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퍼처 고객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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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독도, 더 이상 외롭지 않을 - 울릉도에 서다.
울릉도에 발을 내딛었으니, 이 섬에 무엇이 있는 지를 둘러 보는 것은 당연한 다음 순서였다. 하지만 다음 할 일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 이미 같은 배로 이동하는 한 시간 뒤의 독도행이 예약되어 있던 것이다. 그리고, 오늘은 특별한 날이었다. 울릉도 여행을 계획하는 대부분의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독도 관광을 같이 계획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리고 나도 그 중 하나였다. 어차피 울릉도에서 가는 배 이외에 독도에 갈 수 있는 방법은 없고, 지금 한번에 가지 않으면 나중에 언제 시간을 내어 이 곳에 온단 말인가. 여행 계획을 세울 때, 강릉에서 출발하는, 방금까지 타고 왔던 그 배가 그대로 한 시간 반 뒤 독도 왕복선이 된다는 사실을 확인하였다. 그 때는 일단 아무 생각 없이 예약을 해 두었다. 어차피 독도

1. 그곳, 울릉도. - 울릉도에 서다.
피로에 쩌든 고개를 드니, 햇살이 감고 있는 눈꺼풀을 뚫고 눈동자 안의 아무것도 없는 공간을 밝히고 있었다. 아침의 햇살이 이렇게나 따가우리라고는. 아니, 그 전에 지금이 아침은 맞는 걸까? 분명 몇 초 전에 떠올렸던 것 같다. 지금 눈을 감아 버리면 일어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을. 하지만 그 우려가 스쳐 가는 찰나, 쉰 것 같지도 않게 태양은 내게로 다가왔다. 그리고 그 순간에 방금 전까지 떠올렸던 계획, 어제의 모든 기억들은 망각이란 서랍 속에 들어가 버렸다. 졸음과 피로는 내 몸을 내리누르고 있었다. 실팍하게 뜬 눈꺼풀 사이로 보이는 풍경은 내가 모르는 방 어딘가였다. 시끄럽게 울리는 6시에 맞춘 알람만이, 현실을 주지시켜 주는 열쇠였다. 그래, 이 곳은 강릉이었지. 봉천동이 아

크라스나야르스크 Красноярск - 16 .fin
그 뒤에는 별로 적을 만한 것이 없었다. 기차를 탈 때 필요한 먹을 거리를 슈퍼에서 좀 구입하고, 아무 생각 없이 역으로 돌아갔다. 걸어서. 이미 역까지 가는 골목은 약 5번 정도를 왕복했었다. 버스를 타지 않아도 역까지 자동으로 발걸음은 움직였고, 딱히 사진기를 들 생각은 들지 않았다. 거리의 모습은 눈 안에 충분히 담겨 있었고, 지금 필요한 것은 정리할 시간일 뿐이었다. 지친 몸은 어제와 같은 의자 위에 얹어졌다. 그곳에서 머릿 속의 글을 정리하는 것만으로도 크라스나야르스크에서 남은 시간은 금세 불타 없어졌다. 쳇바퀴를 돌릴 준비가 끝난 듯, 기차는 시끄럽게도 선로와의 마찰음을 내며 승객들을 재촉하였다. 여독에 찌든 유학생을 태운 기차는 언제나와 같은 속도로 이르쿠츠크로 출발했다. 디지털 카메라를

크라스나야르스크 Красноярск - 15
러시아라고 다른 나라 사람과 유별난 차이를 보이지는 않는다. 날이 추워질 수록 산책을 즐기는 사람들의 수는 줄어들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이건 너무 심했다. 아무리 한 겨울이라지만, 공원 에는 사람이 아예 보이지 않았다. 방금 지나왔던 혁명 광장에도 두어 명 정도 지나가는 인파는 있었다. 하지만, 이 공원에는 정말 아무도 없었다. 빗자루질이 잘 된 보도블럭만이, 이 곳에 청소부는 있다는 사실을 말해줄 뿐이었다. 상록수로 구성된 중앙 보도를 지나서야, 왜 이 곳에 사람이 없는지 얼추 알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여기는 일반적인 뜻의 공원이 아니었다. 이름만 ‘중앙 공원’이지

크라스나야르스크 Красноярск - 14
12시 15분. 다시 시내로 돌아왔다. 정오를 넘겨 하늘 꼭대기를 등반한 태양은 빠르게도 반대편으로 넘어가고 있었다. 버스를 타기 위해 출발했던 시계탑 앞에서 다시 내렸기에, 주변의 건물들은 어느 정도 눈에 익은 모습들이었다. 하지만 빛이 비친다는 그 하나만으로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는 것을, 새삼 다시 깨달았다. 동이 트기 전, 가장 어두울 그 때 보았던 시청사는 마치 축제를 하듯 형형색색의 네온등으로 밝혀져 있었다. 하지만 지금 세상에서 가장 밝은 조명 아래 보이는 건물의 모습은 언제나 보았던 러시아의 그것이었다. 마지막 남은 시간은 따로 계획을 잡지 않고 돌아다니기로 하였다. 조금 더 자연스러운, 크라스나야르스크스러운 모습을 느껴보기로 하였다. 언제나 여행을 할 때는 꼭 해야 할 것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