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퍼처 고객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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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라스나야르스크 Красноярск - 13
올라온 반대편을 구경하러 예배당 너머로 내려가 보니, 무척이나 반가운 물건을 발견했다. 다름 아닌 105mm 견인곡사포. 필자는 강원도 고성에서 105mm포병으로 복무했었다. 겨울만 되면 눈이 발목까지는 예사요 무릎까지 쌓이는 일도 잦아 제설작전때마다 여기가 무슨 시베리아 한복판이냐고 투덜댔던 기억이 아직도 선하다. 아무것도 없는 새하얀 벌판 위에, 그 때 만졌던 쇠덩이가 그 때 그 모습 그대로 서 있었다. 여기는 포상도 아니고, 딱히 방열을 할 필요도 없었다. 몸은 가만히 있었지만, 다만 기억만이 그 때로 잠시 돌아갔다. 경치를 구경할 생각도 하지 못하고 2년의 세월을 되짚어 보았다. 잠시간의 망중한에 빠져있다, 퍼뜩 정신을 차리고 나니 어느 새 정오가 훌쩍 지나 버렸다.

크라스나야르스크 Красноярск - 12
어느 새 버스는 종점에 다다랐다. 또 다른 시발점인 이 곳에서 다른 버스로 갈아타야 예배당에 갈 수 있다는 기사의 이야기에, 차에서 내려 주위를 좀 둘러보기로 하였다. 종점은 느긋해 보였다. 어제 보았던 지브노고르스크 정류장의 풍경이 듬성듬성 나무집들이 산 위로 배치되어 있고, 그 사이에 그저 사람과 차가 보이지 않는 고즈넉한 시골의 풍경이었다면, 이곳에서는 도시의 흐름이 느껴졌다. 아무것도 없이, 집 한채, 그리고 그 주위를 둘러싼 색색의 버스들. 한 대가 도착하면 한 대가 빠져나간다. 마치 이파리에 물방울이 고이면 고개를 숙이며 땅으로 길을 내 주듯이, 아무도 싣지 않은 버스들은 그렇게 자신의 길을 따라갔다. 자리를 골라 잡을 수 있는 것은 첫 손님의 특권이다. 가장 버스기사는 시발점에서 탄

크라스나야르스크 Красноярск - 11
시계는 이미 10시를 가리키고 있었지만 분위기는 영락 없는 새벽이었다. 하지만 가게들은 이미 모두 문을 열고 있었다. 길거리 이곳 저곳에 위치한 요리집에서는 아침 준비를 하느라 풍겨내는 맛있는 연기가 흘러 나오고 있었다. 그 가운데를 걷자니, 어제 긴장감 속에서 아무것도 먹지 못하는 뱃가죽이 그제사 요동을 치기 시작했다. 일단 ‘식당’ 이라고 쓰인 곳으로 이동하기로 하였다. 메뉴는 들어가서 생각하기로 하고. 외관에서 보였던 것처럼, 러시아 요리 외에는 없었다. 어제 그렇게 밤늦게까지 고생한 걸 생각하니, 왠지 기름진 게

크라스나야르스크 Красноярск - 10
그리고 눈을 떴다. 조금 떨어져 있는 내 옆 침대에는 낯선 이가 누워 있었다. 눈을 감고 몇 시간 지나지 않은 뒤였다. 불편하지 않은 잠자리였지만 설잠을 잤다. 시계는 아침을 가리키고 있었지만 하늘은 여전히 어두웠다. 부연 설명을 좀 해야 할 듯 하다. 시간은 시계탑 광장을 모두 구경한 다음으로 돌아간다. 햇빛이 묻은 도시의 모습을 모두 눈에 담고 나니 욕심이 생겼다. 조금 위험을 무릅쓰고라도 야경을 구경하고 싶었다. 발걸음을 서둘러 대로변으로 나온 다음 택시를 잡았다. 인근에 있는 가장 가깝고, 저렴한 숙소를 부탁하였다. 짐을 풀고 저녁을 먹은 다음, 지금껏 걸어온 다리가 무리하지 않을 만큼만 밤거리를 거닐고 싶었다. 그리고 도착한 숙소에서 깨달았다. 외국인은 별지비자가 있어야만 호텔에서 잘

크라스나야르스크 Красноярск - 9
공동체 다리 너머는 시내 중심부였다. 다리를 건너기 전에는 띄엄띄엄 보이던 고층건물들은 도로를 따라 줄을 서 있었고, 좁은 길을 따라 다리 위에 줄을 지어 있던 자가용의 행렬은 각자 갈 길을 찾아 골목골목으로 빠지기 시작했다. 태양은 자신의 빛을 다 살라먹은 듯이 커다란 그림자만을 그 위에 드리웠다. 그리고 그 어둠을 걷으러 가로등이 하나 둘 켜지기 시작하였다. 오늘의 일정을 마무리할 때가 다가왔다. 그 전에, 지금이 아니면 볼 수 없는 크라스나야르스크의 모습을 눈 안에 담아두고 싶었다. 다리를 건너자마자 가장 먼저 보인 것은 거대한 시계탑이었다. 어떤 건물이냐고 지나가는 행인에게 물으니, 빅벤이란다. 그 영국에 있는 빅벤을 이야기하냐고 물었더니, 웃으면서 그게 맞다고 한다. 생각보다는 많이 아담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