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를 묻은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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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사제들 The Priests, 2015
장재현 감독 / 김윤석, 강동원 박소담 주연 "새로왔어?" 영신(박소담)은 뺑소년 교통사고 이후 의문의 증상에 시달린다. 교단의 눈 밖에 난 아웃사이더 김신부(김윤석)는 영신의 몸에 악령이 숨어들었음을 알게 된다. 김신부는 구마예식을 통해 영신을 구하려 하고, 그를 도울 보조사제로 신학생인 최부제(강동원)가 도착한다. 전형적인 오컬트 & 엑소시즘 영화. 하지만 카메라가 악령이 깃든 어둠의 골목을 황급히 빠져나가는 순간 '검은 사제들'은 낯선 감흥을 불러 일으킨다. 눈 앞에 펼쳐진 화려한 명동의 밤거리. 천국의 네온싸인. 2015년 서울 한복판의 구마예식이라니. 이질감과 동질감을 동시에 불러 일으키는 묘한 공포감이다. IMAX 스크린의 거대한 압박과 꽉 찬 사운드의 영향도 없진 않겠으

무산일기 The Journals Of Musan, 2010
박정범 감독, 박정범, 진용욱, 강은진 주연 "매번 승철씨가 잘못한 건 하나도 없죠. 그게 잘못이예요. 자기 잘못이 뭔지 모르는거" 문제적 장편 데뷔작을 보면 공통점이 감독이 주연을 맡았다는 거다. 양익준의 '똥파리'가 그렇고, 윤종빈의 '용서받지 못한 자'가 그렇고, 박정범의 '무산일기'가 그렇다. 세 영화 전부 아무런 사전 정보 없이 봤다가 뭔가 예사롭지 않아서, '도대체 감독이 누구지?'하고 찾아보면 지금 화면 속에 있는 그 인물인 거다. 혹은 '대체 이 배우를 어디서 찾은거야?' 하고 보면 또 그게 감독인 것이다. 연출가 로서의 재능도 부러워 죽겠는데 기막힌 연기까지. '무산일기'는 주민번호 125로 시작되는 탈북자의 남한 정착기에 관한 영화다. 그들의 주민번호가 우리와 다르다는 것

무뢰한 The Shameless, 2014
오승욱 감독 / 전도연, 김남길 주연, 박성웅, 곽도원 출연 하드 보일드 hard-boiled. 장르라기 보다는 스타일. 자연주의적이고 폭력적인 주제를 냉철하고 무감한 태도로 묘사. 원래 ‘계란을 완숙하다’라는 뜻의 형용사이지만, 계란을 완숙하면 더 단단해진다는 점에서 전의(轉義)하여 ‘비정 ·냉혹’이란 뜻의 문학용어. 영화에서는 보통 액션영화에 붙이는 수식. 그런데 '무뢰한'은 멜로영화다. "나랑 같이 살자는 거 거짓말 아니었지? 진짜같은데?" SF 보다, 혹은 그 어떤 장르영화 보다도 멜로 영화는 판타지라고 믿는다. 우리가 가장 보고 싶고 가장 듣고 싶은 이야기, 사랑의 속삭임들. 멜로의 세계 안에서 현실의 고민들은 들어설 자리가 없다. 판타지 속의 주인공들은 데이트를 하다가 문득

역린 逆鱗, The Fatal Encounter, 2014
이재규 감독 / 현빈, 정재영, 조정석, 한지민 주연, 김성령, 조재현, 박성웅, 정은채 출연 "나는 사도세자의 아들이다" 생각보다 재밌어서 놀랐다. 기대가 너무 낮았던 탓인가. 긴박감이 살아있었고 정재영, 조재현을 비롯한 배우들의 호연도 돋보였다. 정조를 글레디에이터처럼 묘사한 감독의 선택을 (동의하지는 않지만) 존중한다. 덕분에 영화를 보는 내내 역사적 흔적은 지워지고 한편의 액션영화를 본 듯한 느낌도 들었다. 물론 정조의 아버지인 사도세자와 할아버지인 영조의 이야기를 다룬 이준익 감독의 '사도'가 떠오르기도 했다. '사도'(2015)가 오롯이 영조와 사도세자의 비극에 집중한 영화라면, '역린'은 정조의 비극보다는 그를 둘러싼 노론의 암살 음모에 더 많은 힘을 쏟았다. 그래서 '사도'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