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nsibil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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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을 기다리며

난 가끔 방에 누워 내 삶의 소망은 무엇인가를 생각해보지만 사치스러운 고민일뿐이라는 생각을 곧 하곤 한다. 얼마 전, 친구가 나에게 말했다. "주말에 지하철을 타면 산에 가는 사람들이 되게 많아. 난 그런거 보면 괜히 나도 불쌍하고 그 사람들도 불쌍해. 그거라도 하면서 살아야겠는거 같아서. 산에 올라가 정상에 서보는 것, 거기서 오로지 행복과 성취를 느끼는 거 같아서." 다들 각자의 소망이 있었으면 좋겠다. 사람들의 대부분은 타인의 행복을 증가시키거나 타인의 불행을 감소시키는 일을 하고 싶어한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오늘날 직업을 가지고 살아가는 수많은 사람들이 힘들어하는 것은 자신이 하는 일이 도대체 누구를 행복하게 하는 일인지 눈으로 확인

필요한 존재

누군가는 깊은 잠에 빠져있을 밤, 오늘도 작은 액정을 손에 들고선 이 시간 되도록 깨어있다. 그래도 오늘은 일찌감치 누웠는데 새벽잠에 습관이 들었나보다. 침대에서 내려올 때 딛는 방바닥이 차갑게 느껴져 보일러를 살짝 돌렸다 껐다. 마음 속에 무거운 눈발이 휘날리는 듯한 요즘이라 더욱 그런건지도 모르겠다. I'm singing my blue. 한 가수는 자신의 우울을 노래한다. 나에게만 조용한 밤에 나에게만 고요한 밤에 난 그저 혼자의 공간에서 묵묵하게 적는다. 필요한 존재. 요즘 나에겐 좀 멀고 먼 인간관계가 필요하다. 그냥 옆에만 있어주는 사람. 기다란 쇼파에 앉아서 내가 어깨에 기대어 있으면 그저 머리만 쓰다듬어 줄 수 있는 튼실한 어깨와

mood

매끈한 얼굴선에 아이처럼 뽀송한 느낌을 가진 우유같은 스타일이 요 몇 년간 대세가 된 것 같다. 딱히 못나지도 않은 순둥순둥하고 밍밍하게 생긴 얼굴은 개개인 특유의 무게감과 존재감을 실어주지는 못하는 것 같다. 생긴 것도 다 너무 비슷비슷해서 금방 질리는 느낌이다. 그래서 요즘 드라마나 음악방송을 보면 다 애들 장난같고 재미가 없다. 그래서 나는 종인이만의 분위기가 참 좋다. 여기 저기 갖다붙이는 단어 하나로 설명되지 않는 종인이만의 분위기. 흔히 ‘눈빛이 좋다’는 표현을 쓴다. 눈빛에 드라마가 있는 사람이 있다. 단번에 사로잡고 결코 잊을 수 없게 하는 것. 영화 감독들은 배우의 눈빛을 잡아내기 위해 클로즈업이란 영화적 기법을

세상의 문앞에서

아침 출근 지하철서 중학생 소년 둘을 보았다. 아직도 졸음이 덕지덕지 붙어있는 눈꺼풀 머리는 살짝 까치집 추웠는지 빨개진 볼 녹색 교복 자켓을 입고 곱게 앉아 있는 소년은 참 예뻤다. 그 때 그 시절을 떠올리면 마치 어제 일처럼 기억나는 순간들이 있다. 학교 가는 길의 버스정류장에서 뭉게구름처럼 피어나던 사람들의 입김. 아이들의 기다란 속눈썹에 켜켜이 쌓이던 눈송이. 친구들과 함께 나눠 마셨던 따뜻한 율무차. 특유의 화장실 락스 냄새, 오후 수업 시간 창문 너머 들려오는 운동장의 시끌벅적한 소리. 야자시간의 조용한 복도. 친구와 이어폰을 나눠끼고 들었던 노래 Glory days. 수능치기 전 날 독서실에서 짐을 정리하고 돌아오던 길. 주먹 쥔 손을 펼쳐 보

푸념

종인아, 썼다 지우기를 한 5번쯤 반복한 오늘. 할 일을 산더미처럼 쌓아두고도 소주 한 병이 김빠진 사이다 마냥 꿀떡꿀떡 넘어가는 날. 나조차 내 마음을 모르겠는 그런 날. 참 답답해서, 주절주절 이야기하고 싶은데 막상 쓸 이야기는 없고 그래서 이것저것 썼다가 지우기만 하네. 내 방문에 붙여놓은 네 얼굴이 담긴 브로마이드를 보고 엄마랑 언니가 제발 그 쓰레기같은 사진 좀 떼버리라고 했어. 종인아 괜찮지? 누난 종인이가 너무 좋은데 어떡하겠니. 웩ㅋㅋㅋ 종인아, 나는 최근 너의 근황을 몰라. 그건 너도 마찬가지겠지? 그래도 우리는 같은 주파수를 나누고 있다고 생각해. 난 그렇게 믿거든. 그러니 내 마음도 이해해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