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텔러바다소 생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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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림전
영등포 롯데갤러리에서 하는 이우림 개인전에 다녀왔다. 한껏 기대했지만 결론은 "롯데갤러리가 그렇지 뭐"였다. 기대했던 작품은 거의 없었다. 생각해보면 내가 작가라도 최대한 적은 작품을 내놓겠다. 갖가지 음식 냄새 가득한 롯데백화점 10층 한 귀퉁이에 마련된 갤러리에 누군들 자기 작품을 흔쾌히 내놓고 싶을까. 규모도 작고 환경도 열악했다. 작가는 어떤지 몰라도 나는 그림에 음색 냄새 배지 않을까 싶어 괜히 신경질이 났다. 곧장 홍대 주차장으로 가 와우북페스티벌 부스들을 구경하고 M의 부스에서 책 몇 권을 산 뒤 멕시코 음식을 먹었다. 그러곤 서둘러 우리의 스러져가는 동네로 돌아왔다.
Blue Valentine, 데릭 시엔프랜스, 2010
남편과 보았다. 남편은 자기가 보자고 해놓고 왜 이런 영화를 만드는지 모르겠다고 툴툴댔다. 그는 아주 현실감 있는 스토리와 장면 묘사를 기피하는 경향이 있다. 로만 폴란스키의 [대학살의 신]도 아주 보기 어려워했다. 이해한다. 현실을 그대로 본다는 건 아주 불편한 일이다. 그러나 나는 [대학살의 신]도 [블루 발렌타인]도 재미있었다. 그들의 씁쓸한 결말에 웃을 수는 없었어도 서로에게 빠져드는 뭇 장면은 아름다웠고, 무작위로 회상 신이 끼어드는 편집 방식도 영화와 잘 어울렸다. 현실은 도피한다고 나아지지 않는다. 직면해야 한다. 그래야 좀 더 나은 현실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한다.
와즈다, 하이파 알 맨사우어 감독, 2012
와즈다 엄마가 와즈다에게 자전거를 선물해주어서 참 좋았다. 덤으로 머리카락도 잘라버리고 말이다. 아들을 낳지 못해 다른 여자에게 남편을 빼앗긴 엄마와 여자이기에 자전거를 탈 수 없었던 딸의 포옹 뒤로 폭죽이 터지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최초의 사우디아라비아 영화라니, 정말 하이파 알 맨사우어 감독 큰일 했습니다.

<프란시스 하>, 노아 바움백, 2014
십수 년 전 베프와 그녀의 남자친구와 새벽까지 홍대에서 놀다가 둘이 떠나는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본 적이 있었다. 프란시스처럼 "안 생겨요" 타입이었던 나는 남자 대신 공부와 아르바이트에만 집중했었는데 나와 함께 살기도 했던 베프와 그녀의 연인이 떠나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나는 그렇게 평생 아르바이트와 공부만 하다가 쓸쓸하게 인생을 마감할 것 같은 불안감이 엄습해 그 새벽을 과연 어떻게 보내야 할지 막막해했던 기억이 난다. 어떻게 집에 갔더라. 택시를 탔던가. 아니면 전철 첫차 시간까지 피시방에 있었나. 그런 기억을 한 바가지 두 바가지 끌어올린 영화였다. 아 그런데 뉴요커 여성도 이렇게 친구 관계에 집착하기도 했던 거야? 새로운 사실이었다. 어머 정말 정말 재밌어는 아니었지만 관심 있다면 보아도 좋을 영화.

세븐 데이즈, 원신연 감독, 2007
L이 이 영화에 지나가는 행인쯤으로 출연했다기에 보았다. 마침 무료영화이기도 해서. 보다가 꺼버릴 만큼 재미없지는 않았다. 아니 오히려 시나리오는 괜찮았던 것 같다. 무엇보다 박희순의 연기를 보는 맛이 있었다. 다만 화면 처리 기법이, 그 기법이 뭔진 모르겠으나 너무 산만해서 몰입도를 떨어뜨렸다. 마지막 반전은 그런대로 훌륭했다. 그래, 그런 자식은 그렇게 죽여버려야지 깔끔하게 사형당하면 안 된다. 그리고 아이가 살아 돌아와 정말 다행이었다. L은 그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다. -_-;;


