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욱 필모그래피 깨기 9탄. 바로 직전에 만들어진 <박쥐>는 뱀파이어 있는 뱀파이어 영화였다. 그리고 바로 그 직후에 만들어진 <스토커>는 뱀파이어 없는 뱀파이어 영화다. 예민했던 나를 변화시키고 정체성을 확고히 만들어주는 것은 남이 찔러 넣은 외부의 피가 아닌 언제나 내 안에 흘렀던 내부의 피. 드라큘라의 귀족적 혈통을 싸이코패스 혈통으로 치환한 혈족 이야기. 그렇게 인디아 스토커는 찰리 스토커에 의해 어른이 되었다. 필모그래피 전반에 걸쳐 계속 반복되어 왔던 박찬욱의 '같은 상태로 부터의 공감'이 아예 전면적인 소재가 되어버린 경우라 하겠다. 전반적인 이야기 틀이 히치콕의 <의혹의 그림자>에 주로 연루되어 있음에도 온전한 박찬욱의 영화처럼 느껴지는 것은 바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