京物語 (1953)
인생의 막바지를 준비하는 노부부에게 무심한 자식들을 조명하고 있지만, 과연 영화가 그들에게 비판의 시선을 대고 있는 걸까. 물론 관객은 친자식들의 괘씸한 태도와 오히려 생판 남인 전(前) 며느리의 극진한 봉양을 비교하며 분통을 터뜨릴 수 있다. 특히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관객이 느낄 씁쓸함은 최고조에 달할 것이다. 뒤이어 나오는 장면에서, 친자식들 중에서도 가장 성글던 큰 딸이 유품을 뭘 갖고 싶느니, 아버지가 먼저 가셨어야 하느니 등등의 눈치 없는 이야기를 늘어 놓는 모습 까지 그대로 묘사해 버린다. 하지만 동서고금 이것이 현실이고 인생의 민낯이다. 막내딸은 언니의 불효막심한 태도에 대해 끝내 불만을 드러내지만, 가장 극진했던 전 며느리는 오히려 막내딸을 다독이며 중립의 관점을 제시한다.

스캐너 다클리 A Scanner Darkly (2006)
필립 K. 딕 원작의 영화 중에서도 이례적으로 원작에 충실하기도 하지만 또한 이례적으로 후기작에 속하는 소설을 영상화한 작품. 그 영향인지 다른 작품들에 깔려있는 서늘한 SF적 고찰보다는 반사회적이고 이야기 진행도 다소 혼돈스럽다. 딕 본인이 실제로 히로뽕에 절어있었던 시기에 집필된 흔적을 거의 지우지 않고 그대로 담아낸 작품에 가깝다. 또한 감독인 리처드 링클레이터로서는 [웨이킹 라이프]에서 쌓은 노하우로 더욱 본격적으로 만든 두 번째 로토스코핑 방식의 영화이기도 하다. 주인공 밥 악터는 마약반 소속의 경찰이자, 마약 공동체에 잠입한 마약중독자이기도 하다. 때문에 중독자로서의 자신을 경찰로서 감시하는 모순적인 생활 패턴에 갇혀있기도 하다. 작품 사이 사이에 마약국이 시민들을 감시하는 방식이 묘사되

13층 The Thirteenth Floor (1999)
[트루먼 쇼]처럼 자신이 가짜 세상의 존재라는 것을 깨닫고선 [버추오시티]의 SID처럼 세상으로 나오려는 인공지능, [로보캅]처럼 자아의 주체는 기억이라고 하지만 [블레이드 러너] 혹은 [매트릭스]처럼 그것은 전자 신호로 만들어진 가짜 기억. 즉, "자아"에 대해 철학적 냄새를 풍기는 SF 영화 속 아무개들의 집합체같은 영화다. 철학적이다 못해 추상적인 고민에 빠진 인물은 빈센트 도노프리오가 연기한 제리 애쉬튼. 그러나 이 남자, 아니 이 CG 퍼펫은 "나는 누구인가"라며 한가하게 처지를 비관하지 않는다. 뻔한 존재론적 고민에 빠지는 대신 그는 그래픽 세상과 그래픽 몸에서 벗어나 현실로 역류해 유저의 몸을 차지한다. 소 뒷걸음질로 쥐 잡듯 돌발적인 상황이었지만 어쨌든 그는 그렇게 자신이 태어난 곳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